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한국경제 '우로보로스 딜레마' 직면…양극화·저성장 심화"
[한국경제TV 유주안 기자]
내년도 한국 산업의 영업실적은 개선세를 이어가겠지만 성장세는 올해보다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저성장 속 양극화가 심화하며 또다시 저성장으로 이어지는 '우로보로스 딜레마' 상황에 직면했다는 평가다.
하나금융연구소는 20일 '2025년 일반산업 전망' 보고서를 내고 이같이 전망했다. 금리, 환율, 원자재 등 거시경제 여건이 안정화되는 가운데, 반도체, 조선 등 주요 산업에서 고부가제품 판매는 늘어날 것으로 봤다. 그러나 고령화 가속화와 주요 수출시장의 수요가 둔화되면서 성장세는 올해보다 약화될 것으로 보았다.
연구소는 금리인하에 따라 실질 구매력이 개선되고 소비심리가 살아나면서 올해 부진했던 내수·서비스 업종은 2025년에 소폭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주요 산업별로는, 반도체, 이차전지, 통신, 소매유통 등은 실적 개선이 예상되나, 자동차, 해운, 정유 등은 성장세가 둔화되고, 철강, 석유화학, 건설 등은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소는 2025년 핵심 이슈로 ‘저성장이 불러온 불편한 손님, 양극화’를 꼽았다.
팬데믹 이후 국내 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과거보다 심화되었는데 성장 기회가 있는 일부 분야에 자본과 인력이 집중되면서 사회 전반에 양극화가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면서 저성장으로 인해 양극화가 발생하고 양극화로 인해 저성장이 심화되는 ‘우로보로스의 딜레마’가 현재 국내 산업이 갖고 있는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우로보로스는 자기 꼬리를 물고 있는 뱀으로, 우로보로스 딜레마는 무한하게 반복되는 자기순환 구조에서 발생하는 모순적인 상황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산업 양극화, 기업 양극화, 소비 양극화 등 3가지 측면에서 양극화 심화 현상을 진단했다.
먼저 산업 양극화와 관련해 수출 의존도가 높은 일부 첨단 산업을 중심으로 성장이 집중되는 반면, 내수 중심의 전통 제조업과 서비스업은 상대적으로 부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래 먹거리에 대한 투자기회나 미-중 갈등도 산업 양극화를 가속화시키는 요인으로 보았다.
기업 양극화 측면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실적과 생산성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자동화, 디지털 전환 등 신기술 도입 속도와 활용률 차이로 인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기술 격차가 곧 기업 격차로 이어지는 흐름이 강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소비 측면에서는 금리 인하로 내수 회복의 불씨는 피웠지만 저성장 시대에 벌어진 소득격차와 고령화가 이를 희석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부동산 등 자산 양극화와 부채부담 등으로 저가형과 고가형으로 양분되는 소비 시장 구조가 고착화될 가능성도 높다고 판단했다. C-커머스의 영향력 확대 등 저가형 제품에 대한 접근이 확대되는 것도 소비 시장 분리에 일조한다고 덧붙였다.
하나금융연구소는 이러한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경우 전반적인 경제 활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유진 연구위원은 “저출산 대책 강화, 고른 성장을 위한 중소/중견기업 지원 확대, 신성장 동력 발굴 등 산업/기업 간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연내 최대 변수로 꼽히는 미 대선 결과에 따른 국내 산업 영향과 관련해선 트럼프 재집권시 친환경에너지, 공급망 재편, 무역정책 등에서 큰 폭의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구체적으로 IRA(인플레이션감축법) 축소/폐지에 따른 이차전지, 전기차 산업의 수익성 악화, 미국의 수입 관세 인상으로 인한 철강, 자동차 산업의 수출 위축 등이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방위산업의 경우 글로벌 지정학적 갈등이 고조되며 수출 기회가 확대될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도 제시했다.
김남훈 연구위원은 “2025년 국내 산업은 전반적으로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업종별, 기업 규모별 양극화가 이어질 전망”이라며 “정부와 기업은 이러한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유주안기자 jayou@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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