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라희 전 리움 관장 '적십자 인도장 금장' 수상…"40여년 조용한 봉사"

한덕수 국무총리(오른쪽 네 번째)가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대한적십자사 창립 119주년 기념식에서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왼쪽 네 번째) 등 내빈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이 18일 대한적십자사 창립 119주년 기념식에서 ‘적십자 인도장 금장’을 받았다. 이 상은 인도주의 이념 구현과 적십자 사업 발전에 공헌한 개인과 단체에 주는 상이다.

대한적십자사는 “1990년부터 34년간 여성봉사 특별자문위원으로서 봉사원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훈련비 지원과 재난구호 및 사회봉사 관련 기부로 나눔을 실천해온 공로를 인정해 홍 전 관장에게 상을 수여했다”고 밝혔다.

홍 전 관장은 여성봉사 특별자문위원회를 통해 국내외 재난구호 및 피해복구 성금을 지원해 왔고, 취약계층 어르신과 아동을 위한 연말 사랑의 선물 제작과 미혼모 위기가정 지원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2016년 출범한 대한적십자사 고액 기부자 모임인 한국 ‘레드크로스 아너스 클럽(Red Cross Honors Club)’ 창립회원이기도 하다. 이 클럽은 미국ㆍ영국 등 주요 선진국 적십자에서도 운영 중인데, 한국 레드크로스 아너스 클럽은 해외 적십자와의 교류를 통해 국내 나눔 문화 확산에 기여하고, 봉사활동과 국제구호활동에 참여하는 등 대한적십자사의 인도주의 사업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홍 전 관장은 대한적십자사가 주최하는 바자회에도 10년 넘게 꾸준히 참여해 직접 옷을 판매하는 ‘일일 점원’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그의 ‘조용한 선행’은 40여 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1981년 한센병 환자 거주 지역인 ‘성(聖)라자로마을’을 찾아 지원한 게 대표적이다. 1980년 여성 불자 모임인 불이회가 주관한 한 강연에서 “한센병 환자들이 쓴 약을 먹는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게 계기였다고 한다. 홍 전 관장은 약과 함께 설탕을 트럭에 실어 성라자로마을로 보냈고, 이듬해 1월부터 매년 마을을 찾아 한센인들이 1년 동안 먹을 수 있는 참기름ㆍ식용유ㆍ햄ㆍ과일 등 선물을 전달하고 만두ㆍ떡국을 끓여 먹을 육수ㆍ떡 등도 기부했다. 또 공용 화장실 개축에 수억 원을 후원하고 직접 봉사활동을 하면서 환자들과 격의 없이 환담을 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성라자로마을돕기회 상임고문인 봉두완 전 의원은 과거 한 언론 인터뷰에서 “(홍 전 관장이) 이건희 선대회장의 생일인 1월 9일만 되면 조용히 봉사활동을 하고 갔다. 많은 이들이 후원하다 말다 했는데 홍 여사는 한해도 거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19일 경기 용인시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서 열린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30주년 기념식에서 새롭게 활동을 시작하는 안내견들과 시각장애인 파트너,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윌리엄 손튼 세계안내견협회장, 홍원학 삼성화재 사장, 박태진 삼성화재안내견학교 교장. 연합뉴스

단체에 주어지는 적십자 인도장 금장의 영예는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 돌아갔다. 대한적십자사는 “1993년 장애인 보조견 개념을 국내에 처음 도입해 현재까지 300마리의 안내견을 양성하고 시각장애인에게 무상으로 기증해 시각장애인의 이동권 향상에 기여해왔다”고 시상 이유를 밝혔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는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과 홍 전 관장의 나눔정신을 담은 곳이다. 홍 전 관장은 지난해 경기 용인시에서 열린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30주년 기념식에 이재용 회장과 직접 참석했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는 이 선대회장의 “인식을 바꾸는 문화적 업그레이드야말로 사회복지의 핵심이고, 기업이 사회에 되돌려줄 수 있는 가장 본질적인 재투자”라는 철학에서 시작됐다. 30주년 기념식에서 홍 전 관장은 “선대회장님이 생전에 굉장히 관심을 두고 노력하던 사업이라 오늘 기념식을 봤으면 참 좋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념식에서 적십자 봉사원 임영자 씨(81)가 ‘적십자 인도주의 활동’ 공로로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적십자 서울지사 오륜봉사회 봉사원인 임씨는 지난 43년간 5만8000여 시간 동안 봉사를 실천하며 지역사회 복지 증진을 위해 노력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37년간 기부와 봉사에 헌신하며 누적 기부액이 43억원에 달하는 김영자 승산나눔재단 이사장(85)은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았다.

1973년부터 현재까지 전혈헌혈 93회와 성분헌혈 656회 등 749회에 걸쳐 자신의 피 300ℓ가량을 기부한 황의선 씨(70)는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았다. 적십자 봉사원 홍준길 씨(67), 2006년부터 누적 126억원을 기부한 은행연합회 등에 적십자 인도주의 활동 공로로 국민포장과 대통령표창 등 정부포상 총 27건이 수여됐다.

적십자 인도주의 활동 유공 정부포상은 올해 처음으로 마련된 상이다. 이외에 자원봉사나 청소년적십자 활성화 등 공로로 98명이 보건복지부ㆍ여성가족부 장관상을 받았고, 국민의 건강과 생명 보호에 힘쓴 4만3722명이 적십자 포장ㆍ표창을 수상했다.

이에스더 기자 rhee.esth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