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석천의 컷 cut] 진짜 나를 보여주겠다는 각오
천재는 왜 요절하는 것일까? 재능이 시대를 넘어서면서 당대의 상식과 불화하고 갈등하기 때문 아닐까. 그 과정에서 모든 에너지를 소진해버리는 건 아닐까. 하긴 시대가 제 자리를 순순히 내주진 않을 테니.
영화 ‘엘비스’는 전설적인 스타 엘비스 프레슬리의 일대기를 다루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가 등장했던 1950년대 미국 사회를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당시 인종차별 속에 엄격한 ‘흑백 분리’ 정책이 시행되고 있었다. 흑인은 같은 버스에 타도 다른 좌석에 앉아야 했고, 행사장 구획도 따로 정해져 있었다.
그런 사회에서 백인이 흑인의 장르였던 R&B를 선보인다는 것은 충격이었다. 특히, 신들린 듯 다리를 떨고 골반을 흔드는 엘비스의 춤은 열광과 반발을 동시에 불렀다. 기성언론은 “저속하고 음란하다”는 딱지를 붙이고, 급기야 ‘TV 출연금지 청원’까지 제기된다. 그는 갈림길에 선다. 내 스타일을 밀고 나갈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엘비스’가 될 것인가.
한 시대의 일부 그룹과 불화한다는 건 어렵지 않다. 그 정도의 소음은 오히려 장사가 된다. 그러나 주류와 맞선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술에 물 탄 듯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면 정체성이 사라진다. 경계에 서지 않으면 달라지는 것은 없다.
“손가락 하나만 까딱해보라고.” 공권력은 엘비스를 을러댄다. 고민을 끝낸 걸까. 무대 위에 선 그는 잠시 청중을 바라보다 오른손을 치켜들고 새끼 손가락을 까딱거린다. “결국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해요. 뉴욕 사람들은 나를 바꿀 수 없어요. 진짜 엘비스(real Elvis)를 보여드릴께요!”
‘나 자신을 산다’는 건 천재만 어려운 게 아니다. 우리도 평범한 일상에서 겪는 딜레마다. 엘비스처럼 “길을 잃어도 진짜 나로 돌아가려는” 안간힘을 다하지 않는 한 밀려갈 수밖에 없다. 정처 없이, 끝간 데 없이.
권석천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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