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122㎜ 포탄

고승욱 2024. 10. 19.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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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년 러일전쟁에서 패한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는 세계 최고의 무기제조업체 독일 크룹사에 신형 대포를 주문했다.

당시 유럽에 막 등장한 구경 6인치급(155㎜) 대포는 기존 4인치급(105㎜)에 비해 사거리가 길고 파괴력이 좋았지만 너무 무거워 운용이 어려웠다.

이때부터 러시아의 대포는 122㎜로 굳어졌다.

1937년 소련군 참모총장 알렉산드르 예고로프는 122㎜를 유지키로 최종 결정하고, 신형 대포 개발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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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욱 수석논설위원


1905년 러일전쟁에서 패한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는 세계 최고의 무기제조업체 독일 크룹사에 신형 대포를 주문했다. 당시 유럽에 막 등장한 구경 6인치급(155㎜) 대포는 기존 4인치급(105㎜)에 비해 사거리가 길고 파괴력이 좋았지만 너무 무거워 운용이 어려웠다. 그는 중간인 5인치급(122㎜)을 선택해 곡사포 M1909를 납품받았다. 니콜라이 2세는 이듬해 프랑스 업체 슈나이더에 같은 5인치급 M1910을 구매했다.

이때부터 러시아의 대포는 122㎜로 굳어졌다. 볼셰비키혁명 이후 업그레이드 버전 M1909/37, M1910/30이 나왔지만 구경을 바꾸지 않았다. 2차대전 직전 영국, 프랑스가 사용하는 105㎜로의 전환을 심각하게 고민했지만 전군에 보급한 탄환과 포신의 전면 교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1937년 소련군 참모총장 알렉산드르 예고로프는 122㎜를 유지키로 최종 결정하고, 신형 대포 개발에 착수했다. 그 결과 나온 것이 M1938(M30)이다. AK47 소총만큼 각국에서 장기간 애용된 전설의 M30 곡사포는 이렇게 등장했다.

M30이 2차대전에서 소련군 주력 화기로 활약하자 각국은 이를 앞다퉈 도입했다. 중국은 1952년 소련의 지원 아래 M30(54식 곡사포)을 자체 생산해 인민해방군의 주력 화기로 삼았다. 폴란드, 루마니아 등 동유럽 국가와 우크라이나 등 중앙아시아 국가도 122㎜가 표준이다. 북한, 베트남, 몽골 등은 물론이고 서방과 대립했던 중동·아프리카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105㎜ 와 155㎜를 표준 구경으로 정한 것과 대조된다.

최근 북한의 122㎜ 로켓포탄이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이어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에게도 전달됐다는 증거가 속속 나오고 있다. 소련·중국이 무기를 지원한 많은 나라가 122㎜ 탄약을 사용하는데, 세계적으로 재고가 많은 북한이 새로운 공급원으로 떠오른 것이다. 주민들은 배를 곯는데, 전쟁터를 돌며 위험한 도박을 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고승욱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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