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밥캣, 로보틱스 자회사로...합병비율 높이고, 주주 이익 늘렸다

최현주 2024. 10. 21.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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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이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밥캣을 떼어내 두산로보틱스의 자회사로 두는 사업 개편안을 재추진한다. 소액주주 반발, 금융감독원 제동 등으로 중단한지 40여 일 만이다. 두산에너빌리티 기존 주주들이 더 많은 주식을 받을 수 있도록 합병 비율을 조정했다.

21일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는 각각 이사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의결했다. 같은 날 서울 중구 더플라자에서 연 기자간담회에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 스캇박 두산밥캣 대표이사(부회장),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이사(부사장) 등이 참석해 “주주들과 소통 부족으로 혼란을 야기해 사과한다”라고 말했다.

21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에서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로보틱스, 두산밥캣가 합동으로 연 기자간담회에서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왼쪽)가 분할합병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두산


재추진 방안에는 그간 소액주주들과 금감원이 지적한 내용이 상당히 반영됐다. 두산 측은 현재 에너빌리티에서 밥캣 지분을 보유한 신설법인으로 인적분할한 후 이 신설법인을 로보틱스와 합병한다. 에너빌리티가 소유했던 밥캣 지분 46%가 로보틱스 보유 지분으로 이동하는 방식이다. 에너빌리티와 로보틱스는 12월 12일 주주총회를 거쳐 합병기일인 내년 1월 31일까지 사업 개편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당초 두산은 밥캣 지분을 보유한 신설법인과 로보틱스와 합병한 후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으로 하나의 회사로 합병, 밥캣을 자신상폐하려 했다. 그러나 연간 이익 1조를 내는 밥캣을 적자 기업인 로보틱스가 흡수합병하는 안에 주주들이 반대하고 금융 당국도 제동을 걸면서 지난 8월 두산은 이 방식의 합병 계획을 철회했다.

그러나 이날 두산이 밥캣과 로보틱스 간 합병을 추진하면서 합병 자체에 반대하는 소액주주 반발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는 최근 밥캣 지분 약 1%를 확보하고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간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 합병 재추진은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 압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밥캣 스캇박 부회장은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라며 말을 아꼈다.

두산은 합병 비율을 조정해 성난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두산로보틱스와 밥캣 지분을 보유한 신설법인의 합병 비율이 기존 1대 0.031에서 1대 0.043으로 상향됐다. 이에 따라 기존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이 받을 로보틱스 주식이 늘어나게 됐다. 두산에너빌리티 주식 100주를 보유한 주주라면 분할 합병 후 두산에너빌리티 주식 88.5주, 두산로보틱스 주식 4.33주를 받는다. 조정 이전 기준으로는 각각 73.5주, 3.15주였다.

에너빌리티에서 밥캣 분할 비율을 산정하는 기준을 기존 순자산에서 시가 기준으로 바꿨고, 밥캣 신설법인과 로보틱스 간 합병 비율을 산정할 때도 밥캣의 경영권 프리미엄 43.7%를 반영했다. 앞서 에너빌리티 이사회가 밥캣을 로보틱스에 경영권 프리미엄 없이 매각한다면 배임 혐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의식해 수정한 것이다. 이날 박상현 에너빌리티 대표는 “주주들에게 더 많은 이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고민했다”며 “주식 100주 기준 보유 주식 가치(지난 7월 이사회 당시 기준)는 기존 안보다 약 39만원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두산 측은 이번 사업 개편으로 에너빌리티가 상당한 투자 재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에너빌리티는 밥캣이 안고 있는 7000억원의 차입금 덜어내고 1조원의 자금을 마련해 원전 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2028년까지 대형 원전 10기 이상, 소형모듈원자로(SMR) 60기 이상, 가스터빈 100기 이상의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박 대표는 “2028년 이후 영업이익이 2000억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사업하는 로보틱스와 두산밥캣도 합병 시너지 효과를 볼 것이라고 기대한다. 예컨대 밥캣의 지게차와 로보틱스의 협동로봇을 결합한 ‘지게차‧팔레이타이저 솔루션’ 등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는 “시너지 산출이 당장의 매출로 연결되기는 어렵지만, 2026년 1000억원, 2030년 5000억원 수준을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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