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 한동훈의 헤어질 결심

지호일 2024. 10. 22.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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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정말로 헤어질 결심을 했나 보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의 '역린'인 김건희 여사 문제를 건드리며 공개활동 자제와 도이치모터스 사건 사법처리를 연이어 거론하는 것을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처지가 바뀐 것이다.

"수사를 독립운동처럼 해온 사람"이라고 윤 대통령이 평가했던 한 대표가 이제 윤 대통령을 상대로 독립운동 하듯 정치 투쟁에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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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호일 정치부장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정말로 헤어질 결심을 했나 보다. 최근 윤 대통령의 ‘역린’인 김건희 여사의 공개활동 자제와 도이치모터스 사건 사법처리를 연이어 거론하는 장면을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와 관련된 사안에 유독 예민하게 반응해 왔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게 한 대표다. 이미 지난 1월 ‘명품가방 수수’를 놓고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고 말했다가 용산으로부터 비대위원장 사퇴를 요구받는 일도 겪었다. 작정하지 않고는 여사 문제를 다시 정면으로 거론하기 쉽지 않을 터였다.

그런데 이번엔 대통령실이 공식적인 반응을 내지 않았다. 한 대표는 내친김에 한발 더 나아가 “김 여사 라인이 존재해선 안 된다”며 김 여사 주변 인사들 정리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윤 대통령은 ‘고위 관계자’ 입을 통해 “대통령실엔 오직 대통령 라인만 있을 뿐”이라며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지만, 그러면서도 한 대표와의 회동을 취소하진 않았다.

지난 1월과 달라진 게 있다면 총선을 거쳐 여소야대 지형이 더욱 뚜렷해졌고, 윤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 수준으로 주저앉았다는 점이다. 더욱이 김 여사를 겨눈 야당의 공격은 태풍의 영향권에 든 파도처럼 거세게 여권을 때리는 중이다. 한국갤럽의 윤 대통령 지지율 조사에서 직무수행 부정 평가의 이유로 ‘김 여사 문제’를 꼽은 응답은 9월 첫째주 1%에서 10월 셋째주 14%까지 치솟았다. 더불어민주당은 기세를 몰아‘김건희 특검법’을 다시 발의하며 11월 총공세를 예고하고 있다. 급한 쪽은 대통령실이 됐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처지가 바뀐 것이다.

한 대표는 지금이 용산의 그늘에서 벗어날 적기라고 인식하는 것 같다. 그는 지난 7월 당대표에 오른 이후 대통령 국정 지지율과 여당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는 ‘동조화 현상’에 발목 잡혀 왔다. 그 이전 당정 갈등 국면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질 때 당 지지율은 반등하는 ‘탈동조화’가 나타났던 것과 대비되는 것이다. 한 대표 체제가 안착하기 전에 당정 충돌 장면이 반복되고, 정책 측면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자 그의 정치력에 대한 의구심도 고개를 들었다.

이에 더해 난데없는 명태균씨 등장으로 김 여사 의혹이 증폭되자 더 늦기 전에 액션을 취해야겠다고 결심했을 수 있다. “수사를 독립운동처럼 해온 사람”이라고 윤 대통령이 평가했던 한 대표가 이제 윤 대통령을 상대로 독립운동 하듯 정치 투쟁에 나선 것이다. 결국 한 대표가 10·16 재보궐 선거 이튿날 용산을 향해 내놓은 3대 요구안은 쇄신을 기치로 당정 관계 주도권을 쥐고 가겠다는 선언이자, ‘이제 내 갈 길을 가겠다’는 통보라 할 수 있다.

한 대표가 대권을 꿈꾸는 한 숙명적으로 윤 대통령과 대척점에 서야 할 시점을 맞게 돼 있다. 지금처럼 대통령 지지율이 기신기신한다면 정권 계승보다는 뚜렷한 차별화에서 길을 찾는 게 수순이다. 그리고 그 시점을 앞당기게 한 촉매제가 김 여사인 것이다.

한 대표 앞에 가시밭길이 놓여 있다는 건 분명하다. 정치 권력의 정점인 윤 대통령은 5년 임기의 반환점도 돌지 않은 상태고, 한 대표의 정치적 기반은 여전히 약하다. 한 대표 행보에 대한 대통령실과 당내의 비판과 견제도 본격화되고 있다. 여권 공멸에 대한 위기감 고조는 한 대표에게도 큰 짐이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회동이 우여곡절 끝에 성사됐지만, 불신과 마음의 앙금 위에서 주고받은 말들로 실제적인 결과물을 내기는 애초 쉽지 않았다. 윤·한 갈등의 시작점인 김 여사 문제는 지금도 갈등의 중심이자 다가올 윤 대통령 임기 후반기를 결정할 분수령이다. 한 대표가 가장 넘기 어려운 벽이기도 하다. 그 뒤에 있는 건 질서 있는 결별일까, 불편한 동거일까, 파국일까.

지호일 정치부장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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