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우크라 될라" 몰도바, 개표 이변에 커지는 서방 우려
동유럽 국가 몰도바에서 20일(현지시간) 치러진 국민투표 결과 예상과 다르게 유럽연합(EU) 가입 반대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도 마이아 산두 현 대통령이 예상보다 적게 득표해 친러시아 성향 후보와 결선투표를 치르게 됐다. 산두 대통령 집권 후 4년 넘게 이어 온 강력한 친서방 정책에 큰 변화가 일 가능성이 커졌다.
여론 뒤집고 EU 반대 우세 , 친러 후보 선전
같은 날 치러진 대선에선 개표율 96% 상황에서 산두 대통령이 40.86%를 득표해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전직 검찰총장으로 친러 진영의 대표 주자인 알렉산드르 스토야노글로 후보(26.95%)가 예상 밖으로 선전하면서, 다음 달 3일 두 후보 간 결선투표가 실시될 전망이다.
두 선거 모두 투표 전 여론과 실제 결과의 차이가 컸다. 선거 직전 벌인 여론조사에서 EU 가입 찬성 여론은 63%대였다. 대선 역시 직전 여론조사 결과에서 산두 후보는 36%, 스토야노글로 후보는 10%대 지지율을 기록했다.
현 대통령 “친러 정치인 선거 개입”
러시아 선거개입설엔 서방도 동조하는 분위기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13일 “러시아가 자국 언론사 ‘RT’에 정보부대 요원을 배치해 몰도바 선거 결과를 조작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말했다. 지난 15일엔 노르웨이·덴마크·라트비아 등 북유럽·발트해 8개국 외교장관이 몰도바 내에서 러시아의 지원으로 이뤄지는 흑색선전에 공동 대처한다는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반면 러시아는 선거개입 주장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선거 결과 따라 러시아 지정학 입지 우세
만약 결선투표에서 산두 대통령이 예상치 못한 패배를 겪을 경우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우군(友軍)을 잃고, 러시아로선 지정학적으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게 된다. BBC는 “각각 13%, 5%, 4%를 득표한 3~5위 후보가 스토야노글로를 지지한다면 산두 대통령은 재선에 실패할 수 있다”고 전했다.
루마니아 형제국, '제2 우크라' 우려
우크라이나와도 공통점이 많다. 유럽과 러시아 사이에 있으면서 친서방과 친러 세력이 대립 중이다. 몰도바 영토의 13%를 차지하는 동부 트란스니스트리아는 아예 친러 세력이 독자 통치를 하는 미승인 국가다. 지금도 러시아군이 ‘평화유지군’ 명목으로 주둔 중이다.
이 때문에 몰도바가 '제2의 우크라이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 지역(돈바스) 보호’를 명분 삼아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서방세력 침투에 위기감을 느끼는 푸틴이 같은 구실로 몰도바를 다음 침공 표적으로 삼을 수 있다는 얘기다. CNN 방송은 “이번 두 선거가 몰도바 역사상 가장 결정적 선거”라며 “몰도바가 친서방과 친러 노선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평가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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