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떠나나? "난 슬프게도 32세, 매 경기 마지막인 것처럼..." 가슴 아픈 고백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복귀전 쐐기골 등 맹활약보다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인터뷰가 더 기억에 남는다.
3주간 공백을 딛고 그라운드에 복귀한 손흥민 얘기다.
허벅지 뒤 근육(햄스트링)을 다친 뒤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 공식전은 물론 한국 대표팀 A매치까지 두 차례나 거르며 재활에 매진했고 선발 출격한 끝에 골 맛을 보며 찰칵 세리머니를 한 손흥민은 경기 직후 의미심장한 코멘트를 남기며 팬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다.
손흥민에게서 좀처럼 나오기 힘든 인터뷰 답변이어서 그의 발언 의미를 곱씹게 한다.
손흥민은 19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토넘 홋스퍼 경기장에서 열린 2024-2025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8라운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전 직후 프리미어리그를 영국에 중계하는 TNT 스포츠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그는 "슬프게도 32살이다. 내겐 모든 경기가 정말 진지하게 임하고 싶은 맞대결들"이라며 "지나간 경기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 그래서 모든 경기를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 내 커리어 마지막 경기인 것처럼 대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시간으로 오는 25일 열리는 2024-2025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AZ알크마르전을 언급했다.
토트넘은 유로파리그 우승을 노리고 있고 현재 2연승을 순항 중이다. 손흥민은 "목요일 경기도 토트넘이 고대하고 있다. 재미있는 경기가 되고 좋은 결과를 내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손흥민은 공격수로서 항상 짊어지는 부담과 숙명도 털어놨다.
그런 고통 속에서도 10년간 프리미어리그에서 롱런하는 손흥민이 대단하기도 하다. 그는 "공격수가 재밌어 보일 수도 있다. 윙어(측면 공격수)와 스트라이커에 많은 골을 기대하는데 압박감이 크다"며 "파이널 서드(공격 지역)에서 나쁜 패스나 결정을 내리면 놀라운 상황을 망칠 수도 있지 않나"라고 토로했다.
복귀전에 대해선 웃었다. "경기장에 돌아와 기쁘다. 동료들과 함께 아름다운 경기장에서 뛰는 것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고 결과를 가져오면 더욱 그렇다"는 손흥민은 "이날 득점 상황에 대해선 "공을 가졌을 때 난 일대일 상황에서 최선의 해결책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난 이런 상황을 자주 마주했고 가장 좋아하는 상황이다"라며 자신감 갖고 슈팅했음을 알렸다.
손흥민은 이날 후반 25분 교체아웃될 때까지 더 이상 나무랄 곳이 없는 복귀전을 소화했다.
지난달 27일 가라바흐(아제르바이잔)와의 유로파리그 리그 페이즈 1차전 당시 햄스트링 부상을 당한 뒤 생각 이상으로 긴 재활의 시간을 보낸 그는 웨스트햄전에서 왼쪽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뒤 1-1 상황에서 후반전에 나온 3골에 모두 관여하면서 에이스 노릇을 톡톡히 했다.
손흥민은 이날 전반 15분 '손흥민 존'에서 오른발 감아차기를 시도, 오른쪽 골포스트를 벗어나며 자신의 감각을 예열하더니 후반 들어 맹활약했다.
손흥민은 토트넘이 1-1 무승부를 기록하던 후반 8분 왼쪽 측면에서 데스티니 우도기에게 대각선 전진 패스를 시도했다. 우도기가 컷백 패스를 내주자 이브 비수마가 오른발로 차 넣어 2-1 역전을 만들었다. 손흥민이 뒤집기 골의 기점 역할을 한 것이다.
이어 후반 10분엔 상대 골키퍼의 자책골을 유도했다. 손흥민의 슛을 상대 골키퍼 알퐁세 아레올라가 놓쳤는데 이게 마침 앞에 있던 토디보 발을 맞고 골망을 출렁였다. 손흥민 슛이 '2쿠션' 뒤 골이 됐다. 아레올라의 자책골로 기록됐으나 손흥민의 슛이 결정적이었다.
손흥민은 내친 김에 골까지 넣었다. 후반 15분 웨스트햄 공세를 차단한 파페 마타르 사르가 전진패스를 내줬고 이를 손흥민이 하프라인부터 치고들어가 토디보와 일대일 찬스를 만들었다. 그를 제친 손흥민은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왼발 슛을 날렸고 볼은 골문을 흔들었다.
손흥민은 이날 득점으로 프리미어리그 통산 득점 총 123골을 기록, 현재 아스널에서 뛰고 있는 전 잉글랜드 국가대표 윙어 라힘 스털링, 1999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트레블 주역인 트리니다드 도바고 축구 영웅 드와이트 요크와 함께 프리미어리그 통산 득점 순위 공동 19위를 찍었다.
손흥민이 32년 역사가 있는 세계 최고의 축구 리그에서 최다 득점 20위 안에 진입한 것이다.
손흥민은 이제 2골을 더 넣으면 125골을 기록 중인 프랑스 레전드 공격수 니콜라 아넬카. 3골을 더 넣으면 해리 케인과 함께 토트넘 역사상 최고 공격수 중 하나로 추앙받는 로비 킨(127골)의 통산 득점 기록을 넘어서게 된다.
지난 7일 손흥민 없을 때 브라이턴 원정에서 2-0으로 앞서가다가 3골 내주고 충격의 역전패를 당했던 토트넘은 이날 손흥민의 안정적인 리딩 속에 4-1 대역전승을 거뒀다.
각종 축구통계매체는 손흥민을 웨스트햄전에서 가장 빼어난 선수로 꼽았다.
'풋몹'에 따르면 손흥민은 이날 31개의 패스를 뿌려 26개를 적중, 84%의 높은 성공률을 자랑했다. 손흥민은 이날 4차례 슈팅을 했는데 슈팅에 대한 기대득점(xG) 총합은 0.28로 나타났다. 그러나 손흥민은 이를 한 골로 완성한 것이다. 지난 시즌부터 극찬받고 있는 손흥민의 골결정력이 다시 한 번 입증됐다.
손흥민은 풋몹에서 8.5점을 획득, 이날 동점포를 터트린 스웨덴 공격수 데얀 쿨루세브스키와 함께 경기 평점 공동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경기 직후엔 토트넘과의 계약을 8개월 남겨둔 선수로서의 많은 감정을 쏟아낸 것이다.
손흥민은 내년 6월까지 토트넘과 계약을 맺고 있다. 토트넘이 이를 1년 연장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으나 아직 공식 발표된 것은 없다.
팬들은 손흥민과의 다년 재계약을 원하지만 이 역시 지금은 요원하다. 이런 상황에서 손흥민이 32살인 자신의 나이를 언급하며 마지막인 것처럼 뛰고 있다고 밝혔으니 팬들 입장에선 손흥민과의 이별을 포함해 여러 생각을 할 수빆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거꾸로 손흥민을 두고 사우디아라비아 유력 구단이나 스페인 라리가 몇몇 구단에서 원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상황이다.
손흥민은 지난달 팬 포럼에선 "우린 축구에서 우리의 미래를 알 수 없다. 난 아직 토트넘과 계약 기간이 남아 있고, 여기서 뛴지 벌써 10년이 됐다. 내가 토트넘에서 얼마나 행복할지 여러분은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축구에서 우리의 미래는 알 수 없고, 나는 단지 이번 시즌에 집중하고 있을 뿐이다. 내가 원하는 건 승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언젠가 내가 이 클럽을 떠나는 날이 오더라도 여러분 모두가 웃는 걸 보고 싶고, 모두가 나를 레전드라고 이야기하는 걸 보고 싶다"며 어떠한 방식으로든 토트넘을 떠나게 되더라도 토트넘 팬들이 자신을 팀의 레전드로 기억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가라바흐전 사전 기자회견에서도 같은 질문을 받은 뒤 "우리는 아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라며 계약 만료가 다가오고 있음에도 구단과 연장 협상에 대해 아무런 이야기도 나누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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