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몇 번째?” 정부, 정책 신뢰성 잃었다…불안만 키워

황인호 2024. 10. 20.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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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이게 몇 번짼가. 이래서 정부를 신뢰할 수 있겠나." 12월 입주를 앞두고 디딤돌 대출을 받으려던 양모씨는 며칠 전까지 지옥과 천국을 오갔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잘 보면 은행을 향하던 비난이 정부로 옮겨간 걸 볼 수 있다"며 "은행을 향한 정부 규제는 방법적 측면을 두고 은행에 책임을 전가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정책대출은 그렇지 않다. 은행은 시키는 대로 할 뿐 운전대를 쥐고 있는 건 정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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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이게 몇 번짼가. 이래서 정부를 신뢰할 수 있겠나.” 12월 입주를 앞두고 디딤돌 대출을 받으려던 양모씨는 며칠 전까지 지옥과 천국을 오갔다. 디딤돌 대출 규제 방침에 놀라 잔금 마련을 위해 이리저리 뛰었다가 연기 방침에 가슴을 쓸어내린 그는 “몸보다 마음이 더 힘들다”고 말했다.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정부의 갈지(之)자 행보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기존 정부 입장에서 손바닥 뒤집듯 달라지는 상황에서도 공지나 유예 기간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일이 반복되자 정부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도 냉소적으로 바뀌고 있다.

20일 은행권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가계부채 억제 조치 일환으로 21일부터 시행하려 했던 디딤돌 규제를 잠정 연기했다. 급작스런 규제에 실수요자 반발이 예상보다 거셌기 때문이다. 디딤돌 대출은 소득 수준 부부합산 6000만원 이하의 무주택 서민이 5억원 이하 집을 살 때 이용하는 대표적인 정부 정책대출이다.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에 KB국민은행은 14일 조치 시행, 17일 21일로 시행 연기, 18일 잠정 연기 등 일주일도 안 돼 세 차례나 방향을 틀어야 했다.

디딤돌 대출 규제에 대한 반발이 거센 건 실수요 서민들이 주 대상인 상황에서 정부 입장이 재차 달라진 때문으로 분석된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정책대출이 집값을 끌어올린 직접 원인은 아니다”며 “정책 대출 대상을 줄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 달 만에 자신의 말을 뒤집었다.

앞서 갑작스런 가계부채 관련 정책 변경이 되풀이된 것도 반발 강도를 높이는 이유가 됐다. 정부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을 일주일 앞두고 연기했고, 은행권에 대출 옥죄기를 사실상 압박했다. 양씨는 “남은 건 불안과 불만밖에 없다. 서민을 위한다는 건 순전히 말뿐”이라고 했다.

그간 쌓인 관치 금융에 대한 불만이 이번 이슈로 터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폭력적 방법도 도마 위에 올랐다. 국토부는 공문 한 장 없이 주택도시기금을 취급하는 시중은행에 구두로 디딤돌 대출 취급을 제한하라고 지시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잘 보면 은행을 향하던 비난이 정부로 옮겨간 걸 볼 수 있다”며 “은행을 향한 정부 규제는 방법적 측면을 두고 은행에 책임을 전가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정책대출은 그렇지 않다. 은행은 시키는 대로 할 뿐 운전대를 쥐고 있는 건 정부”라고 말했다.

정부 정책 신뢰도는 바닥으로 치달았다. 설익은 대책을 내놨다 철회하는 방식으로 수습을 하다 보니 다음 정책을 내놓기도 힘들어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눈에 띄게 줄면서 정책대출 증가세가 부각된 측면이 있다. 국토부 입장에서 눈치가 보였을 것”이라며 “기계적으로 디딤돌 대출 제한 조치를 내놨는데, 안일했다. 이렇게 반발이 심할지 (국토부는) 전혀 예상치 못한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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