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尹 "좋게 브리핑해달라" 당부에도…韓 곧장 집 갔다

손국희, 윤지원, 김한솔 2024. 10. 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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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진 상황이라 한동훈 대표의 표정을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21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81분 회동’이 끝난 뒤 국민의힘 박정하 당 대표 비서실장이 국회 브리핑에서 꺼낸 말이다. 회동 직후 한 대표의 반응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끝내 봉합하지 못한 윤·한(尹·韓) 갈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왔다.

부정적 회동 결과를 암시하는 경고음은 회동 직후부터 울려댔다. 당초 국민의힘에서는 한 대표가 직접 회동 결과를 브리핑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특히 이날 회동에서 윤 대통령은 한 대표에게 “좋은 시간이었다” “유익한 만남이었다”라고 좋게 브리핑을 해달라는 취지로 당부했다고 한다. 하지만 회동이 끝난 뒤 한 대표는 직접 브리핑하지 않은 채 박 실장에게 회동 상황을 설명하고 자리를 떠났고, 박 실장이 국회로 이동해 대신 브리핑했다. 여권 관계자는 “냉담했던 회동 상황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면담을 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하지만 박 실장의 브리핑은 전언인 탓에 구체적 현장 분위기를 알 수 없었고, 무엇보다 ‘윤 대통령의 반응’이 없었다. 당초 회동 전 관심은 한 대표의 김건희 여사 관련 3대 요구 사안, 즉 ▶대통령실 인적 쇄신 ▶대외 활동 중단 ▶의혹 규명을 위한 절차 협조에 대해 윤 대통령이 어떤 입장을 보일지였다. 그러나 박 실장은 한 대표가 무슨 말을 했는지만 설명했다. 윤 대통령의 답변이나 반응을 묻는 말에는 “제가 대통령의 답변이나 반응을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용산을 취재하는 게 맞다”고만 했다. 전반적인 면담 분위기에 대해서도 “제가 배석하지 않아 분위기를 전하지 못한다”고 했다. 여당 관계자는 “바꿔 말하면 한 대표가 화기애애했다,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등 회동 직후 으레 하는 설명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별도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과 한 대표 모두 하실 말씀을 다 했다. 한 대표가 원했던 답을 못 얻었는지는 모르지만, 대통령으로서는 성의 있고 진지하고 차분하게 하실 말씀을 하셨다”며 “빈손 회동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분위기가 좋았다. 면담 전 잔디 마당에서 산책하고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안다”며 “회동 자리에 들어가고 나설 때 두 분의 표정도 좋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 대표와 여당 측 반응에 비춰볼 때 회동 결과가 좋지 않았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제공

이날 회동이 삐걱댄 것은 결국 핵심 의제인 김 여사 문제에 대한 간극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날 한 대표는 당정 지지율 위기 상황과 민심 이반의 심각성을 강조하며 그 해결책으로 김 여사 관련 3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고 한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이런 요구 사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양측이 합의할 대안으로 거론되던 특별감찰관이나 김 여사 사과 등도 회동 후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이날 한 대표는 회동에 붉은색 파일을 들고 갔다. 당 관계자는 “각종 여론조사 자료나, 회동 의제가 정리돼 있었다”며 “한 대표가 회동 전만 해도 ‘대통령에게 설명하다가 혹시 놓칠까 봐 파일에 정리해서 간다’고 의욕을 보였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자리 배치를 두고도 뒷말이 나왔다. 이날 윤 대통령이 가운데 앉고 테이블 맞은편 오른쪽에 한 대표, 왼쪽에 정진석 실장이 나란히 앉았다. 자리 배치만 보면 정 실장이 배석이 아니라 한 대표와 동격으로 간주된 것이다. 앞서 한 대표는 대통령과 독대를 요구했고, 대통령실에서 정 실장 배석을 제안하면서 이번 회동이 성사됐다. 친한계 의원은 “한 대표 측은 배석자로서 정 실장의 참석을 받아들인 것인데, 자리를 나란히 배치한 것은 문제”라며 “사실상 한 대표를 카운터 파트너로 보지 않는 윤 대통령의 태도를 보여준 장면”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이번 회동마저 별다른 공감대에 이르지 못하면서 여권의 위기는 더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당장 야권의 ‘김건희 특검법’ 공세에 맞선 여당의 이탈표 단속이 위태로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은 17일 명태균 의혹 등을 더해 김 여사와 관련한 세 번째 특검법을 발의한 상태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회동 뒤 논평에서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만남에 쏠린 국민의 마지막 기대마저 차갑게 외면당했다”고 비판했다.

손국희ㆍ윤지원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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