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韓 80분 면담서 입장차 확인…'이견 조율' 당정 최대 과제로(종합)
韓 대표 요구에 尹 의견 경청
김건희 여사 문제 접점 찾기 쉽지 않아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오후 용산에서 회동하고 약 80분간 국정 현안을 논의했지만 서로의 입장차를 재확인했다. 당초 일각에서는 김건희 여사 의혹을 둘러싼 해법을 두고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머리를 맞댈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지만 결국 첨예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낮은 지지율 타개, 당정 관계 재정립 등은 여전한 과제로 남게 됐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야외정원인 '파인그라스'에서 만나 주요 국정 현안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4시54분께 시작된 면담은 오후 6시15분까지 81분간 진행됐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면담은 지난 7월30일 정 비서실장이 배석한 채로 약 90분간 비공개로 진행된 이후 약 두 달 반 만이다.
이날 차에서 내린 윤 대통령은 한 대표와 악수한 뒤 파인그라스 잔디밭에서 어린이정원 근처까지 10여분 산책을 함께 하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 등 참모진 배석하에 이뤄진 산책으로, 윤 대통령과 한 대표 독대 형식은 아니었다.
윤 대통령은 당초 4시30분으로 예정된 면담 시간이 늦게 시작한 것과 관련해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교부 장관과의 접견 등으로 지연됐다는 점을 설명했으며, 이날 오후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의 전화 통화 사실도 전했다.
파인그라스 내부로 이동한 윤 대통령은 정 비서실장 배석하에 한 대표와 면담을 시작했다. 차담 테이블에는 윤 대통령의 지시로 한 대표가 좋아하는 제로콜라가 올라오기도 했다. 자리에 앉은 윤 대통령은 "우리 한동훈 대표"라며 대화를 이어갔지만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오래 이어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정이 현 위기를 타개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있었지만 김 여사 문제 해법에 대해서는 이견이 계속되면서 접점을 찾기 쉽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한 대표는 김 여사 이슈를 해소하기 위한 해법으로 대통령실 내 인적 쇄신과 김 여사의 대외활동 중단, 김 여사 의혹 해소 노력 등 세 가지 요구사항을 직접 건의했으며, 공석인 특별감찰관도 임명해줄 것을 요청했다. 또 최근 민심과 여론이 악화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과감한 변화와 쇄신을 용산에 주문함과 동시에 의정 갈등 관련해 '여·야·의·정 협의체'가 조속히 출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전달했다고 박정하 당 대표 비서실장은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전했다. 윤 대통령은 한 대표의 의견을 주로 경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박 실장은 한 대표의 요구에 대한 윤 대통령의 반응과 관련한 질문에 "내가 배석하지 않았고, 대표 구술을 받은 것이라 답변할 수 없다"며 "대통령 말씀을 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당초 면담 후 브리핑을 직접 하기로 했던 한 대표는 면담 직후 곧바로 귀가하면서 미묘한 분위기를 대변했다. 대변인을 통해 별도의 서면 브리핑을 내기로 했던 대통령실도 서면 브리핑 계획을 취소했다. 면담 결과에 대한 기자들의 잇단 질의에 대통령실은 "헌정 유린을 막아내고 정부의 성공을 위해 당정이 하나가 되기로 의견을 같이했다"고 짤막한 입장을 전달했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과 해법 등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았지만 워낙 입장이 첨예하다 보니 결론을 내지 못했을 것"이라며 "일단 윤 대통령과 당 대표가 면담을 통해 접점을 찾으려고 노력했다는 데 의의가 있으며, 앞으로 입장차를 좁히는 것은 당정의 최대 과제"라고 말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간 면담을 두고 "아무 성과 없이 끝난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만남에 쏠린 국민의 마지막 기대는 차갑게 외면당했다"고 비판했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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