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 독대, 보수 진영 ‘폭망’ 막을 기회다 [신율의 정치 읽기]

2024. 10. 20.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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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사진 왼쪽)가 지난 10월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이 드디어 독대를 한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시점은 재보선 이후라고 한다. 지난번 한동훈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했을 당시 친윤들은, 직접 대통령에게 말하면 되지 왜 언론에 독대 요청 사실을 흘리느냐고 불만을 표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입장이 바뀌었다. 대통령실에서 한 대표와 독대를 하겠다고 발표하니까, 이번에는 한동훈 대표가 “구체적인 내용이 정해진 게, 일정이 정해진 게 아니어서”라며 한동훈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 사이에, 독대와 관련한 구체적인 협의가 없었음을 간접적으로 밝혔다. 이런 두 사람의 만남과 관련해서 나타나는 현상을 보면, 두 사람 사이에 원활한 소통 채널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두 사람의 독대가 과연 이뤄질지, 그리고 어떤 주제로 대화를 나눌지 아직은 낙관할 수 없다.

하지만, 독대가 이뤄지기는 할 것 같다. 지금 독대의 주도권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한동훈 대표에게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10일 발표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의 자체 전국지표조사(NBS, 10월 7일부터 9일까지 3일간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집권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24%의 지지율이 나온 것인데, 이 정도의 지지율을 갖고 국정을 운영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내각제 국가에서 내각의 지지율이 30% 밑으로 떨어지면, 국정 운영이 어렵다며 새로운 총선을 실시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것으로 비춰보면, 대통령의 지지율이 20% 중반을 밑돌면 국정 운영에 이상 징후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해당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민주당 지지율에 1%포인트 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 수치는 두 가지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하나는, 민주당이 대통령의 지극히 저조한 지지율의 반사 이익을 가져가지 못한다는 점이고 둘째, 그렇기 때문에 국민의힘이 대통령의 저조한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나름 선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하기에 따라서는 지지율을 높일 수 있는 환경임을 의미한다. 반대로 임기 반환점을 돌고 있다는 시기적 특성을 보거나, 대통령의 현실 인식을 보면, 대통령 지지율의 상승을 기대하기란 어렵다고 판단할 수 있다. 상황이 이러니, 한동훈 대표가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주도권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당내 의원들 분포를 보더라도, 윤 대통령에 대한 한동훈 대표의 입지가 약세라고 보기 힘들다는 점도 중요하다.

지난 10월 6일 한동훈 대표와 당내 친한계 의원들은 만찬 모임을 가졌는데, 이 자리에 약 20여명의 의원들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 친한계 세력은 미약하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그런데 약세 혹은 강세를 말하기 위해서는 ‘상대적’인 기준이 필요하다. 즉, 친윤에 비해 친한계는 아직 미약하다든지, 아니면 친윤에 비해 친한계가 강세라든지 하는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친윤계 의원들은 어느 정도 규모일까부터 생각해야 한다. 분명한 점은, 친한계 의원 20명을 제외한 나머지 80명 정도의 국민의힘 의원들 전체를 친윤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점이다. 이른바 ‘중도적 입장’을 가진 의원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친윤계 의원들의 수가 20명에서 30명 정도 수준이라는 의견을 내놓는다. 만일 이런 분석이 타당성을 갖는다면, 친한계 의원 숫자나 친윤계 의원들의 숫자는 비슷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앞으로 친윤계 의원들의 숫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지, 혹은 친한계 의원 숫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지 하는 부분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중간적 입장을 가진 의원들이 많기 때문인데, 이들이 어느 쪽 손을 들어주는가 하는 부분이, 앞으로 당내 역학 관계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일반적으로 보면, 대통령 임기가 반환점을 돌게 될 즈음이면, 대통령의 힘은 서서히 약해지기 시작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친윤 의원들의 숫자가 늘어나기보다는 친한계 의원의 숫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는, 친윤계 의원들의 수가 늘어나기는 힘들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여기서 김 여사 관련 의혹이 계속 증가 추세라고 말하는 이유는, 과거 김 여사 관련 의혹, 즉 채 상병 관련 의혹이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관련 의혹, 명품백 수수 문제 등의 사안에다가, 명태균 씨와 김대남 전 행정관 관련 의혹이 추가되는 모양새기 때문이다. 명태균 씨에 의해 제기되는 의혹이든, 서울의 소리에 의해 제기되는 의혹이든, 아니면 김대남 전 행정관에 의해 제기되는 의혹이든, 빠지지 않고 김 여사가 등장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은 대통령의 지지율 측면에서나 당내에서의 지분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명태균 씨는 김 여사와 SNS 메시지를 주고받았을 뿐 아니라, 2021년 6월부터 반년간 거의 매일 윤 대통령 부부와 통화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통화 녹취나 메시지가 추가로 등장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명태균 씨 관련 의혹은, 국민의힘 내부의 차기 대선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명태균 씨의 입에 오르내리는 인사들 중 일부는, 차기 대선 잠룡으로 불리는 정치인들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은 한동훈 대표에게 보다 ‘자유로운 공간’을 제공한다. 한동훈 대표의 이름이 명태균 씨 입에서 거론될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런 점도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주도권을 가질 수 있게 한다. 이런 상황들을 종합해보면, 한동훈 대표와 윤 대통령의 독대에서, 주제 선택의 주도권과 대화에서의 주도권은 대통령에게 있다기보다는, 한동훈 대표에게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한 대표와 윤 대통령의 만남에 있어 중요한 점은, 좋은 얘기를 나누는 자리가 아니라, 대통령에게 시중의 여론을 확실하게 전달하는 자리여야 한다는 점이다. 여론을 전달할 뿐 아니라, 대통령의 현재의 방식으로는 여론을 달랠 수 없음 역시 분명하게 말해야 한다. 이런 자리가 되지 못한다면, 보수 진영 전체가 ‘폭망’할 수 있다. 이번 만남은 승패를 가리는 자리는 아니다. 누가 이기고, 누가 지는 자리가 아닌, 합리적 시각으로 현실을 바라보고, 여론에 ‘공감’하는 자리여야 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1호 (2024.10.23~2024.10.2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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