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정책대출 문제...'샤워실의 바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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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정부의 대출규제 방안을 보면 '샤워실의 바보'라는 말이 떠오른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정책대출이 가계부채를 부추긴다는 지적에 디딤돌대출을 규제하기로 한 일을 말한다.
잔금대출을 앞두고 디딤돌 대출을 이용하려 했던 신혼부부 A씨는 "디딤돌 대출은 건드리지 않겠다더니 하루아침에 사기당한 기분이었다"며 "정부가 입장을 번복해 다행이라 하기엔 또 정책이 바뀔지 몰라 불안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정책대출에 있어 시중은행은 수탁기관일 뿐, 방향키를 잡고 있는 정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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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정부의 대출규제 방안을 보면 '샤워실의 바보'라는 말이 떠오른다. 샤워실에서 수도꼭지를 온수 방향으로 틀었다가 너무 뜨겁자 이번엔 얼른 찬물이 나오도록 돌리는 것처럼 성급한 정책을 비판하는 말이다.
이렇게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정책을 발표하던 정부가 급기야 수도꼭지를 놓치는 일까지 발생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정책대출이 가계부채를 부추긴다는 지적에 디딤돌대출을 규제하기로 한 일을 말한다. 당초 정부는 "정책대출이 가계부채의 주요 원인은 아니다"며 정책대출에 대해서는 규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한달 만에 이를 뒤집고 규제하기로 입장을 번복했다. 그러더니 이번엔 예상치 못한 거센 반발에 부딪히자 또다시 입장을 바꿨다.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에 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14일 시중은행 중 가장 먼저 디딤돌 대출 규제를 시행했다가, 17일에는 "시행을 중단하고 21일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하루 만인 18일에 정부가 '규제 중단'으로 입장을 번복하자 KB국민은행은 '21일 시행'에서 "잠정 연기한다"고 방향을 바꿨다. 이 모든 일이 불과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사이에 일어났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일주일 새 빗발치는 문의로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며 "우리도 납득하기 힘든데, 차주들은 오죽하겠냐"며 하소연했다.
무엇보다 이번에 정부가 한달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은 최후의 보루로 여겨져야 할 서민 주거 사다리로 꼽히는 디딤돌 대출마저 건드렸다는 점에서 더더욱 공감도 이해도 얻기 힘들다. 디딤돌대출은 소득수준 부부 합산 6000만원 이하의 무주택 서민이 5억원 이하 집을 구매할 때 저금리로 이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서민 주거 정책 중 하나다.
잔금대출을 앞두고 디딤돌 대출을 이용하려 했던 신혼부부 A씨는 "디딤돌 대출은 건드리지 않겠다더니 하루아침에 사기당한 기분이었다"며 "정부가 입장을 번복해 다행이라 하기엔 또 정책이 바뀔지 몰라 불안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정부는 가계부채 급증에 대해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은행이 이자 장사를 한다며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하지만 정책대출은 다르다. 정책대출에 있어 시중은행은 수탁기관일 뿐, 방향키를 잡고 있는 정부다. 손바닥 뒤집듯 하루아침에 바꿔서, 결국 정부는 정책 실패를 자인한 셈이다.
정말 뼈아픈 건, 이젠 그 어떤 정책을 내놔도 신뢰를 얻기 힘들다는 데 있다. 정부의 책임 있는 태도와 최후의 보루만큼은 반드시 지켜내는 원칙만이 무너진 신뢰를 다시 세울 수 있을 것이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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