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 이시바 일본 총리는 조기총선에서 생환할까
미국·한국 및 자유 세계는 일본 정치 리더십의 안정성이 필요하다. 도널드 트럼프 집권 시 미국의 영향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중국의 강압적 움직임이 커지며, 러시아의 뻔뻔한 군사적 확장주의와 북한·이란의 위험한 핵확산 움직임 와중에 일본은 지정학적 안정성의 한 축을 담당했다.
아베 신조 총리 시절 그의 비전을 기반으로 일본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프레임워크’을 통해 주요 해양 민주주의 국가들의 전략적 일치를 위해 앞장서 왔다. 일본은 경제 안보와 규칙 형성에서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은 집단 안보 강화를 가능케 하는 헌법 해석에다 국내총생산(GDP)의 2%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국방비를 통해 안보 분야에서 더 큰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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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시바의 성공은 전 세계에 중요
총선 승리해야 숨 쉴 공간 생겨
매년 총리 바뀌면 세계에도 불행
」
미국이나 호주 같은 국가의 정책 입안자들이 볼 때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는 활발하게 평화에 기여했고, 한·일 관계 등 아베 전 총리가 등한시했던 분야를 메우는 역할을 제대로 했다. 하지만 일본 유권자들은 그렇게 보지 않은 듯하다. 기시다 내각은 정치 자금 스캔들로 휘청거렸고 일본 유권자에게 제대로 된 인플레 관리 대책을 보여주지 못했다.
지난 9월 기시다 총리가 자민당 총재직 재출마 포기를 선언했을 때 차기 총리 후보군은 다양했다.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 여성 정치인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 등 최종 후보 세 명은 모두 아베 전 총리의 전략적 유산을 계승했다. 그러나 각각의 스타일과 경험은 판이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의 승리는 포퓰리즘 정책과 ‘반아베’의 청렴 이미지 부각, 다카이치의 집권을 막으려 한 자민당 온건파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그러나 이시바의 자민당 총재직은 시작부터 삐걱거린다. 당내 지지 세력이 취약하기 때문에 아베와 기시다 전 총리의 전략 기조를 따를 것임을 당내 주류에게 보여줘야 했고, 이 때문에 인기 요인이던 그의 비전이 후퇴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이시바 총리는 동남아시아 정상들이 비판해온 ‘아시아판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창설이라는 자신의 선거 공약에서 한발 물러섰다. 과세 강화와 원자력의 단계적 폐기라는 포퓰리즘적 정책에서도 후퇴했다.
아직 유일하게 물러서지 않은 공약이 있다면 미·일 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이다. 그런데 이는 미·일 동맹에 큰 타격을 줄 수 있기에 참모들이 조정을 권고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난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이시바 총리의 임기 초반 지지율은 51%다. 최근 전임자들이 70% 이상의 지지율로 임기를 시작했던 것과 대비된다. 일본 야당은 유약하고 분열돼 있지만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가 입헌민주당 총재로 선출돼 이시바 총리가 조금이라도 실정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시바 총리에게 자산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야당은 27일 조기 총선에서 승리할 정도의 의석수 확보에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만약 이시바 총리가 승리한다면 숨 쉴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정책적으로 일부 후퇴했지만, 비리에 연루된 자민당 의원 12명을 공천 배제해 정치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유권자의 호응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상황이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입헌민주당이 비록 다수당이 될 가능성은 없으나 자민당의 연정이 와해할 가능성은 있다. 그렇게 되면 자민당은 극우 소수정당과 손을 잡을 수밖에 없는데 이는 이시바 총리에게 큰 상처가 될 것이다.
일본 유권자들은 이번 총선에서 미래를 결정한다. 전혀 새로운 전략적 방향은 어렵더라도 매년 총리를 갈아치우는 패턴으로 회귀한다면 이는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에도 불행이다.
2006~2012년 일본은 총리가 여섯 번 바뀌었다. 서태평양 지역의 지정학적 공백은 아마도 미국 정치의 전략적 불확실성과 러시아·중국·북한의 강압적 행태 증대와 맞물릴 것이다. 아베 전 총리는 이런 방향에 제동을 걸었고 그의 후임자들도 그러했다. 이시바 총리가 국내외적으로 이 거친 파고를 잘 넘길 바란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마이클 그린 호주 시드니대 미국학센터 소장·미국 CSIS 키신저 석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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