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한 해리스, 막판 '막말 전사' 돌변…"트럼프와 달리 손해" 왜

강태화 2024. 10. 18.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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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막판 지지율 정체에 부딪힌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캠프의 선거 운동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한 '네거티브 공세'에 집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투표에 임박해 네거티브 전략으로 전환한 것 자체가 해리스 캠프의 위기감을 드러낼 뿐 아니라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중앙일보가 확보한 7대 경합주 유권자들의 소셜 미디어(SNS) 태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해리스 측의 네거티브 전략은 유권자들의 기대치와 상당한 온도차를 보인다.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지난 14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진행한 유세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미지를 띄워놓은 채 트럼프에 대한 네거티브성 비난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AP=연합뉴스


‘미래’ 내세웠던 해리스…막판 ‘막말 전사’ 돌변

워싱턴포스트(WP)는 16일(현지시간) 해리스 캠프의 핵심 관계자를 인용해 “지난주 해리스가 트럼프의 말을 활용해 트럼프에게 불리하게 쓰고 싶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자신의 비전을 홍보하는 대신 트럼프의 실제 발언으로 ‘트럼프 2기’의 위험성을 부각하겠다는 의미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빌의 윌리엄스 아레나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는 지난 14일(월요일) 펜실베이니아 유세부터 적용됐다. 해리스는 연설 중 돌연 “영상을 틀어달라”고 했고, 유세장엔 “내부의 적인 급진 좌파 광인들은 중국·러시아보다 위험하다”는 등의 트럼프의 발언 영상이 상영됐다.

이어 해리스는 “엄청난 위험(huge risk)·위험하다(dangerous)·제정신이 아니다(unhinged)”라는 등의 거친 언사로 트럼프를 비난했다. 유세의 절반 이상이 트럼프를 비난하는 방식으로 채워졌다. 유세장 밖에서도 해리스는 “트럼프의 비전은 파시즘”이라거나, “그의 정신이 괜찮길 바란다”는 등의 발언을 이어갔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지난 14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진행한 유세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미지를 띄워놓은 채 트럼프에 대한 네거티브성 비난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해리스는 이날 유세 연설의 절반 이상을 트럼프의 실제 발언을 상영하고 이를 비난하는 형식으로 채웠다. AP=연합뉴스


경합지 여론…“해리스는 누구?” “4년간 뭐했나”

하지만 자신을 알리기보다 상대방을 비판하는 데 집중하는 네거티브 전략은 트럼프에 비해 덜 알려진 해리스 본인에 대해 궁금해 하는 유권자들, 특히 부동층에게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근영 디자이너

중앙일보가 입수한 미국의 SNS 분석회사 ‘임팩트 소셜(Impact Social)’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7대 경합주 유권자들이 작성한 4만여건의 SNS 게시물 중 22%가 해리스에 대한 긍정론을, 30%가 부정론을 담고 있었다. 중립적 여론은 48%였다. 반면 트럼프는 긍정과 부정, 중립적 여론은 각각 10%·20%·70%를 기록했다.

특히 해리스에 대한 부정적 게시글 가운데 절대적 반감(46%)을 나타낸 글을 빼면 해리스가 부통령으로서 행한 성과(23%)와 해리스가 주도했던 이민정책에 대한 해명(6%)을 요구하는 여론이 많았다. 이들 중도층의 표를 얻기 위해선 해리스의 설명과 비전 제시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박경민 기자


임팩트 소셜이 예시한 유권자들의 요구 중엔 “해리스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해리스의 비전을 요청하거나 “4년간 왜 국경정책을 포기했나” 등의 부통령으로서의 해명을 요구하는 내용이 많았다. 전통적 지지층이었던 흑인과 소수인종 사이에선 “왜 흑인을 득표를 위한 장기의 ‘졸(pawn)’로 여기느냐”, “표를 위해 우리를 대변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박경민 기자

네거티브 전략에 집중하는 해리스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에 대한 대중의 이미지는 굳어져 있는 상태에서 덜 알려진 해리스가 네거티브에 집중할 경우 오히려 이미지만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론조사가 놓친 단서…‘덜 나빠진’ 트럼프

해리스의 네거티브 전략이 역효과를 낼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는 해리스에 대한 SNS 여론이 4년전 바이든 대통령이 출마했을 때보다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임팩트 소셜이 경합주 유권자들의 SNS 게시물을 긍정과 부정 지표로 재분류한 결과, 해리스는 바이든을 대신해 민주당 대선 후보로 등판한 직후인 8월초 +10포인트의 긍정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었다. 당시 트럼프의 지표는 -8포인트였다.

정근영 디자이너


그러나 해리스의 해당 지표는 9월말 -11까지 떨어져 트럼프와의 격차가 7포인트로 좁혀졌다. 해리스는 지난달 11일 ‘판정승’을 거둔 TV토론 직후 격차를 24포인트로 넓혔지만, 토론 이후 오히려 해리스는 부정여론, 트럼프는 긍정여론이 많아졌다. 9월말 현재 두 사람의 격차는 2포인트로 줄었다. 해리스 입장에선 트럼프에 비해 긍정 평가를 받는 후보였다가 두달만에 트럼프와 크게 다르지 않은 후보가 된 셈이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더글라스에서 존 모딘 미국 국경 순찰대 투손 지부장과 함께 미국-멕시코 국경을 방문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에서 이민정책을 주도했던 해리스는 트럼프가 주장하는 불법이민자 폭증에 대한 공격을 효과적으로 방어하지 못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임팩트 소셜은 보고서에서 “평가에 큰 변화가 없는 트럼프를 공격하는 것보다 해리스에 대한 확신이 없는 경합주 유권자를 설득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네거티브로 전환한) 해리스가 간과한 것은 트럼프가 4년전보다 경합주에서 더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네거티브는 해리스 본연의 이미지 손상 우려”

맥 셸리 아이오와주립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날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네거티브는 선거에서 고전하는 쪽에서 주로 사용되는 전략”이라며 “상대를 깎아내리기 위한 일반적인 전략이지만, 공정하고 신중하다는 이미지를 구축해온 해리스에게는 자신의 기존 이미지를 손상할 리스크가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달 23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을 대신해 민주당 후보로 나선 이후 해리스에 대한 막말성 네거티브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어 셸리 교수는 “미국 정치에선 일반적으로 여성 후보의 네거티브 전략이 남성 후보보다 덜 자연스럽게 해석되는 경우가 많다”며 “2016년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그들이 낮아지면 우리가 높아진다’는 네거티브으로 트럼프를 악마화했지만, 오히려 트럼프의 지지자들만 결집하게 했던 사례가 대표적”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트럼프가 구사하는 네거티브에 대해선 “이미 대중들에게 고정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트럼프의 경우 허풍과 거짓말, 위협적인 언행에 따른 마이너스 효과보다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플러스 효과가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며 “유권자들이 이미 ‘큰 거짓말’을 통해 결집을 반복해온 역대 우파 강성 남성 후보들에게 익숙해져 있다는 점 역시 트럼프가 네거티브에 전념하는 배경”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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