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체류자 호송 중 연일 도주…경찰 "적극 수갑 채워라"

손성배 2024. 10. 20. 17:4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불법체류자가 경찰관에게 붙잡혔다가 도주하는 모습을 생성형 AI로 구현한 사진. 지난 12일에 이어 16일에 연이어 불법체류자 도주 사건이 발생하자 경찰이 피의자 도주 관련 긴급 회의를 열고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셔터스톡


경찰이 불법 체류자(미등록 외국인) 도주 사건이 연일 벌어지자 적극적인 수갑 사용 등 도주 방지 대책을 전국 시·도경찰청에 지시했다. 올해 피의자 도주 6건 중 5건은 불법 체류자 피의자 검거·호송 과정에서 벌어졌기 때문이다.

20일 각 시·도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청은 지난 17일 피의자 도주 관련 긴급 영상 회의를 진행했다. 지난 16일 전남 나주경찰서에서 태국 국적 불법 체류자인 30대 남성 A씨가 경찰서로 호송되는 과정에서 도주했다가 10시간 만에 붙잡히는 일이 발생하면서다. 앞서 12일엔 서울 강동경찰서에서 아프리카 말리 출신 20대 남성 B씨를 호송 중 놓쳤다가 2시간 만에 붙잡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회의에선 불법 체류자를 체포할 때 적극적으로 수갑을 사용하고, 피의자를 호송할 땐 뒷좌석에 경찰관이 동승하는 것을 철저히 하자는 내용 등이 다뤄졌다고 한다. 적극적 수갑 사용 관련 법무부 출입국사무소의 경우 불법 체류자를 검거할 땐 질병·장애·미성년자 등 수갑 사용이 불합리한 경우를 제외하고 반드시 수갑을 사용하라는 내부 지침을 운용하는 점도 근거로 제시됐다.

경찰 관계자는 “대상자의 불법 체류를 확인해 현행범으로 체포했으면서도 사안이 경미하고 피의자가 순응하는 태도를 보였다는 이유로 수갑을 사용하지 않고 감시를 소홀히 했다가 도주를 차단하지 못한 사례가 연이어 발생했다”며 “체포 피의자 관리를 철저히 하자는 취지에서 경찰청 범죄예방대응국 주관으로 회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갑 찬 사람. 게티이미지


올해 경찰이 체포한 피의자가 도주한 사건은 총 6건으로, 서울 3건·경기남부 2건·전남 1건 등이다. 지난 5월 서울에서 절도 혐의로 체포한 내국인 여성이 도주한 사례를 제외한 나머지 5건 모두 불법 체류자로 조사됐다. 검거 과정에서 피의자가 수사에 협조적이고 사안이 경미하단 이유로 수갑을 사용하지 않은 경우는 4건으로 파악됐다. 전남 나주서·서울 강동서 모두 수갑을 채우지 않은 피의자를 순찰차에 태워 경찰서로 이송한 뒤 하차하는 과정에서 도주가 이뤄졌다고 한다.

경찰청 예규인 ‘현장 경찰관 물리력 행사에 관한 기준’을 보면 체포·호송 시 수갑을 사용하는 건 ‘저(低)위험 물리력’으로 분류된다. 사용 여부는 도주, 폭행, 소요, 자해 등의 위험성이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드러난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돼 있다. 이번 개선책은 도주 사례가 잇따르자 피의자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측면으로 풀이된다.

다만 불법 체류자에 대해서 무조건적인 수갑 사용을 지침으로 하는 건 인권 침해 소지가 있을 수 있단 우려도 있다. 한 이주민 인권단체 관계자는 “불법 체류자가 피의자인 경우에만 특정해서 수갑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라는 건 미등록 외국인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이들을 모두 범죄자로 치부하는 듯한 소지가 있다”라고 했다. 황의갑 경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피의자 검거·호송 과정에서 수갑 사용 등에 대해 처리 규정 등을 보다 더 구체적으로 세워서 현장 경찰관들이 그 절차를 제대로 이행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행정관청에 비치된 외국인통합신청서. 법무부는 올해 4월15일부터 6월30일까지 불법체류 외국인 등 출입국 사범에 대한 정부합동단속을 실시하고 불법체류 외국인 1만756명, 불법 고용주 2천63명, 불법취업·입국 알선자 22명 등 총 1만2841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손성배 기자

손성배 기자 son.sungbae@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