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효 지난 범죄로 죄명 바꾼 檢, 받아준 고법…대법, 파기환송
재판 도중 검찰이 공소시효가 지난 범죄를 추가하고 이를 유죄로 인정한 항소심 판단을 대법원이 바로잡았다. 대법원1부(주심 신숙희)는 사기·공문서위조·사서명위조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한 대전고법 선고에 대해 “공소시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돌려보냈다고 21일 밝혔다.
약국 직원 출신인 A씨는 2016년 6월 온라인 약사 커뮤니티에서 알게 된 약사 B·C씨에게 자신을 약사 D(가명)라고 속인 뒤 약사 면허를 대여받았다. 이를 통해 2016년 7월부터 2021년 4월까지 경남 의령과 충남 청양 등지에서 약국을 운영했다. 검찰은 지난해 6월 A씨가 무자격 약국을 개설하면서 공문서·사문서를 위조 및 행사하고 의약품을 만든 혐의(약사법 위반) 등 7가지 죄목을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7가지 혐의 중 사문서위조·위조사문서행사 혐의를 무죄로 판단해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검찰은 A씨가 2016년 9월 약국 개설을 위해 부동산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대리인 란에 가명 D를 기재해 사문서를 위조한 뒤 이를 계약에 활용했다고 봤으나, 재판부는 “A씨가 위조했다고 하는 부분은 대리인 기재에 불과하다”며 문서 위조는 아니라고 봤다.
그러자 검찰은 2심 재판 과정에서 A씨에 대한 공소장을 변경해 사문서위조·위조사문서행사 혐의를 각각 사서명위조·위조사서명행사로 바꿨다. 문서 자체를 위조하는 사문서위조와 달리 사서명위조는 이미 만들어진 문서에 서명만 위조하는 범죄다. 1심에서 A씨의 서명 위조는 인정됐으므로, 그에 맞춰 적용 혐의를 바꾼 것이다.
이에 따라 2심 재판부는 5월 변경된 죄목까지 총 7가지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A씨의 형량을 징역 6년으로 늘렸다. 재판부는 “A씨의 가명 인격 D로 인해 발생한 효과와 본명이 표상하는 인격의 법적 효과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존재하고, 이로 인하여 관계인들의 권리관계에도 현저한 영향을 미치게 됐음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를 잘못된 판결이라고 봤다. 대법원은 “항소심이 유죄로 인정한 사서명위조죄·위조사서명행사죄의 공소시효는 5년”이며 “이 부분 공소사실은 2016년 9월에 발생했고 공소는 그로부터 5년이 지난 2023년 6월에 제기됐음이 명백하므로, 공소 제기 당시 이미 공소시효가 완성됐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처음 기소했을 때 적용한 사문서위조·위조사문서행사 혐의는 공소시효가 7년(2023년 9월 만료)이라 기소 시점이 문제 되지 않았으나, 재판 도중 시효가 더 짧은 혐의로 변경하면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지게 됐다. 대법원 관계자는 2심 판단에 대해 “기소 시점 전에 공소시효 5년이 완성됐는데도 이를 면소로 처리하지 않고 유죄로 판단한다면 공소시효 제도를 잠탈(潛脫)하는 결과”라고 지적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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