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혜란의 쇼미더컬처] 행여나 한강문학상을 추진하려 한다면

강혜란 2024. 10. 18.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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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란 문화선임기자

오는 20일 막을 내리는 경기도자(陶瓷)비엔날레를 지난 12일 방문했다. 생소한 명칭과 달리 현장에 가니 북적북적한 전시관에 환경·소수자·이주민 문제를 환기하는 작품들이 번득이고 있었다. 2001년 경기도 세계도자기엑스포를 계기로 시작된 이 비엔날레는 조선 관요(官窯) 전통이 있는 경기도 광주와 도자 산업을 잇고 있는 여주·이천을 삼각벨트로 묶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한다. 건물(이천 경기도자미술관 등)을 짓는 비용이 포함됐겠지만 첫해 1000억원대 마중물을 부어 25년째 쌓은 성과가 작지 않다. 올해 국제공모전에는 70여 개국 작가 1500여 명이 참가했고, 이렇게 네트워크를 쌓아 확보한 작품을 아카이브로 축적한다. 초창기 신인으로 소개한 작가가 국제적으로 발돋움하면서 국내 유망주들이 세계 진출을 모색하는 자극제가 되기도 한다.

제12회 경기도자비엔날레(10월 20일까지)의 주제전에 선보인 맹욱재의 작품 ‘몽중림(夢中 林)’. [사진 경기도자비엔날레]

현장에서 만난 비엔날레 관계자들은 지자체의 예산 지원이 예전만 못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올해 같은 경우 30억원을 여주·이천·광주가 나눠 운영하다 보니 국제행사 규모에 걸맞은 활기가 부족한 게 사실이다. 맞비교할 순 없지만 올해 30주년을 맞은 광주비엔날레 예산은 150억원대에 이른다. 달리 생각하면 청주(공예)·대전(과학예술)·대구(사진)·창원(조각) 등 웬만한 지자체마다 장르를 쪼개 가며 비엔날레를 개최하고 있으니 아무리 미술 수요가 팽창하고 있다 한들 이들 모두에 관심과 지원이 충족되긴 어렵다. 애초에 출범부터 각 지자체가 미술계의 혁신 장려보단 관광이나 도시마케팅에 욕심을 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비엔날레가 하나의 기폭제가 될 순 있어도 눈에 띄는 산업적 성과가 단기간에 나오긴 어렵다. 야심찬 지자체장이라면 본인 임기에 새로운 분야에서 공적을 내고 싶어 할 테고, 그때마다 각 비엔날레는 이리저리 춤추는 예산에 ‘심장 쫄깃’해질 것이다.

소설가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받은 걸 계기로 일각에서 한강 문학관 설립, 한강 국제문학상 제정 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엊그제 서울국제작가축제 등 기존 행사를 묶어서 ‘2025 대한민국 문학축제’로 확대 개최하는 방안을 토의했다고 한다. 한강의 수상은 마땅히 함께 축하하고 기뻐할 일이고, 그간 침체했던 문학·출판 분야에 활기를 북돋울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 문제는 이 분위기를 타고 우후죽순 한강문학상·한강문학제가 생겨났다가 관심이 사그라질 때쯤 ‘계륵’ 신세가 되는 것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22년 조사에 따르면 국내에서 시행되는 주요 문학상 숫자가 350여 개에 이른다고 한다. 그간 상이 부족해서 ‘문학의 위기’가 거론된 것도 아닌 셈이다. 오히려 그 많은 상 가운데 노벨문학상·부커상 같은 국제적 위상을 갖춘 게 없다는 게 아픈 대목이 아닐까. 각종 비엔날레의 열기가 ‘집안 잔치’에 그치는 걸 보며 드는 생각이다.

강혜란 문화선임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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