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도이치 사건 불기소 발표…한동훈, 하루 두번 김여사 공세
10·16 재·보궐선거 결전의 여파 속에 검찰의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 불기소 처분이 맞물린 17일 정치권이 김 여사 문제를 놓고 전방위로 충돌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김 여사 문제와 관련해 ‘대외 활동 중단’ 등 3대 해법을 공개 제시했고, 대통령실에선 “한 대표가 대통령과 만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불쾌감을 표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의 불기소는 면죄부를 준 것이라며, 한층 강화된 김 여사 특검법을 재발의하는 등 대여 총공세 태세로 돌입했다.
한 대표는 1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 광역의원 연수에 참석한 뒤 검찰이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불기소 처분한 것에 대해 “외부에서 수사 기록을 다 알 수 없으니 뭐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검찰의 설명이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 정도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용산이)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킬 조치를 신속히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당 고위 관계자는 “불기소 처분이 김 여사 리스크를 털고 국민을 납득시킬 계기가 아니라 외려 민심을 자극할 악재라는 판단이 깔렸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최재훈) 수사팀은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했다. 2020년 4월 고발이 이뤄진 지 4년 반 만이다.
한 대표는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행동과 의혹의 단초를 제공하고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 민심이 극도로 나빠진 것”이라며 작심한 듯 김 여사 문제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을 향해 세 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한 대표는 “첫째로 김 여사와 관련한 대통령실의 인적 쇄신이 시급하다”며 “인적 쇄신은 꼭 어떤 잘못에 대응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민심을 위한 정치를 위해 과감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여사가 대선 당시 약속한 대로 대외활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불기소, 국민 납득할지 봐야” 야당 “심우정·이창수 탄핵”
한 대표가 재·보선 다음 날 용산을 압박하자 “윤석열 대통령과의 차별화 전략으로 선거에서 선전했다는 판단이 깔렸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번 재·보선에서 국민의힘은 부산 금정구청장, 인천 강화군수 선거를, 더불어민주당은 전남 곡성·영광 군수 선거에서 각각 이겼다. 신지호 부총장은 라디오에서 “한 대표가 ‘여당 내 야당 노선’을 표방한 것이 주효했다”고 주장했다. 친한계 의원은 “한 대표가 ‘김 여사 리스크를 방어하자’고 외쳤으면 과연 선거에서 이겼겠나”라고 반문했다.
김 여사 불기소 처분에 따른 역풍을 줄이고자 한 대표가 평소보다 더 강하게 여사 문제를 비판했다는 해석도 있다. 김종혁 최고위원은 “김 여사 사건을 (기소 후) 법정에서 방어하는 것보다 특검법 공세를 방어하는 게 더 어렵다”며 “우리가 먼저 작정하고 여사 문제를 풀지 않고서는 야당의 특검법 공세를 막기 힘들다는 게 한 대표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한 대표의 3대 요구에 “입장이 없다”며 공식 대응을 자제했다. 하지만 참모들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들끓었다. 내주 초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만남이 협의 중인 상황을 거론하며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 만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내부 분열 언행은 곤란하다”고 불쾌감도 드러냈다. 동시에 “이번 선거는 야당은 탄핵, 한 대표는 대통령 부부를 공격하는 상황에서 유권자들이 보수 궤멸 위기를 느끼고 투표장에 나온 측면도 있었다”는 반응도 보였다. 보수의 민심을 거스르는 건 한 대표라는 취지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선거 결과에 대해 “4+1개혁(연금·의료·교육·노동+저출생)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라는 민의라 생각한다.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국민의 뜻을 받아들여 바꾸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도 17일 강원도 강릉 ‘바르게살기운동 전국회원대회’에서 “많은 저항이 있고 어려움이 있지만 4대 개혁은 반드시 완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일단 내주 초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회동은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설령 두 사람이 정치적 현안을 두고 충돌하거나,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더라도 당 대표와의 만남 자체는 필요하다는 참모들의 의견을 윤 대통령이 수용했다고 한다. 날짜는 오는 21일이나 22일이 유력하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 무혐의에 대해선 “별도의 입장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용산과 여권 내부에선 “김 여사가 오히려 별건수사의 피해자”라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여권 관계자는 “10년 전 주가조작 사건을 조사한 전례가 없다. 지난 정부에서 김 여사를 겨냥해 불법 별건수사를 벌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관련자들의 통화 녹음에 김 여사가 공범이 아니라는 명백한 증거가 있었다”며 “그런데도 수사를 계속 이어갔다는 점에서 오히려 김 여사가 피해자”라고 말했다.
야권은 검찰의 김 여사 불기소 처분에 “면죄부를 줬다”며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검찰이 의지 자체가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 지금까지 나온 모든 의혹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특검법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조승래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검찰이 기소권을 독점할 자격이 없음을 똑똑히 보여줬다”며 비난했다.
민주당은 회의 종료 직후 범위가 더욱 확장된 ‘김건희 특검법’을 재발의했다. 이번 특검법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디올백 수수 의혹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등 기존의 8개 의혹에 ▶지방선거·총선 공천 개입 의혹 ▶명태균씨를 통한 불법 여론조사 의혹 ▶명씨의 여론조사 조작 의혹 등 5개 의혹이 추가됐다.
당내 ‘김건희 심판본부’를 이끄는 김민석 최고위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김건희의 개, 김건희의 집단 국선변호인”이라고 검찰을 강도 높게 비난하며 “심우정 검찰총장, 이창수 중앙지검장 등 직무유기 및 은폐 공범 전원을 탄핵하겠다”고 예고했다. 민주당 검찰독재대책위원회도 기자회견을 열고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고서야 이럴 순 없다”며 “탄핵 후속조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검찰청을 쪼개는 이른바 ‘검찰청 해체법’도 조만간 당론 발의하기로 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SNS를 통해 “국회에서 검찰개혁법 심의를 즉각 시작하자”고 가세했다.
손국희·박태인·윤지원·김정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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