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수니와 칠공주

한승주 2024. 10. 18.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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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들은 모두 공부시켰쓰. 딸이라고 나만 학교 구경 못했쓰." 경북 칠곡 8인조 할머니 래퍼그룹 '수니와 칠공주'의 랩 가사 중 일부다.

할머니들은 인생의 애환이 담긴 직접 쓴 시를 바탕으로 랩 가사를 만들고 공연도 했다.

"우리가 빠지면 랩이 아니지"라고 외치는 칠곡 할매들은 지난해 8월 창단했다.

"마지막 숨을 내쉬는 순간까지 랩을 하기로 새끼손가락을 걸고 엄지손가락으로 도장 찍었던" 수니와 칠공주 중 한 명인 서무석(87) 할머니가 지난 15일 별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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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주 논설위원


“오빠들은 모두 공부시켰쓰. 딸이라고 나만 학교 구경 못했쓰.” 경북 칠곡 8인조 할머니 래퍼그룹 ‘수니와 칠공주’의 랩 가사 중 일부다. 평균 연령 85세, 이들의 출발은 한글 떼기였다. 칠곡군 지천면 신4리 마을회관에 모여 정우정 강사의 도움으로 한글을 배웠다. 자기 이름을 쓸 수 있게 된 뒤 처음 간 곳은 은행. 자신 있게 이름을 적으며 사인을 했다. 할머니들은 인생의 애환이 담긴 직접 쓴 시를 바탕으로 랩 가사를 만들고 공연도 했다. 죽을 판 살 판 일만 해온 할머니들에게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결혼 후 처음으로 화장을 하고 머리도 매만졌다. 수니와 칠공주라고 적힌 검은색 단체 티셔츠를 맞추고 모자와 목걸이 헤어밴드로 한껏 꾸몄다. 그룹 이름은 리더 박점순 할머니의 이름에서 따왔다.

“우리가 빠지면 랩이 아니지”라고 외치는 칠곡 할매들은 지난해 8월 창단했다. 데뷔 1년여, 인생의 황혼기에 식지 않은 열정을 보여준 이들은 유명해졌다. KBS 인간극장과 아침마당 등 각종 방송 프로그램에 70여회 출연했고, 로이터통신 AP NHK 등 주요 외신에 소개됐다. 상업 광고를 촬영하고 정책 홍보 영상도 찍었다. 무대에도 30여 차례 올랐다. ‘K할매’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졌다. 팬클럽도 결성됐다.

“마지막 숨을 내쉬는 순간까지 랩을 하기로 새끼손가락을 걸고 엄지손가락으로 도장 찍었던” 수니와 칠공주 중 한 명인 서무석(87) 할머니가 지난 15일 별세했다. 서 할머니는 올해 초 림프종 혈액암 진단과 함께 시한부 3개월 판정을 받았지만 가족을 제외한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랩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멤버들도 몰랐다. 이달 초 서울에서 열린 공연에도 참석했을 정도로 남은 불꽃을 태웠다. 영정 속 서 할머니는 검정 단체복을 입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 멤버들도 같은 옷을 맞춰 입고 그 앞에 섰다. 스피커에서 음악이 나오자 “무석이가 빠지면 랩이 아니지”라며 눈물을 훔쳤다. 창단 멤버의 마지막 완전체 공연이었다.

한승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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