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명태균 의혹에... 지금 대한민국은 무정부 상태"

이영광 2024. 10. 20.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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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시사평론가 김준일씨

[이영광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필리핀 국빈 방문에 동행한 김건희 여사가 지난 6일 오후 필리핀 마닐라 페닌슐라 호텔에서 열린 동포 만찬 간담회에 참석,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 연합뉴스
'명태균 녹취록'이 한 달 넘게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다. 초반에는 김건희 여사의 총선 공천 개입 의혹이 주된 쟁점이었다. 하지만 이는 김건희 여사와 명태균씨의 국정 농단 의혹으로 확대되면서 의정 갈등 등 현안은 모두 묻히고 있다. 최근 일련의 상황이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개명 이름 최서원)씨의 국정농단과 비슷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금의 정치권을 진단해 보고자 15일 서울 충정로역에서 시사평론가 김준일씨와 만났고 17일 전화 인터뷰로 보완했다. 다음은 김 평론가와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내용이다.

명태균 녹취록에서 중요한 것
 명태균씨.
ⓒ 명태균 페이스북 갈무리
- 명태균 녹취록이 정치권을 한 달 넘게 강타하고 있어요. 현재 상황은 어떻게 보고 계세요?

"국민들께서 매우 혼란스럽고 피곤하다고 생각하실 것 같아요. 저 같은 정치평론가도 매일 녹취록 듣고 행간과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피로하다고 느끼거든요. 하지만 김건희 여사의 국정 개입 등 국정농단 의혹, 그리고 명태균씨 비선 실세 의혹과 불법 여론조사 조작 의혹 같은 걸 해결하지 않으면 대한민국 정치가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고 봅니다."

- 이런 건 원래 정권 말기에나 나오는 거 아닌가요?

"임기 절반이 안 지났는데 이렇게 많은 의혹이 쏟아지는 게 굉장히 이례적이라고 저도 생각합니다. 그만큼 이 정권에서 체계적이지 않고 공사가 구분 안 되는 일들이 굉장히 많이 벌어졌고 도저히 막을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른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 명태균씨를 어떻게 규정할 수 있을까요? 선거 브로커, 정치 브로커, 혹은 '허풍쟁이'가 아니냐는 말도 나옵니다.

"지금 질문에 답이 있는 것 같은데, 이 사람이 아무런 역할이 없었던 허풍쟁이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 브로커라 하더라도 이 정도로 많은 정치인들이 명씨에게 찾아오고 의지하고 또 도움을 요청했다는 것은 이 사람이 효용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거잖아요.

다만 정통파 정치 컨설턴트는 아니에요. 여론조사를 조작했다는 정황도 나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 정치 컨설턴트는 이런 걸 절대 하지 않거든요. 왜냐하면 길게 봐야 하니까요. 명씨는 본인이 얘기했듯이 '그림자'잖아요. 저는 어둠의 정치 컨설턴트라고 봅니다."

- 명태균씨 녹취록에서 중요한 부분이 뭐라고 보세요?

"이게 여러 가지 곁가지가 많아요. 이를테면 지금은 김재원 최고위원하고의 설전도 있고 홍준표 시장하고의 설전도 있고요.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본인을 사기꾼 같다고 (친분을) 부인했을 때 '정치적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란 얘기가 했고요. (하지만) 가십거리에 너무 눈을 돌릴 필요는 없다고 봐요. 결국 최초 시작은 공천 개입 의혹이잖아요. 이걸 검찰 수사가 됐든 특검이 됐든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한다는 게 있는 것 같고요.

또 하나는 지금 이 문제가 불거지면서 나온 여론조사 조작 의혹이 있죠. 윤석열 후보와 관련돼서 당내 경선 그리고 본선 대선 과정에서 미래한국연구소가 여러 차례 공식 미공표 여론조사를 했는데, 여기에서의 조작이 있었다는 의혹에 조금 더 우리가 포커스를 맞춰야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 지금이 2016년 상황과 비슷하다는 의견도 있는데.

"비슷한 점이 있고 다른 것도 있는 것 같아요. 비슷한 점이 첫 번째 소위 말하는 국정농단이나 국정 농단에 버금가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죠. 그때는 최순실(최서원)씨였다면 지금은 김건희 여사가 직접 국정에 개입했고, 김 여사가 명씨에 의지했다는(의혹이)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러나 그때보다 더 심각하게 보는 건 각종 이권 개입이 굉장히 많아 보인다는 점이에요.

다만 그때와 정확하게 다른 게 뭐냐면 보수층에 탄핵 트라우마가 있는 것 같습니다. 2016년에는 태블릿 PC 나오고 연설문을 최순실(최서원)씨가 작성했다는 게 밝혀졌을 때 벌떼처럼 들고일어났잖아요. 근데 지금은 집회에 나가시는 분들이라든지 이런 게 조금 제한적인 것 같아요. 그래서 윤석열 지지율이 국정 수행 지지율이 아직도 20%대로 버틸 수 있는 거 아닌가 합니다."

- 지난 9월 이른바 쌍특검법에 대한 국회 재의결이 있었는데 6표가 부족해서 부결됐죠. 그때 찬성 194표 무효와 기권이 1표였죠. 의미 있을까요? 7월 채 상병 특검법 재의결에서도 194표 나왔는데.

"결국 소위 말하는 국민의힘의 단일 대오가 아직은 깨지지 않았다는 건데 최근에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의 갈등이 심상치 않잖아요. 결국 한동훈 대표도 김건희 여사가 약한 고리라고 보고 강력하게 대통령실에 푸시하고 있기 때문에 선택해야 할 타이밍이 올 것 같습니다.

지난번에는 당론으로 '우리는 부결'이라고 얘기했기 때문에 비밀 투표라고 하더라도 괜히 색출 작업에 들어가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거죠. 그러니 다 안전하게 던졌는데 예를 들면 '이번에는 당론 없습니다. 자유 투표합니다. 여러분의 양심에 따라서 하십시오'라고 당 대표가 얘기하고 추경호 대표는 '이번에도 막아야 됩니다'라고 혼선이 벌어졌을 때 저는 꽤 많은 의원이 이탈할 거라고 보거든요. 결국 그건 소위 말하는 윤한 독대에서 어떤 조치들이 나오느냐에 달렸다고 봐야 될 것 같아요."

- 21일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독대에선 어떤 얘기가 의제로 올라갈까요?

"의제가 적절하게 합의될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왜냐하면 김건희 여사의 활동 자제 같은 걸 용산에서 의제로 받으려고 할지는 잘 모르겠고요. 결국 한동훈 대표는 의제가 사전 조율 되지 않더라도 그 얘기를 무조건 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거기에 가서 그 얘기도 안 할 거면 뭐 하러 독대했냐'란 비판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본인이 할 수 있는 센 발언들을 하고 나올 것으로 보이고요. 윤석열 대통령은 그걸 받아들이기 힘들 거라고 보기 때문에 윤한 갈등이 파국까지는 아니더라도 각자 갈 길을 가는 상황이 될 것 같습니다."

"'오빠'는 누구냐가 중요하지 않은 상황"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중랑구갑)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와 김 여사로 추정되는 인물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를 보여주며 최재해 감사원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 유성호
- 15일 명태균씨가 김건희 여사와 나눈 카톡 일부를 공개했잖아요. 거기 보면 "철없어 떠드는 우리 오빠 용서해 주세요"라고 있죠.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오빠가 김건희 여사의 친오빠를 말하는 거라고 하던데 어떻게 보세요?

"중요한 건 오빠는 누구냐가 중요하지는 않은 상황이 돼버렸습니다. 친오빠가 맞을 수도 있죠. 문제는 국민들이 안 믿는다는 거예요. '이게 왜 윤석열 오빠지 왜 친오빠야?'고 해요. 즉, 이미 신뢰를 잃었죠. 앞으로 더 이런 일이 많이 발생할 텐데 용산에서 해명하더라도 이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죠. 정권 입장에서는 안 좋은 시그널이에요."

- 명태균씨는 김건희 여사와 나눈 카톡이 2000장 있다고 했는데 그게 나올까요?

"2000장이 다 나오지는 않을 겁니다. 그건 압박용이죠. 그게 전부 다 나오지는 않겠지만 본인이 또 뭔가 궁지에 몰렸을 때 하나씩 공개를 하면서 여론의 방향을 틀거나 주목도를 다른 쪽으로 끌려는 거죠. 여론조사 조작 얘기가 나오는데 이걸 공개함으로 인해서 '오빠 논쟁'으로 번져버렸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식으로 언론 플레이를 앞으로도 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것 같습니다."

- 16일 4곳의 기초단체장 선거 결과는 어떻게 보세요?

"많은 언론이 평가하는 대로 이변은 없었다 정도가 맞을 것 같고요. 지난 4월 총선의 전체적인 기류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부산 금정 같은 경우에는 야권에서 승리를 예상하면서 열심히 했는데 돌이켜보면 총선 부산 여론조사에서 18개 지역구 중 15개가 접전이었다고 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전재수 의원 지역구 한 군데 빼놓고는 다 국민의힘이 가져갔거든요. 이번에 투표율이 낮았죠. 보수 유권자들 특히 노년층 중심으로 많이 나와서 결과가 생각보다 많이 차이 난 거 아니냐 이런 생각이 들고요. 민주당의 전략 같은 게 적절하지 않았고 잘못된 것이 있었다고 평가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그럼, 이번 선거로 이재명 대표나 한동훈 대표에 영향이 없을까요?

"한동훈 대표는 좋은 영향이 있겠죠. 어쨌든 당정 차별화를 이번에 선거 전략으로 내세웠는데 아무리 유리한 지역에서의 선거라고 할지라도 본인이 두 지역에서 승리를 거뒀잖아요. 그것이 결국 먹혔다고 특히 친한계에서는 판단할 것이고요. 그래서 한동훈 대표가 다음 주 독대를 앞두고 김건희 여사의 활동 자제해야 한다고 또 한 번 얘기 했잖아요. 당정 관계의 주도권을 가지고 만나면서, 앞으로 매달리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 같고요.

이재명 대표 입장에서는 지면 손해고 이기면 본전인 게임이었어요. 이걸 이겼다고 해서 어마어마하게 이재명 대표 리더십이 확고해지는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왜냐하면 이재명 대표의 당내 리더십은 이미 확고하기 때문에요. 결국 다음 달에 있을 선거법과 위증 교사 선고가 더 중요해졌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 17일 검찰이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리 했는데 이건 어떤 영향을 줄까요?

"국민들이 납득을 못 하겠죠. 김건희 여사이기 때문에 기소조차 안 됐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아마 상당수일 겁니다. 최근에 단독 보도들을 보면 (김 여사가)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과 관련해서 BP(블랙펄) 패밀리 중의 한 명이었다는 정황(진술)이 있죠. 주가 조작도 아닌데 어느 날 보니까 김건희 여사와 장모 최은순씨의 통장에 23억 원의 이익이 남아 있더라잖아요. 이런 걸 국민이 납득 할까요? 만약 김건희 여사가 아니라 제가 그런 활동을 벌였다면 저는 구속과 기소가 안 됐을까요? 결국 이건 검찰이 권력의 눈치를 보고 불기소 한 거고 '검찰이 검찰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거고, 특검 가야죠."

"안 보이는 의정갈등... 김건희·명태균 의혹에 국정 마비"
▲ 응급실로 의대 증원과 관련해 의정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지난 9월 6일 대구 한 상급종합병원에서 의료관계자들이 들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 지난주부터 국정감사가 시작했잖아요. 국감 상황은 어떻게 보세요?

"사실 지난주에 민주당이 모든 상임위에서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의혹들을 다뤘잖아요. 그래서 소위 말해서 변죽은 울렸는데 결정적인 한 방이 부족한 거 아니냐는 생각이 들어요. 이건 민주당의 실력이라고 봐요. 이런 상황에서 예전에 국정감사 잘하는 베테랑 의원들 같은 경우는 이럴 때 딱 하나 잡고 터뜨려서 여론을 확 바꿨는데 이번에는 초선 의원이 많아서인지 아직 그게 눈에 띄지 않습니다. 하지만 다음 주 중에 뭔가 흐름이 바뀔 만한 게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김건희 여사의 십상시가 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이건 어떻게 보세요?

"십상시는 비유적인 표현이죠. 저는 그 숫자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고 보고요. 김대남씨의 발언 통해서 김건희 여사에게 줄을 선 사람이 꽤 있다는 걸 우리가 확인할 수 있었잖아요. 그리고 김대남씨조차도 본인이 7인방에 사실상 못 들어가서 질투한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그러면 중요한 건 김건희 라인을 솎아냈을 때 이 사태가 다 해결이 되느냐인데 그러면 또 다른 7인방이 생기는 거예요. 그 밑에 (누군가는) 번호표 뽑고 기다리고 있는 거죠. 모든 국정을 다 좌지우지하는 분에게 줄 서는 사람이 한두 명이겠냐고요. 결국 김건희 여사의 국정 개입을 완전히 뿌리 뽑지 않으면, 근본적으로 인사로는 해결 안 되는 부분이 있는 거예요.

- 어느 순간 의정 갈등 문제가 안 보이는 데 이건 어떻게 보세요? 중요한 문제잖아요.

"김건희-명태균 때문에 의제에서 밀린 거예요. 근데 그건 다시 반복될 수밖에 없어요. 일단 내년에 의사들 배출 안 되면 군의관·공보의 다 없을 거 아니에요. 그리고 지금 전문의 중심으로 재편한다고 하지만 그게 하루아침에 되는 것도 아니고 여러 가지 국민의 건강권에 대한 침해가 일어나서 사망자가 속출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겨울 되면 여러 가지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요.

정권의 문제는 뭐 하나 깔끔하게 해결되는 것 없이 계속 질질 끄는데, 또 다른 문제로 또 그게 잊혀요. 지금 연금 개혁도 지금 올스톱이에요. 지금 김건희 특검, 명태균 의혹 이것 때문에 지금 모든 국정이 사실상 마비 상태죠. 저는 무정부 상태라고 봅니다."
 김준일 시사평론가
ⓒ 이영광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의소리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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