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문화] 아비뇽 페스티벌 예술감독 “연극의 본질은 공동체가 된다는 것”

장지영 2024. 10. 19.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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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7월 열리는 프랑스의 아비뇽 페스티벌은 세계적인 공연예술 축제다.

지난해 예술감독으로 취임한 인물은 포르투갈 배우이자 극작가 겸 연출가인 티아구 호드리게스(47)다.

1947년 아비뇽 페스티벌이 시작된 이래 프랑스 국적이 아닌 예술가가 예술감독을 맡는 것은 호드리게스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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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아구 호드리게스, ‘바이 하트’ 출연
시력잃은 할머니 부탁에서 시작된 연극
“연결되는 경험 때문에 공연 보러 와”
티아구 호드리게스 아비뇽 페스티벌 예술감독이 지난 16일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서 공연되는 자신의 대표작 ‘바이 하트’ 포스터 앞에 서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 제공


매년 7월 열리는 프랑스의 아비뇽 페스티벌은 세계적인 공연예술 축제다. 지난해 예술감독으로 취임한 인물은 포르투갈 배우이자 극작가 겸 연출가인 티아구 호드리게스(47)다. 1947년 아비뇽 페스티벌이 시작된 이래 프랑스 국적이 아닌 예술가가 예술감독을 맡는 것은 호드리게스가 처음이다.

호드리게스는 스무 살부터 극단에 들어가 연기와 극작 등의 경험을 쌓았다. 그리고 2003년 자신의 극단 ‘문도 페르페이토 컴퍼니’를 설립한 뒤 문학적 상상력과 시적 언어가 돋보이는 작품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20대부터 유럽 주요 극장이 사랑하는 예술가의 반열에 올랐다.

그가 대표작 중 하나인 ‘바이 하트’(By heart)를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서 선보인다. 18~20일 대학로극장 쿼드에 올라가는 ‘바이 하트’는 ‘외워서’라는 뜻으로, 그가 직접 출연해 관객 10명에게 시를 외우게 하는 과정을 다룬다. 앞서 또 다른 대표작 ‘소프루’가 지난 2022년 국립극장에서 공연된 적 있지만, 당시엔 그가 차기 아비뇽 페스티벌 예술감독으로 임명된 직후라 한국에 올 수 없었다. 이번 공연을 위해 서울에 온 그를 만나 ‘바이 하트’를 비롯해 작품세계에 대해 물어봤다.

그는 “2013년 리스본에서 초연한 ‘바이 하트’는 어린 시절 내게 문학의 즐거움을 알려줬던 할머니가 시력을 잃으면서 했던 부탁이 계기가 됐다. 93세였던 할머니는 ‘이제 눈으로 책을 읽지 못하니까 외워서 마음 속으로 독서를 해야겠다’며 내게 책들을 부탁했다”면서 “당시 할머니를 위해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시작으로 조지 스타이너,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레이 브래드버리 같은 작가들의 시를 골랐다. 그리고 이 과정을 모티브로 연극으로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공연된 ‘바이 하트’의 한 장면. 예술경영지원센터 제공


‘바이 하트’에서 호드리게스가 선택한 작가들의 연결고리는 무엇일까. 그리고 무대 위에서 함께 시를 외운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그는 “미로 같은 작가들의 연결고리를 굳이 이야기하자면 기억하고 외우는 것이 사랑의 행위라는 사실과 관련 있다”면서 “특히 시를 혼자가 아니라 함께 외우는 것은 하나의 공동체가 된다는 점에서 정치적인 행위라고 생각한다. 공동체는 연극 작업의 본질과 믿음”이라고 강조했다.

공연마다 자발적으로 무대에 올라오는 관객 10명은 어떤 시가 나올지 전혀 알지 못한 채 배우게 된다. 그동안 여러 나라에서 이 작품이 공연됐지만, 그가 공연을 이끄는 데 언어의 장벽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는 “언어가 달라도 시를 함께 외운다는 행위가 강한 유대감을 만든다”면서 “포르투갈어, 영어, 스페인어, 프랑스어를 알지만 그 언어를 안다고 해서 무대에서 배우들을 100% 제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언어를 벗어나면 배우들의 연기를 비롯해 다른 부분이 보이고 들린다”고 피력했다.

극장의 인간 프롬프터를 다룬 ‘소프루’를 비롯해 이번 ‘바이 하트’까지 그의 작품은 메타연극이 많다. 메타연극은 연극에 대한 연극, 즉 연극 자체에 대해 이야기하고 고민하는 연극이다. 그는 “아무래도 내가 가장 잘 아는 게 연극이다 보니 메타연극을 만들게 되는 것 같다”면서 “다른 장르는 혼자서도 즐길 수 있지만, 공연은 함께 즐겨야 하는 예술이다. 모든 것이 집으로 빠르게 배달되는 시대에 극장에 공연을 보러오는 것은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함께 ‘연결’되는 경험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이 극장에 올 수 있도록 공연을 잘 모르는 13세 소년과 공연을 잘 아는 47세 연출가인 나에게 모두 어필할 수 있는 연극을 만들기 위해 고민한다”고 덧붙였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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