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주주 소통 부족' 뒤늦게 사과한 두산, 사업재편은 그래도 '가야 할 길'

정동훈 2024. 10. 22.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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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부족으로 혼란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 사과 말씀드립니다."

사업재편을 재추진하는 두산그룹 경영진들이 머리를 숙였다.

두산의 사업 재편안은 이제 다시 주주와 시장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이번 사업 재편 과정에서 주주 반발을 미리 헤아리지 못한 두산에 대한 아쉬움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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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캇 박 두산밥캣 부회장이 21일 오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두산에너빌리티-두산로보틱스 분할합병 건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 스캇 박 두산밥캣 부회장.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소통 부족으로 혼란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 사과 말씀드립니다."

사업재편을 재추진하는 두산그룹 경영진들이 머리를 숙였다. 21일 두산그룹의 사업재편 설명회 자리에서였다. 합병 주체인 두산에너빌리티·두산밥캣·두산로보틱스 3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나와 사업재편 효과와 시너지를 직접 설명했다. 이들은 소통 과정에서의 부족함을 인정하면서도 사업재편은 '가야 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두산은 재추진 안에서 두산밥캣의 가치(신설법인 본질가치)를 3배가량 늘렸다. 지난 7월 발표한 기존안은 그룹 '캐시카우(수익창출원)'인 두산밥캣의 가치를 낮게 책정한 뒤 포괄적 주식 교환 방식의 지배권 이전을 택해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칠 수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재추진안은 이 같은 비판을 보완한 결과다. 결과적으로 전일 종가 기준 두산에너빌리티 100주를 소유(206만5000원)한다고 했을때 기존안은 177만8595원으로 보유 주식 가치가 떨어지지만 재추진 안에서는 213만4955원으로 외려 올라간다. 두산의 사업 재편안은 이제 다시 주주와 시장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지금 두산의 사업재편은 왜 필요할까. 두산은 산업·에너지 전환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올라타려 한다.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두산은 2020년 채권단 체제 이후부터 에너지와 기계, 소재를 중심으로 한 '뉴 두산'을 고민했고 (이번 사업재편안은) 그 계획을 구체화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번 사업재편 과정을 통해 얻게 되는 1조원가량의 여유 자금을 신규 원전과 소형모듈원자로(SMR) 등에 ‘즉각 투자’하겠다는 방침이다. 실제 요원하게만 느껴지던 SMR 사업은 최근 아마존의 5억달러(약 6890억원) 투자 등을 통해 구체화하고 있다. 전력 소모가 큰 인공지능(AI) 산업의 수요 덕분에 에너지 시장의 사업성은 무궁무진해졌다.

합병 과정에서의 잡음에도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사업적 시너지는 기대되는 대목이다. 두산로보틱스는 ‘로봇팔’로 대표되는 협동로봇 시장 글로벌 4위다. 두산은 두산밥캣의 지게차와 협동로봇을 결합해 급증하는 건설·농업 분야 등의 로봇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복안이다.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는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 간 시너지를 산출했을 때 단기적으로 2026년까지 1000억원, 2030년까지 5000억원의 시너지가 생길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밥캣과 로보틱스가 그룹 계열사가 아닌 모자(母子) 기업으로 왜 묶여야 하냐'라는 질문에 두산 측은 "계열사 관계일 때에는 접점이 없지만 자회사가 되면 투자자산으로 잡히기 때문에 기업의 밸류(가치)를 높여야 할 니즈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적극적 협업·협력을 위한 구조를 만든다는 점에서 합병 근거로서 일견 타당한 대목이다.

이번 사업 재편 과정에서 주주 반발을 미리 헤아리지 못한 두산에 대한 아쉬움은 크다. 하지만 투자 적기인 만큼 이제는 사업재편 과정에 오롯이 집중해 결과로 주주 가치를 제고해야 한다.

정동훈 산업IT부 기자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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