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태형의 음악회 가는 길] 노벨문학상 작가와 클래식 음악
음악은 적지 않은 노벨문학상 수상자들에게 영감의 원천이다. 프랑스 작가 로맹 롤랑은 ‘장 크리스토프’로 1915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베토벤의 제자 안톤 쉰틀러의 증언을 바탕으로 집필한 ‘베토벤의 생애’도 음악애호가들에게 널리 읽혔다.
독일계 스위스 작가 헤르만 헤세는 ‘유리알 유희’로 1946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바흐와 모차르트를 사랑했던 헤세의 음악 사랑은 정평이 나 있다. 노벨문학상 선배 작가인 로맹 롤랑으로부터 “문학에도 실내악이 있다면, 헤세가 최고의 대변자일 것이다”란 찬사를 들었다.
‘닥터 지바고’로 1958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러시아 시인·소설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는 12살 때 작곡가 알렉산드르 스크랴빈에게 6년 동안 피아노를 배우며 음악가를 꿈꿨다.
오스트리아 작가 엘프리데 옐리네크(2004년 수상) 역시 음악도였다. 빈 시립 음악원에서 파이프 오르간, 피아노, 리코더를 배웠다. 오르간 연주자 국가시험에 합격하기도 했다.
스웨덴 시인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2011년)는 어려서부터 피아노를 쳤다. 59세에 뇌졸중이 온 그는 오른손을 못 쓰게 된다. 스톡홀름 시내로 가서 왼손을 위한 피아노 작품 악보란 악보는 죄다 사 모은 아내가 남편에게 “토마스, 연습해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2002년에는 왼손을 위한 피아노곡 연주와 시 낭송을 담은 음반도 냈다.
스웨덴 시인 하뤼 마르틴손(1974년)의 우주 여행 서사시 ‘아니아라’는 스웨덴 작곡가 카를 비르거 블롬달이 곡을 붙여 오페라 작품으로 탄생했다.
폴란드 시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1996년)의 작풍은 음악에 비유된다. 스웨덴 한림원은 “모차르트 음악같이 잘 다듬어진 구조에, 베토벤의 음악처럼 냉철한 사유 속에서 뜨겁게 폭발하는 그 무엇을 겸비했다”고 쉼보르스카의 문학세계를 설명했다.
스톡홀름에 있는 노벨상 박물관에는 수상자들로부터 자신의 업적과 관련한 물품을 기증받아 전시한다. 미국 시인 루이즈 글릭(2020년)은 데카에서 발매된 브루노 발터 지휘, 말러 교향곡 ‘대지의 노래’ 음반을 기증했다. ‘아베르노’를 쓰는 4년 내내 들었던 음반이다.
탄자니아의 압둘라자크 구르나(2021년)는 BBC라디오에 출연해 모차르트, 쇼스타코비치, 멘델스존, 마일즈 데이비스의 음악을 많이 들었다고 밝혔다. 클래식은 아니지만 가즈오 이시구로(2017년)는 재즈 보컬리스트 스테이시 켄트의 노래를 작사했다. 밥 딜런(2016년)은 설명이 필요 없는 시대의 음유시인이었다.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의 플레이리스트가 화제다. 클래식 음악 중에서는 아르보 패르트의 ‘거울 속의 거울’, 필립 글래스의 에튀드 5번이 포함됐다. 고요함 속에 맑게 빛나는 그녀의 언어와 닮았다. 오랜만에 활기를 띠는 서점가가 가을 들녘처럼 풍요롭다.
류태형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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