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우의 시시각각]여사가 일등 공신이라는데…
김건희 여사 의혹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은 왜 이토록 머뭇거릴까. 아내니까, 가족이니까, 억울하니까 그럴 수 있겠다 싶지만 정권 기반마저 흔들리는 작금의 상황을 고려하면 안이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집권 초만 해도 윤 대통령이 여사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데엔 ‘부채 의식이 작용해서’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는 2012년 결혼했다. 둘은 띠동갑이다. 윤 대통령의 구애가 깊었다고 한다. 당시 윤 대통령은 특수부 검사로는 유명했지만, 경제적으로는 풍족하지 않은 50대 노총각이었다. 하지만 결혼 이후 윤 대통령은 박근혜 정부에서 잠시 좌천된 것을 빼곤 국정농단 특검-서울중앙지검장-검찰총장-대통령으로 승승장구했다.
반면에 김 여사가 영부인이 되는 과정은 험악했다. ‘쥴리’로 몰리며 입에 담기도 민망한 모욕과 마녀사냥이 이어졌고, 그의 모친은 여러 구설에 휘말리며 결국 옥고를 치러야 했다. 윤 대통령이 정치를 하지 않았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었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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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여사 대선 활약 윤 대통령도 인정
궂은일 도맡았던 개국 공신이라면
자초한 위기, 본인이 직접 해결해야
」
이에 대한 인간적 미안함, 일부분 수긍할 수 있다. 그런데 그것뿐이었을까. 최근 여권 핵심 인사의 전언은 맥락이 조금 다르다. 그에 따르면 취임 초 윤 대통령은 측근 그룹에 ‘대선 승리의 숨은 일등 공신은 내 와이프’라고 말했다고 한다. 실제 대선 과정에서 자신을 ‘권력 동업자’로 여기는 듯한 김 여사의 발언이 가끔씩 드러나곤 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도 최근 인터뷰에서 “여사는 (대통령 당선에) 본인도 엄청난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 자기도 권력을 어느 정도 향유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김 여사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윤 대통령의 인식이다. 정치가 아무리 ‘패밀리 비즈니스’라고 하지만, 윤 대통령이 김 여사를 단순한 내조자·조언자가 아니라 정권 창출의 공신(功臣)으로 인정하고, 심지어 그것을 주위에 알렸다면 그건 차원이 다른 문제다. 권력의 속성상 김 여사 지분이 커질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은 왜 높게 평가했을까. 일각에선 김 여사의 정무적 판단력을 거론한다. 윤 대통령은 수사 검사만 해왔기에 사안을 선악의 2분법으로 단정 짓는 습성이 있는 데 반해 전시기획 사업을 했던 김 여사는 좀 더 입체적인 시각이 있다는 거다. 이는 외교부 등 의전 파트에서도 비슷한 뉘앙스로 얘기를 전하곤 했다. 해외 순방 갈 때 김 여사가 같이 나가는 게 일하기 편하다는 거다. 결정의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란다.
또 다른 이들은 ‘여사가 궂은일을 도맡았다’는 말도 전한다. 선거엔 돈이 들고, 음지의 일도 있기 마련인데 그걸 김 여사가 외면하지 않았다는 거다. 최근 명태균씨와 주고받은 카톡만 봐도 김 여사가 어떤 일을 했을지는 얼추 짐작할 수 있다. 읍소인지 청탁인지 압력인지 모호한 지점에서 김 여사가 합법과 탈법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었을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은 정치인 윤석열 등장 때부터 김 여사를 약한 고리로 정조준했다. 후보 때는 학력·경력 위조 및 사생활을 먹잇감 삼았고, 취임 이후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이 주재료였다. 그때도 김 여사에 대한 반감이 적지 않았지만, 야당의 일방적 공세로 치부하는 여론도 상당했다. 그랬던 ‘김건희 리스크’가 급변한 건 지난해 11월 디올백 수수 영상이었다. 실상은 종북 인사의 몰카 공작인 측면이 컸지만, 현 정권은 사안을 매듭짓지 못하고 1년째 질질 끌려왔다. 여기에 명태균·김대남 폭로가 가세하며 이젠 통제 불능 상태다. 김 여사의 평소 발언 수위로 봤을 때 또 어떤 녹취가 나올지 가늠하기 어렵다.
결국 결자해지(結者解之)할 이는 김 여사다. 현 정권 실세라던 장제원 전 의원도 총선 불출마를 했는데, 자신이 온몸 던져 만든 정권이 본인으로 인해 휘청거린다면 무엇을 못 하랴. 해법 또한 김 여사 스스로가 잘 알 것이다. 문제는 시간이다. 국민의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다.
최민우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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