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현덕의 AI Thinking] ‘초경계·초융합’ 험난한 도전… 위대한 기업 추구한 허사비스

2024. 10. 22.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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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 때 체스 입문·대학 땐 AI 몰입
딥마인드 알파고 vs 이세돌 게임
AI 운명 결정짓는 세기의 대결로
분야 허문 혁신 과학적 업적 이뤄

2024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데미스 허사비스(48)는 원래 체스와 게임을 좋아하던 아이였다. 알파고의 개발자로 널리 알려진 그는 게이머에서 시작해 ‘인공지능(AI) 혁신의 아이콘’이 됐다. 그가 창립한 딥마인드(DeepMind)는 바둑을 넘어 과학혁명을 주도하고 있다. 허사비스를 위대하게 만든 남다른 비결과 학습법은 무엇일까?
자유로운 영혼의 아들

허사비스는 그리스계 아버지와 싱가포르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영국 런던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로 싱어송라이터 등 다양한 도전을 했기에 허사비스의 눈에는 ‘보헤미안’처럼 보였다. 기술 공포증이 있었을 만큼 컴퓨터를 멀리했던 부모, 피아니스트 여동생, 문예 창작가 남동생 사이에서 그는 ‘별종’이었다. 아인슈타인이 증명했듯이 음악과 논리는 통한다. 4세 때 아버지와 삼촌의 게임을 보고 체스를 배워 13세의 나이에 마스터 지위를 획득했으며, 세계의 고수들과 경쟁했다. 항상 한 수 앞을 생각해야 하는 체스는 어린 허사비스에게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사고력을 길러줬다. 이는 후일 AI 분야에서 경쟁력의 바탕이 됐다.
남들을 따라가지 않았던 소년

최근 노벨 화학상 발표 때 공개된 허사비스 얼굴 그림. 노벨위원회

그는 남들이 좋다고 여기는 길을 가지 않았다. 16세에 영국 케임브리지대에 진학했지만 늘 현장에 시선을 두었다. “교수들은 왜 좁은 이론만 가르치고 있지? 이런 강의를 들어야 할까?”라고 속삭이다 들켜서 혼나기도 했다. 그는 학업을 잠시 중단하고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게임 디자인, 특히 AI에 깊이 몰입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17세에 그는 인기 시뮬레이션 게임인 ‘테마파크’를 개발해 소년의 취미를 넘어 큰 성공을 거뒀다.

허사비스는 케임브리지 컴퓨터학과를 졸업한 후 안정된 대기업에 입사하는 대신 게임 개발 스튜디오를 세웠다. 여기서 그는 AI 기반의 엔터테인먼트 정치협상 게임 ‘리퍼블릭: 혁명(Republic: The Revolution)’을 개발했다. 이 게임은 가상의 동유럽 국가를 배경으로 혁명을 통해 정권을 교체하는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당시 혁신적인 게임 메커니즘과 정교한 AI 시스템을 도입해 주목받았지만 그 복잡성으로 인해 상업적으로 성공하진 못했다. 실패를 소중한 교훈으로 삼고 재충전하기 위해 공부에 돌입했다.

AI 세계를 혁신할 ‘딥마인드’

허사비스는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에서 인지신경과학 박사 학위를 취득 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하버드대 등에서 연구하면서 AI 세계를 혁신할 꿈을 키웠다. 그러다 2010년에 ‘딥마인드’를 설립했다. 그는 최첨단 신경과학으로부터 마음의 핵심 작동 원리를 선별하고 자동으로 학습하는 알고리즘을 구축하고자 했다.

진정한 AI의 세계를 구축하려면 인간 뇌의 작동 원리, 즉 인간은 어떻게 배우고 추론하는지 비밀을 알아내 컴퓨터에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뇌의 작동 원리에는 복잡한 시스템이 있듯이 AI 시스템이 능력을 갖추려면 여러 알고리즘이 필요했다. 다양한 지식의 학제적 결합과 초융합 방식이 필요했다. 이런 방식은 딥마인드를 다른 AI 랩과 차별화하는 전략이 됐다. 전공의 경계를 넘어 문제 해결을 추구했다. 체스 토너먼트, 게임 디자인, 컴퓨터과학, 신경과학 등에 걸친 허사비스의 여정은 수직적이기보다 수평적·병렬적이었다.

알파고와 그 후예들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가 2016년 서울에서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국이 끝난 뒤 이 9단으로부터 사인이 담긴 바둑판을 받고 있다. 국민일보DB

허사비스는 딥마인드 창립 4년 만에 구글과 손을 잡고, 알파고-이세돌 간 게임을 벌였다. 알파고가 바둑의 전설 이세돌을 꺾으면서 전 세계인에게 충격을 줬다. 알파고의 승리는 단순한 기술적 위업이 아니라 AI의 운명을 결정짓는 세기의 대결이 됐다.

딥마인드는 단순한 연산능력이 아니라 인간의 뇌가 학습하고 추론하는 방식을 적용해 ‘좁은 AI’를 넘어 다양한 영역에 적용되는 AI 시스템을 개발하고자 했다. 딥마인드의 알파고는 알파제로, 알파폴드 등 새로운 버전으로 진화했다. 특히 알파폴드(AlphaFold)는 ‘최고(Alpha)의 단백질 접힘(Folding) 예측 프로그램’으로서 수십년 동안 생물학자들에게 미스터리였던 ‘단백질 접힘 문제’를 해결할 돌파구를 마련했다. 2022년 7월 딥마인드는 알려진 거의 모든 단백질의 구조를 해독했다고 발표했다. 아미노산 서열에서 단백질의 3D 모양을 예측함으로써 알파폴드는 분자생물학 및 약리학 등의 연구에 혁명을 일으켰다. 이 성과로 허사비스와 그의 동료들은 2024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초경계-초융합의 솔루션

허사비스의 삶은 남달리 컴퓨터과학, 신경과학, 생물학 등 분야를 넘나드는 초경계-초융합을 추구했다. 그의 AI는 단순한 알고리즘 집합이 아니라 경계를 허물고 과학적 발견을 이룬 것이었다. 그는 과학의 미래를 여는 돌파구는 다른 주제를 연결하는 학제 간 통합이라고 믿었다. 딥마인드 AI는 전체론적 관점에서 기후, 거시경제 등은 물론이고 헬스케어 분야로도 확장돼 암, 알츠하이머 등 난치병의 조기 발견 및 정밀진단 그리고 AI 맞춤형 치료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허사비스의 위대함은 ‘좋은 것’을 거부하고 어려운 길에 도전한 점이다. 남들이 걸어온 편하고 좋은 길은 종종 위대한 성취의 장애물이다. 이 시점에서 세계적인 경영 그루 짐 콜린스의 책 ‘Good to Great: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를 생각하게 한다. 허사비스는 단순히 하나의 좋은 기업으로 안주하지 않고 ‘초경계-초융합’이라는 새로운 도전으로 인류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위대한 기업’의 길을 걸어간 것이다.여현덕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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