혼돈 그 자체였던 광주…자연의 승리로 끝난 KS 초유의 서스펜디드 게임
지난 21일 오후의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는 혼돈 그 자체였다. 사상 초유의 포스트시즌 서스펜디드 게임. 예보를 비웃는 가을비로 현장을 지키던 2만여 관중과 관계자들은 하염없이 하늘만 바라보며 노심초사했고, 경기 지연 개시와 중단 등을 거치며 결국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됐다.
이날은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한국시리즈 1차전이 열리는 하루였다. 영·호남을 대표하는 삼성과 KIA의 한국시리즈 맞대결은 1993년 이후 31년 만이라 야구계의 뜨거운 관심이 쏠렸다. KBO는 오후 2시 45분 매진(1만9300석)을 발표했다.
열기를 증명하듯 광주구장에는 일찌감치 많은 팬들이 몰렸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오후 5시 들어 하늘이 어둑어둑해지더니 오후 6시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당초 이날 오후 늦게부터 비 예보가 있던 터라 큰 걱정이 없었지만, 강수량이 점차 많아지면서 근심이 깊어졌다.
가장 분주한 곳은 광주구장 1층이었다. 김시진·임채섭 경기운영위원이 KBO 관계자들과 경기 개시 여부를 논의했다. 이때 기준으로 빗줄기가 굵어 게임을 진행하기가 어렵다는 의견이 오갔고, 방수포를 걷더라도 한국시리즈 개회 선언 행사가 예정돼 플레이볼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문제는 향후 예보였다. 비구름이 더 몰려온다는 예보가 있어 KBO는 쉽게 플레이볼을 결정하지 못했다. 이 사이 방수포는 세 차례나 깔리고 거둬졌고, 오후 6시 30분보다 1시간가량 늦은 7시 36분 경기를 개시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방수포가 거둬지자마자 한국시리즈 개회 선언과 애국가 제창, 김응용·김성한·김종모의 시구가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경기가 시작됐다.
다행히 게임 속개 뒤로는 빗줄기가 굵어지지 않았다. 삼성 원태인과 KIA 제임스 네일이 호투하면서 경기 진행 속도도 빨랐다. 원태인은 5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고, 역시 5이닝 무실점 호투하던 네일은 6회초 김헌곤에게 우월 솔로홈런을 내줘 1실점했다.
그러나 오후 9시 들어 다시 빗방울이 굵어졌다. 땅은 질퍽거리기 시작했고, 심판진은 결국 삼성의 6회 무사 1, 2루 공격에서 중단을 선언했다. 이때가 오후 9시 24분. 이어 45분이 지난 시점에서 서스펜디드 게임이 최종 결정됐다.
연이은 중단으로 광주구장에는 일대 혼란이 일었다. 양쪽 선수단은 KBO 관계자들에게 경기 재개 여부를 묻느라 1층 복도를 연신 왕복해야 했고, KBO 운영팀 역시 전례가 없던 서스펜디드 게임 선언을 놓고 격론을 거듭했다.
관중석도 혼란이었다. 비를 고스란히 맞던 팬들도 6회 경기 중단 직후에는 복도로 피신해 빗줄기를 피했다. 부랴부랴 끼니를 때우는 팬도 있었고, 기차표를 알아보는 관중도 보였다. 퇴근길에는 동시다발적으로 많은 팬들이 구장 밖으로 몰려나와 혼잡이 일기도 했다.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된 뒤로도 광주에는 비가 그치지 않았다. 모두가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적으로 자연의 힘을 막을 수는 없던 밤이었다.
다행히 22일 오전 광주에는 해가 뜨기 시작했다. 비로 밀린 1차전은 오후 4시 재개되고, 뒤이어 2차전이 열린다.
광주=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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