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서 테니스…탁구·당구도 무인으로

조동현 매경이코노미 기자(cho.donghyun@mk.co.kr), 김나연 매경이코노미 인턴기자(skdus3390@naver.com) 2024. 10. 18.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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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매장도 무인 시대

# 지난 10월 8일 오전 9시 30분, 서울 강남구청역 인근에 위치한 무인 테니스장 ‘써티올24’를 찾았다. 반기는 이는 없지만 당황할 필요는 없다. 공용 테니스 라켓이 비치돼 있고 코트 이용은 온라인 예약 후 전화번호를 키오스크에 입력하면 된다. 키오스크에 휴대폰 번호를 입력하니 ‘초보자’ ‘중급자’ ‘숙련자’ 등 레벨 선택 화면이 뜬다. ‘초보자’를 누르면 ‘코스 선택’ 화면으로 이어진다. ‘포핸드’ ‘백핸드’ ‘센터’ ‘발리’ 중 공이 코트 가운데로 날아오는 ‘센터’를 택했다. 공 높이와 속도도 조절할 수 있어 개인 운동 실력에 맞춘 구질 선택이 가능하다.

30분간 기계에서 날아오는 공을 ‘팡팡’ 쳐내다 보면 스트레스가 저절로 풀린다. 코트에 따라 1만~2만원 사이 요금을 내면 30분간 이용이 가능하다. 24시간 이용 가능해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점도 매력이다. 써티올24 관계자는 “퇴근 후 늦은 시간에도 운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직장인 커플이 데이트 장소로도 자주 찾는다”고 귀띔했다.

스포츠 활동에도 ‘무인 바람’이 불어온다. 사람 대신 ‘로봇’과 함께 운동해야 한다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무인 스포츠 매장이 급격히 늘어나는 중이다. 상대적으로 익숙한 골프뿐 아니라 테니스·탁구·당구, 심지어 무인 필라테스숍까지 생겨나는 추세다.

예비 창업자는 스포츠 지도자 등 비싼 인건비를 아낄 수 있어 고정 비용이 절감된다. 고객은 시간·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서울 강남구청역 인근에 위치한 무인 테니스장 ‘써티올24’. 기계에서 날아오는 공을 ‘팡팡’ 쳐내다 보면 스트레스가 저절로 풀린다. (윤관식 기자)
탁구 로봇과 일대일 ‘맞짱’

‘출입 인증제’로 관리도 수월

탁구도 이제 혼자서 즐길 수 있는 스포츠가 됐다. 단순히 공간만 대여하는 무인 탁구대를 넘어 ‘로봇 탁구대’까지 등장한 덕분이다. 서울 성신여대역 인근 무인 탁구장 ‘짱탁구장’ 내부에는 무인 탁구대 4개와 로봇 탁구대 1개가 놓여 있다. 매장 입구에 놓인 흰색 탁구화를 신고 입장하면 탁구공·탁구 라켓 등 정갈히 진열돼 있는 탁구용품이 방문객을 반긴다.

2인 이상 탁구 경기를 진행할 수 있는 무인 탁구대는 30분에 7000원, 혼자서도 탁구를 칠 수 있는 1인 로봇 탁구 게임 가격은 5분에 2000원이다. 약 5분 동안 2초에 1번 간격으로 탁구공이 기계에서 날아온다. 못 쳐서 떨어진 공은 탁구대 옆 경사를 따라 내려가며 자동 정리된다. 24시간 무인으로 운영되지만 딱히 직원 도움이 필요한 상황은 생기지 않았다. 짱탁구장 사장은 “직원 관리를 하지 않아도 되니 스트레스가 확 준다”며 “올해 3월 오픈 이후 매출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 4월과 비교하면 8월 매출은 2배 이상 늘었다”고 들려줬다.

당구 같은 다른 스포츠 종목에서도 무인 매장은 비슷하게 운영된다. 예약 번호와 전화번호를 입력해야 입장할 수 있고 키오스크나 사전 예약을 통해 결제하는 방식이다. 운동에 필요한 비품은 깔끔하게 진열돼 있다. 매장 점주는 고객 사용 시간에 맞춰 간간이 용품을 정리하고 청소를 해주면 다른 할 일이 없다.

무인 스포츠 매장이 늘어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스포츠 레저 인구가 급성장하는 가운데, 운동을 즐길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은 한정적이다. 함께 운동할 사람을 찾는 것도 일이다. 무인 스포츠 매장에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주윤황 장안대 유통경영과 교수는 “무인 매장은 고객이 타인과 접촉을 최소화하면서 자신만의 운동을 가능하게 만든다”며 “운동을 하면서 괜한 감정이나 대면 접촉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분석했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는 “밤 시간대에도 예약을 자동으로 처리해 점포 가동률이 높다”며 “언제든지 고객이 원할 때 운동할 수 있어 바쁜 직장인이나 학생들도 자신의 스케줄에 맞춰 자유롭게 운동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무인 스포츠 매장이 확산하는 배경에는 무인 매장 시스템 기술 발전도 한몫한다. 출입 제어 시스템과 키오스크 기술의 고도화 덕분에 24시간 언제든지 이용 가능한 무인 스포츠 매장이 증가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 데이터 자료를 보면 전 세계 무인 계산대 시장은 2016년 2조8000억원에서 2022년 5조200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커졌다. 부산 사상구에 있는 한 무인 당구장 사장은 “부업으로 운영 중인데, 24시간 운영에 인건비는 0원”이라며 “보안 업체와 협력한 번호 인증제로 운영되고 있어 실시간 출입 관리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무인 카페·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 등이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무인 시스템 자체에 대한 거부감도 많이 줄었다. 지난해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무인 매장을 한 번이라도 이용해본 사람은 전체 응답자(1000명) 중 91%에 달했다.

서울 성신여대역 인근 무인 탁구장 ‘짱탁구장’. 1인 로봇 탁구 게임 가격은 5분에 2000원이다. 약 5분 동안 2초에 1번 간격으로 탁구공이 기계에서 날아온다. (김나연 인턴기자)
무인 스포츠 매장 창업 전망은

고가 스포츠 기구 구입은 ‘신중히’

무인 스포츠 매장 창업 비용은 얼마나 들까. 한국프랜차이즈협회에 따르면, 종목마다 창업 비용이 천차만별이다. 가령 무인 탁구장 ‘짱탁구장’ 창업 비용은 임대료와 권리금을 제외한 35평 매장 기준 약 1억3000만원 수준이다. 무인 당구장 ‘작당’의 경우 60평으로 평수가 크지만 창업 비용이 9400만원 수준이다. 어떤 기계를 몇 대나 구입·대여하는지에 따라 비용이 달라진다.

인건비를 확 낮출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다. 특히 스포츠 관련 업종은 매장 운영에 지도자 라이선스 등 자격을 갖춘 인원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무인 운영 시에는 인건비가 높은 인력이 필요하지 않은 만큼, 무인 스포츠 매장이 더욱 매력적인 대안으로 떠오른다는 평가다. 무인 매장 관리 서비스 ‘브라우니’를 운영하는 권민재 하이어엑스 대표는 “스포츠 매장 무인화는 인건비 문제뿐 아니라 인력 관리에 대한 스트레스를 해결해준다”며 “흔히 말해 잠을 자도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단, 창업을 고려하는 이라면 스포츠 기계 등 관련 기구를 신중히 고를 필요가 있다. 업종에 따라 스포츠 기구 가격이 매우 높은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매장을 잘 꾸미고 관리해도 비싼 비용을 지불한 기기 만족도가 낮으면 고객 재방문율이 확연히 떨어질 수 있다.

기계 오류나 즉각적인 고객 요구, 고객 부상 등 돌발 상황에 신속히 대응하지 못한다는 점도 리스크다.

무인 스포츠 매장에 대한 모호한 법적 규제 역시 업계의 숙제로 꼽힌다. 가령 헬스장은 현행법상 체육 지도자가 상주해야 하는 규정이 있어 무인 매장 운영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필라테스와 기타 무인 스포츠 매장 등 다른 운동 시설에서는 이런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모두 ‘기구’를 사용하는 운동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법적 기준이 일관되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주윤황 교수는 “무인화가 대세가 된 사회적 변화와 기술 발전에 맞춰 관련 규제를 정기적으로 검토하고 수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동현 기자 cho.donghyun@mk.co.kr, 김나연 인턴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0호 (2024.10.16~2024.10.2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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