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하기 위해? ~하려고?
한 후배는 번역투에 민감하다. 그는 “해외여행을 가기 위해 돈을 모았다”를 “해외여행을 가려고 돈을 모았다”로 수정한다. ‘~기 위해’가 영어(for, in behalf of, in the interest of)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나온 문투여서 자연스럽지 않다고 말한다. ‘자연스럽지 않다’는 말에 조금은 수긍이 가기도 한다. “해외여행을 가려고 돈을 모았다”가 일상에서 쓰는 방식이니까.
“아이스크림을 사려고 유턴했다” “밥을 먹으려고 식당에 갔다” “너를 만나려고 두 시간이나 기다렸다”에서처럼 ‘~려고’는 낯이 익고 편하다. 여기서 ‘사려고’를 ‘사기 위해’, ‘먹으려고’를 ‘먹기 위해’, ‘만나려고’를 ‘만나기 위해’라고 하면 일상에서 멀어진 것처럼 느껴진다. 평범한 일상이 아니라 하나의 사건, 일로 무게가 더해진다. 공적인 곳에서 내놓는 문장이었다면 “아이스크림을 사기 위해 유턴했다”고 했을 확률이 더 높다. ‘사기 위해’라고 표현하면 행동의 목적이 더 선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사려고’라는 일상의 평범한 말투와 구분하려는 심리가 깔려 있는 듯하다.
물론 ‘~기 위해’가 더 나을 때도 있다. “구체적인 성과를 마련하기 위해 실천 방안을 매주 점검한다” “전세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정부는 10만여 가구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한다”에서는 ‘마련하기 위해’ ‘안정시키기 위해’가 불편하지 않다. ‘마련하려고’ ‘안정시키려고’가 오히려 낯설어 보인다. 그렇지만 “돌고래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에서는 ‘살리려고’,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투자가 필요하다”에서는 ‘제공하려면’이 자연스럽고 간결하다.
한규희 기자 han.kyu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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