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윤상의 세상만사] 다 컸는데 안 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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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기야 '다 컸는데 안 나가요'라는 방송 프로그램까지 나왔다.
높은 물가와 집값 상승으로 청년 2명 중 1명이 '캥거루족'이라는 요즘, 부모님과 함께 살아가는 스타들의 일상을 관찰하는 예능이라는 홍보 문구가 눈에 띈다.
미국 인구조사국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25세에서 34세 사이 남성 19.7%, 여성 12.3%가 부모 집에서 함께 생활하는 캥거루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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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기야 ‘다 컸는데 안 나가요’라는 방송 프로그램까지 나왔다. 높은 물가와 집값 상승으로 청년 2명 중 1명이 ‘캥거루족’이라는 요즘, 부모님과 함께 살아가는 스타들의 일상을 관찰하는 예능이라는 홍보 문구가 눈에 띈다. 이 프로그램이 큰 호응을 얻은 모양이다. 캥거루족이 우리 사회에 흔한 모습이 되었다는 방증일 것이다.
30대 외동아들 문제로 상담하러 온 부모의 표정이 어둡다. 아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까지 다녀온 후 잠깐 취업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그러자 어쩔 수 없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다 그마저도 이내 그만두더니 5년 넘게 부모 집에 눌러앉았다. 쥐꼬리만큼 나오는 국민연금과 노령연금에 기대어 살던 부모는 막노동과 식당일까지 해가며 아들의 생활비까지 부담해야 했다. 이런 아들이 최근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되었단다.
일반적으로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취업하여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이후 분가하거나 결혼을 한다. 하지만 취업에 성공하지 못한 청년은 여전히 부모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상황이 마치 캥거루 새끼가 어미 캥거루의 주머니 품속에 있는 것과 같다고 해서 캥거루족이라 부른다. 이렇게 캥거루족은 학교를 졸업해 자립할 나이가 되었는데도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기대어 사는 젊은이들을 일컫는 용어가 되었다. 유사시 부모라는 단단한 방어막 속으로 숨어버린다는 뜻으로 ‘자라족’이라고도 한다. 2022년 기준으로 부모에게 얹혀사는 우리나라의 20대 비율은 81%나 된다. OECD 36국 중 1위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일본에서는 ‘기생 독신’이라고 하여 부모에게 기생하며 살아가는 미혼 독신의 자녀들을 뜻하는 신조어가 생긴 지 20년이 흘렀다. 영국에서는 부모의 퇴직 연금을 축낸다고 해서 ‘키퍼스’라고 부른다.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미국도 다르지 않다. 미국 인구조사국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25세에서 34세 사이 남성 19.7%, 여성 12.3%가 부모 집에서 함께 생활하는 캥거루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취업 여부와 무관하게 결혼을 하였지만 비싼 주거비용과 육아 문제 등으로 인하여 부모와 함께 사는 세대를 일컫는 ‘신캥거루족’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즉, 경제적, 정서적 혹은 사회적인 이유로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에게 의존하여 함께 사는 세대를 ‘캥거루족’으로 본다면, 결혼 후에도 부모와 함께 사는 세대를 ‘신캥거루족’이라고 볼 수 있다. 30대 후반에서 40대 심지어 50대에 이르기까지 변변한 직업도 없이 부모에게 생활비를 타서 쓰는 사람 숫자가 58만명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캥거루족 문제가 가족을 넘어 사회적·국가적인 문제가 된 지 오래다. 특히 캥거루족으로 인한 ‘실버 푸어’ 양산이 심각하다. 부모가 은퇴한 후 노후를 준비해야 하는데, 자녀를 지원하다 실버 푸어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복지비용이 늘면서 국가의 부담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상담을 마치고 사무실을 나서는 부모의 표정이 ‘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차라리 잘 됐다’고 말하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외부 필자의 기고 및 칼럼은 국민일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엄윤상(법무법인 드림)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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