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축소판 '티셔츠 전쟁'…판매 추세 보면 승부 보인다? [글로벌리포트]

임선영 2024. 10. 20. 05: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내 크리스마스 소원은 미스터 프레지던트(도널드 트럼프)'.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의 온라인 쇼핑몰에 산타클로스 모자를 쓴 채 웃고 있는 트럼프 전 미 대통령 그림과 이런 문구가 담긴 티셔츠가 올라왔다. 다음 달 5일 치르는 미 대선에서 트럼프의 승리를 바라는 지지자들의 염원이 담겼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지지자들도 가만있지 않았다. 산타 모자를 쓰고 옅은 미소를 띤 해리스의 이미지가 들어간 티셔츠엔 이런 메시지가 있다. '마담 프레지던트(해리스)와 함께하는 첫 크리스마스'.

2024년 미국 대선이 10여일 남은 가운데, 지지자들의 '정치 티셔츠' 제작 경쟁이 불붙고 있다. 왼쪽 티셔츠엔 산타클로스 모자를 쓴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 그림에 '마담 프레지던트와 함께하는 첫 크리스마스'라고 적혀 있고, 오른쪽 티셔츠엔 산타 모자를 쓴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 이미지에 '내 크리스마스 소원은 미스터 프레지던트'란 문구가 담겼다. 사진 엣시 홈페이지 캡처


불과 16일 남은 미 대선을 앞두고 '정치 티셔츠 전쟁'이 불붙고 있다. 중앙일보가 미국 내 핸드메이드 제품이 가장 많이 거래되는 온라인 쇼핑몰 엣시(Etsy)를 조사해보니 민주·공화 양당 후보를 주제로 한 티셔츠가 각각 1000개 이상 판매되고 있었다.

이들 정치 티셔츠의 메시지는 '대선 축소판'이나 다름없었다. 대부분 지지자들이나 판매업자들이 제작한 것들로, 지지 후보에 대한 응원이나 상대 후보를 겨냥한 비판을 주로 담았다. 대선의 주요 이슈, 지지층의 염원이 시시각각 반영됐다. "정치 티셔츠를 보면 미 대선이 보인다"는 얘기가 나올 만하다. 외신들도 "그 어느 선거 때보다 정치 티셔츠가 빠르고 다양하게 제작돼 팔리고 있다"(워싱턴포스트)고 전했다.

트럼프 지지자들이 트럼프 지지 의사를 나타내는 티셔츠를 입고 있다. AP=연합뉴스
'국민을 위한 카말라 해리스'라고 적힌 해리스 지지 티셔츠를 입은 해리스 지지자. AP=연합뉴스

'영웅' 묘사, 같은 사안 시각차도

양당 후보 간 초박빙 구도에 후보 교체, 암살 미수 사건 등 우여곡절이 많은 대선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인공지능(AI) 기술의 발달로 이미지 생성이 쉽고 빨라져 과거보다 티셔츠 제작의 문턱이 낮아지고 제작 시간이 단축된 영향도 있다.

각 캠프가 판매하는 공식 티셔츠들과 달리 이들 티셔츠는 내용이 자유롭고 유형이 다양했다. 우선 지지 후보를 '영웅'으로 묘사하는 셔츠들이 많았다. 트럼프가 마블의 영웅 캐릭터 '캡틴 아메리카' 복장을 한 이미지가 들어간 티셔츠가 등장하자, 캡틴 아메리카로 변신한 해리스가 죄수복을 입은 트럼프와 대결하는 티셔츠가 나왔다.

티셔츠 속에서 트럼프는 슈퍼맨·카우보이로 등장했고, 해리스는 원더우먼 또는 캡틴 마블로 묘사됐다. 지난 7월 피격당한 트럼프가 귀에 피를 흘리며 주먹을 치켜든 채 '싸우자!(fight!)'고 외쳤던 장면은 현재까지도 여러 버전이 반영돼 제작되고 있다.

왼쪽부터 해리스를 캡틴 마블로, 트럼프를 캡틴 아메리카로 묘사한 티셔츠. 사진 엣시 홈페이지 캡처
캡틴 아메리카로 변신한 '검사 해리스' 대 죄수복을 입은 '범죄자 트럼프'를 부각한 티셔츠. 사진 엣시 홈페이지 캡처
지지자들에게 트럼프는 티셔츠 속에서 슈퍼맨으로 그려지기도 했다. 사진 엣시 홈페이지 캡처
해리스를 원더우먼으로 묘사한 티셔츠. 사진 엣시 홈페이지 캡처


동일한 사안에 대한 진영 간의 시각차도 티셔츠에 반영됐다. 지난해 8월 트럼프가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혐의로 기소됐을 때 지지자들은 그의 머그샷으로 '절대 굴복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담은 티셔츠를 제작했다. 반면 해리스의 지지자들은 '검사 해리스'와 '범죄자 트럼프'의 대결을 부각한 티셔츠를 만들어 맞불을 놓았다.

지난 9월 TV 토론 당시 "이민자가 개와 고양이를 잡아먹는다"는 트럼프의 발언은 '거짓말 논란'을 불러왔지만, 지지자들은 티셔츠에서 트럼프를 개와 고양이를 불길 속에서 구출하는 영웅으로 그렸다. 공화당 부통령 후보 JD 밴스 상원의원이 해리스를 겨냥한 발언인 '자식 없는 캣 레이디'는 해리스 지지 티셔츠에 역이용되고 있다. 고양이 등에 올라탄 해리스 그림으로 투표를 독려하거나 고양이를 안고 있는 여성들 그림에 '단결하라'는 문구를 넣은 식이다.

"내가 말하고 있잖아"(지난 9월 TV 토론 당시 트럼프) "누구도 코코넛 나무에서 갑자기 떨어지지 않았다"(지난해 5월 연설 중 해리스) 등과 같이 화제가 된 발언도 티셔츠에 자주 등장했다. 티셔츠 가격은 개당 1~80달러(약 1300원~10만8000원)로 천차만별이다.

해리스가 말해서 화제가 된 '누구도 코코넛 나무에서 갑자기 떨어지지 않았다'란 문구와 고양이 그림이 인쇄된 티셔츠. JD 밴스 공화당 부통령 후보는 해리스를 겨냥해 '자식 없는 캣 레이디'란 발언을 했는데, 이를 역이용해 친근한 해리스의 이미지를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 엣시 홈페이지 캡처
지난 9월 TV 토론 당시 트럼프가 해리스에게 '내가 말하고 있잖아'라고 말하는 장면을 묘사한 티셔츠. 사진 엣시 홈페이지 캡처


트럼프를 불길 속에서 개와 고양이를 구출하는 영웅으로 묘사한 티셔츠. 사진 엣시 홈페이지 캡처

판매 경향 보면 선거 판세 읽혀

정치 티셔츠의 판매 추세는 선거 판세, 지지자 동향 등을 엿보는 단서가 된다. WP는 판매상들을 인용해 민주당 후보가 조 바이든 대통령에서 해리스로 교체된 후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 티셔츠 수요가 급증했다고 전했다. 부통령 후보임에도 이례적으로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의 티셔츠가 해리스와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팔리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해리스 지지자 사이에선 밴스를 조롱하는 티셔츠도 인기다.

해리스와 함께 민주당 부통령 후보 팀 월즈가 그려진 티셔츠. 사진 엣시 홈페이지 캡처


또 해리스 티셔츠는 월즈·바이든 등 다른 사람과 함께 등장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트럼프 티셔츠는 트럼프 '단독 주연'인 게 많다. 트럼프 지지층에겐 해리스 진영을 겨냥한 비판이 담긴 티셔츠가 인기라고 한다. 해리스와 트럼프 티셔츠의 구체적인 판매량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 판매상은 WP에 "(체감상) 인기는 비슷하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연설 무대 등에서 춤추는 여러 모습을 인쇄한 티셔츠. 사진 엣시 홈페이지 캡처


전문가들은 정치 티셔츠에 상당한 홍보 효과가 있다고 평했다. 미 인디아나대 패션디자인과 헤더 아쿠 교수는 "집 앞마당에 세워둔 후보 지지 표지판은 이웃만 보고 말지만, 입고 어디든 다닐 수 있는 티셔츠는 다수에게 친밀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다"고 설명했다.


티셔츠 인기, 선거 결과 연관성은

이 때문에 트럼프와 해리스의 캠프에서도 후보의 이름 등이 들어간 수십 종류의 공식 티셔츠를 판매하고 있다. 이들 티셔츠는 모자, 양말 등 다른 굿즈들과 함께 정치 후원금을 모으는 효자 역할도 하고 있다.

다만, 지지자나 판매업자가 제작하는 비공식 티셔츠들은 이미지 도용 등 저작권 문제를 안고 있다. 아울러 지난달 트럼프 캠프는 해리스를 공개 지지한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콘서트 기념 티셔츠와 유사한 디자인의 티셔츠를 선보여 모방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디자인 모방 논란에 휩싸인 트럼프 캠프가 판매한 티셔츠(왼쪽)와 스위프트의 콘서트 기념 티셔츠. 사진 X·테일러 스위프트 공식 스토어 캡처


국립미역사박물관에 따르면 미국에서 최초로 등장한 정치 티셔츠는 1948년 대선에서 해리 S. 트루먼(민주당)에게 패배한 토마스 E. 듀이(공화당)의 캠페인 티셔츠다. 1960년대 미국 내 민권운동, 베트남전쟁 반전 시위 등을 계기로 티셔츠가 정치적 견해를 표현하는 도구로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왼쪽부터 각각 해리스와 트럼프 캠프에서 판매하는 공식 티셔츠. 사진 트럼프, 해리스 공식 스토어 캡처


물론 정치 티셔츠 판매량이 반드시 선거 결과와 직결되는 건 아니다. 2016년과 2020년 대선 당시 트럼프 티셔츠의 인기는 각각 상대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과 바이든을 압도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2016년 대선에서 승리한 반면 2020년엔 고배를 마셨다. 오는 5일 웃게 될 최후의 주인공은 누가될지 세계의 눈과 귀가 미 대선에 쏠리고 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