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체류자 호송 중 연일 도주…경찰 "적극 수갑 채워라"
경찰이 불법 체류자(미등록 외국인) 도주 사건이 연일 벌어지자 적극적인 수갑 사용 등 도주 방지 대책을 전국 시·도경찰청에 지시했다. 올해 피의자 도주 6건 중 5건은 불법 체류자 피의자 검거·호송 과정에서 벌어졌기 때문이다.
20일 각 시·도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청은 지난 17일 피의자 도주 관련 긴급 영상 회의를 진행했다. 지난 16일 전남 나주경찰서에서 태국 국적 불법 체류자인 30대 남성 A씨가 경찰서로 호송되는 과정에서 도주했다가 10시간 만에 붙잡히는 일이 발생하면서다. 앞서 12일엔 서울 강동경찰서에서 아프리카 말리 출신 20대 남성 B씨를 호송 중 놓쳤다가 2시간 만에 붙잡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회의에선 불법 체류자를 체포할 때 적극적으로 수갑을 사용하고, 피의자를 호송할 땐 뒷좌석에 경찰관이 동승하는 것을 철저히 하자는 내용 등이 다뤄졌다고 한다. 적극적 수갑 사용 관련 법무부 출입국사무소의 경우 불법 체류자를 검거할 땐 질병·장애·미성년자 등 수갑 사용이 불합리한 경우를 제외하고 반드시 수갑을 사용하라는 내부 지침을 운용하는 점도 근거로 제시됐다.
경찰 관계자는 “대상자의 불법 체류를 확인해 현행범으로 체포했으면서도 사안이 경미하고 피의자가 순응하는 태도를 보였다는 이유로 수갑을 사용하지 않고 감시를 소홀히 했다가 도주를 차단하지 못한 사례가 연이어 발생했다”며 “체포 피의자 관리를 철저히 하자는 취지에서 경찰청 범죄예방대응국 주관으로 회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경찰이 체포한 피의자가 도주한 사건은 총 6건으로, 서울 3건·경기남부 2건·전남 1건 등이다. 지난 5월 서울에서 절도 혐의로 체포한 내국인 여성이 도주한 사례를 제외한 나머지 5건 모두 불법 체류자로 조사됐다. 검거 과정에서 피의자가 수사에 협조적이고 사안이 경미하단 이유로 수갑을 사용하지 않은 경우는 4건으로 파악됐다. 전남 나주서·서울 강동서 모두 수갑을 채우지 않은 피의자를 순찰차에 태워 경찰서로 이송한 뒤 하차하는 과정에서 도주가 이뤄졌다고 한다.
경찰청 예규인 ‘현장 경찰관 물리력 행사에 관한 기준’을 보면 체포·호송 시 수갑을 사용하는 건 ‘저(低)위험 물리력’으로 분류된다. 사용 여부는 도주, 폭행, 소요, 자해 등의 위험성이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드러난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돼 있다. 이번 개선책은 도주 사례가 잇따르자 피의자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측면으로 풀이된다.
다만 불법 체류자에 대해서 무조건적인 수갑 사용을 지침으로 하는 건 인권 침해 소지가 있을 수 있단 우려도 있다. 한 이주민 인권단체 관계자는 “불법 체류자가 피의자인 경우에만 특정해서 수갑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라는 건 미등록 외국인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이들을 모두 범죄자로 치부하는 듯한 소지가 있다”라고 했다. 황의갑 경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피의자 검거·호송 과정에서 수갑 사용 등에 대해 처리 규정 등을 보다 더 구체적으로 세워서 현장 경찰관들이 그 절차를 제대로 이행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손성배 기자 son.sung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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