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 있는' 두 에이스의 완벽투... LG 1-0 승리

김승한 2024. 10. 18.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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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LG 트윈스 PO 3차전 벼랑 끝 승리... 데일리 MVP 임찬규

[김승한 기자]

 17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3차전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6회 초 LG 선발 투수 임찬규가 교체되며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LG 트윈스가 17일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삼성 라이온즈에 1-0 진땀승을 거뒀다. 이로써 PO 시리즈 스코어를 1-2로 만들며 한 경기 만회했다.

결승타는 5회 말 나온 홍창기의 1점 희생플라이였다. PO에 들어 다소 침체된 LG의 타선은 추가점을 뽑지 못했지만, 임찬규와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가 1점차 리드를 지키며 팀을 4차전으로 견인했다. 삼성은 큰 타구를 여럿 외야에 보냈지만, 넓은 잠실야구장을 넘기지 못하며 1점도 얻지 못하고 패배했다.

LG에게는 더 이상 목숨이 없었다. 1, 2차전을 모두 내줬기에 3차전을 내주면 그대로 시즌 종료였다. 4차전을 구상할 여유는 없었다. 염경엽 LG 감독도 "3차전에 에르난데스를 비롯해 가능한 모든 투수를 투입할 것"이라며 총력전을 예고했다.

삼성도 여유로운 입장은 아니었다. 반드시 3차전을 잡아 3-0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해야 했다. 코너 시볼드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포스트시즌 선발 마운드 구상이 삐걱거리고 있고, 2차전에서 구자욱이 주루 플레이 과정에서 좌측 무릎 내측 인대 미세 손상 부상을 당하면서 전력에 손실이 많아졌다.

삼성은 이미 한국시리즈 구상에 들어갔다. 불안 요소가 많은 삼성에게 KS의 키는 검증된 에이스 대니 레예스다. 그를 최대한 많이 KS에 등판시키는 것이 삼성의 목표고, 그것이 삼성이 PO에 임하는 자세다.

그를 위해서 삼성은 3차전을 무조건 잡아야 했다. 3차전을 잡으면 긴 휴식을 얻음과 동시에, KIA 타이거즈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 대니 레예스를 등판시킬 수 있었다. 반대로, 3차전을 패배하면 4차전에 대니 레예스를 소모하게 되어 한국시리즈 구상에 큰 애로사항이 생길 것이었기에 꼭 이겨야 했다.

타자 친화 구장인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KBO리그에서 가장 큰 야구장인 서울종합운동장 잠실야구장으로 경기장을 옮기는 것 역시 관전 포인트였다. 삼성은 대구에서 치른 1, 2차전 동안 무려 8홈런을 터뜨리며 두 경기 모두 압승을 거뒀다. 과연 삼성의 홈런 군단이 잠실에서도 포를 쏘아 올릴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선발 맞대결에서는 LG가 웃었다. LG의 선발투수 임찬규는 준PO에서 완벽한 피칭을 선보이며 시리즈 MVP를 가져간 팀의 에이스였다. 반면 삼성은 선발 경험이 뚜렷하지 않은 황동재가 스타팅 라인업에 올랐다.

대구에서 LG의 뛰는 야구는 삼성의 배터리에 꽁꽁 묶였다. 준PO 동안 팀 도루가 무려 12개에 달했던 LG는 1, 2차전 동안 단 1도루에 그쳤다. 홈인 잠실에서는 LG의 기동력이 살아날지도 키 포인트였다.

살얼음판 리드 지켜낸 LG

타격전이 예상된 것이 무색하게 3차전은 치열한 투수전의 양상을 띠었다. 4회 말 종료 시까지 양 팀의 마운드는 무실점으로 호투를 펼쳤다.

5회 말 LG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좌완 이승현을 상대로 박동원이 볼넷을 얻어냈고, 박해민의 희생번트로 1사 2루가 됐다. 문성주가 안타를 때려 1사 1, 3루가 됐고, 후속 타자 홍창기가 좌익수 희생플라이 아웃을 만들어내며 1점 선취점을 가져왔다. 1:0으로 LG가 리드를 잡았고, 이것이 양 팀을 통틀어 3차전의 유일한 득점이었다.

LG의 선발투수 임찬규는 6회 초 1사까지 LG의 마운드를 지켰다. 이날 임찬규는 5.1이닝 3피안타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팀의 에이스 역할을 했다.

삼성의 윤정빈이 이어 올라온 에르난데스를 상대로 커다란 타구를 올렸지만, 담장 바로 앞에서 잡혔다. 넓은 잠실야구장이 아니었다면 홈런이 됐을 타구였기에 LG는 가슴을 쓸어내렸고, 삼성은 아쉬움에 고개를 떨궜다.

에르난데스가 삼성의 홈런 군단 타선을 완전히 잠재우며 아슬아슬한 리드를 지켰다. 7회 초, 2사에서 김영웅의 3루타가 터졌지만 후속 타자를 잡아내며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무리했다. 이어 9회 초에 3타자를 모두 삼진 아웃 처리하며 뒷문을 닫았고, LG가 PO 3차전에서 1-0으로 삼성에 승리를 거뒀다.

승리를 견인한 두 '사연 있는' 에이스

LG의 선발투수 임찬규는 준PO에 이어 PO에서도 5.1이닝 무실점 완벽투를 펼쳤고, 3차전 데일리 MVP를 가져갔다. 임찬규는 지금까지 16.2이닝 2실점 ERA 1.08이라는 환상적인 포스트시즌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그는 이번 가을 들어 명실상부 LG의 프랜차이즈 토종 에이스로 거듭났다.

어려움도 있었다. 임찬규는 2022시즌 부진하며 FA 재수라는 고배를 삼켰고, 지난해 좋은 활약을 펼치며 FA 계약에 성공했지만 총액 중에서 절반에 가까운 금액이 옵션이었기에 아쉬움이 남았다. 거기에 시즌 초 부상과 부진이 겹치며 고난을 겪었다. 그러나 이번 포스트시즌에 임찬규는 이런 역경을 딛고 일어나 '가을 바보'라는 불명예스러운 칭호를 완전히 떨쳐내며 LG의 자랑스러운 에이스로 환골탈태했다.

뒷문을 지킨 에르난데스 역시 압도적인 피칭으로 팬들에게 무한한 환호를 받고 있다. LG 팬들에게 각별한 존재인 케이시 켈리를 대신해 데려온 투수기에, 에르난데스를 향한 걱정스러운 시선이 많았다. 정규시즌 선발투수로서 기대에 못 미치는 투구를 보여줘 그는 팬들에게 적지 않은 실망을 안겨줬다. 시즌 도중 불펜 등판을 거부하는 모습에 "팀에 애정이 적은 것 같다"고 느끼는 팬들도 많았다.
 17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3차전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8회 초 2사 1, 2루 LG 에르난데스가 삼성 디아즈를 유격수 앞 땅볼로 처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러나 에르난데스 또한 이번 포스트시즌 들어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오를 때는 장타 허용이 잦아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불펜으로 등판하자 강한 패스트볼 구위와 빠른 템포가 빛을 발해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단기전에서 잦은 불펜 등판이 외국인 투수로서는 꺼려질 수 있으나, 에르난데스는 마다하지 않고 준PO에서 전 경기 출장하는 투혼을 보여주며 '엘동원'이라는 별명까지 얻어냈다. 그는 이번 가을 6경기 11이닝 무실점, ERA 0의 완벽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LG는 두 에이스만으로 영봉승을 가져오며 피홈런 8개로 내준 1, 2차전의 패배를 설욕했다. 여전히 벼랑 끝에 내몰려 있지만, 한국시리즈 진출은 지금도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다. 지난해 kt wiz가 플레이오프에서 0-2로 뒤지고 있다가 3경기를 내리 승리해 리버스 스윕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바 있다.

18일 4차전의 양 팀의 선발투수 매치업은 대니 레예스(삼성)와 디트릭 엔스(LG)로 예고됐다. 이날 잠실은 비 예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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