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티’ 사업 키워 새로운 100년 준비 [CEO LOUNGE]

김경민 매경이코노미 기자(kmkim@mk.co.kr) 2024. 10. 17.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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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100주년 맞은 삼양그룹 김건호 전략총괄사장

삼양그룹이 창립 100주년을 맞아 야심 찬 미래 비전을 내놨다. 새로운 100년의 역사를 시작하겠다는 포부다.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장남이자 오너가 4세인 김건호 삼양홀딩스 전략총괄사장(41)이 직접 비전을 발표하면서 화제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1983년생/ 미국 리하이대 재무학/ 2014년 삼양사 입사/ 삼양사 해외팀장/ 삼양사 글로벌성장팀장/ 삼양홀딩스 글로벌성장PU(Performance Unit)장/ 휴비스 미래전략주관(사장)/ 2023년 말 삼양홀딩스 전략총괄사장(현) [일러스트 : 강유나]
오너 4세 김건호 경영 전면 나서

100주년 기념식서 소명·비전 발표

삼양그룹은 지난 10월 1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그룹 창립 100주년 기념식에서 “새로운 시대에 삼양이 추구하는 바를 다시 새기고, 새로운 100년의 역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삼양그룹은 ‘생활의 잠재력을 깨웁니다. 인류의 미래를 바꿉니다’를 새로운 소명으로 제시했다. 또한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소재와 솔루션을 통해 인류의 미래를 바꾸는 글로벌 파트너’를 기업 비전으로 선포했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네빌 브로디와 협업해 만든 기업이미지(CI)도 선보였다. 100년 역사를 통해 축적한 기술력과 전문성을 ‘SAMYANG’이라는 글씨에 담아내기 위해 CI 로고를 새롭게 디자인했다.

소명과 비전 발표는 김건호 삼양홀딩스 전략총괄사장이 맡아 눈길을 끌었다. 김 사장은 “100년 전 배고픈 국민을 위해 농장으로 시작한 삼양이 성장과 혁신을 거듭해 반도체, 유전자 치료제 같은 글로벌 첨단 산업에 도전하고 있다”며 “화학, 식품, 의약바이오, 패키징 등 삼양그룹 사업 영역 전체에 헬스 앤 웰니스(Health & Wellness), 첨단 소재(Advanced Materials)를 핵심으로 더 건강하고 더 편리한 삶을 위한 혁신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경영 전면에 나선 김건호 사장은 2007년 미국 리하이대를 졸업하고 JP모건 애널리스트로 근무하다 2014년 삼양사에 입사했다. 이후 삼양사 해외팀장과 글로벌성장팀장을 맡았고 삼양홀딩스에서는 글로벌성장PU(Performance Unit)장, 경영총괄사무 등을 지냈다.

2021년 말에는 휴비스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화학·섬유 소재 전문기업 휴비스는 삼양사와 SK케미칼 합작사다. 지난해 말에는 삼양홀딩스 전략총괄사장에 오르면서 미래전략, 재무를 총괄하는 등 그룹 살림을 챙겨왔다. 전략총괄사장은 삼양그룹의 성장전략과 재무를 모두 책임지는 자리로 지난해 처음 신설됐다. 그만큼 김건호 사장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의미다.

삼양홀딩스는 삼양사, 삼남석유화학, 삼양패키징, 삼양이노켐 등을 자회사로 둔 사업 지주회사다. 김건호 사장의 부친인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등 특수관계인이 41.93%를 보유했다. 김건호 사장 지분은 2.92%다.

김건호 사장은 삼양그룹 4세 중 유일하게 그룹 경영에 참여하는 인물로도 눈길을 끈다. 삼양그룹은 사촌 경영 체제를 이어오면서 3세인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과 김량 삼양사 부회장(각각 김상홍 삼양그룹 명예회장 아들), 김원 삼양사 부회장과 김정 삼양패키징 부회장(각각 김상하 삼양그룹 명예회장(김상홍 명예회장의 동생) 아들)이 경영하고 있다.

신사업 진출 속도

폴리카보네이트, 배터리 소재 눈길

삼양그룹은 김건호 사장의 증조부인 故 수당 김연수 명예회장이 1924년 창업한 기업형 농장 ‘삼수사’가 모태다.

핵심 계열사는 삼양사다. 1955년 울산제당공장을 설립한 이후 설탕, 전분당, 밀가루, 유지 등 모든 식품의 기초가 되는 소재식품을 공급해왔다. 기초식품을 바탕으로 대체 감미료 ‘알룰로스’, 수용성 식이섬유 ‘난소화성말토덱스트린’ 등 스페셜티 식품 소재까지 사업 영역을 넓혀왔다.

식품 사업이 안착하면서 삼양은 화학 등 신사업에 잇따라 진출했다. 한때 식품 사업이 삼양그룹 매출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최근에는 화학과 식품 사업 비중이 6 대 4로 어느 정도 균형을 이뤘다는 평가다.

삼양사는 2022년 재생 폴리카보네이트(PCR PC·Post-Consumer Recycled Polycarbonate) 원료가 90% 이상 함유된 친환경 폴리카보네이트(PC)를 국내 최초로 개발하고, 친환경 난연 폴리카보네이트 개발에도 성공했다. 소각 시 유독가스를 유발하는 난연제를 첨가하지 않고 분자결합 구조를 변경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폴리카보네이트는 열가소성 플라스틱으로 용기, 병이나 건축자재, 자동차 부품 등에 쓰인다. 삼양사는 지난해 매출 1조9988억원, 영업이익 651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38% 증가하는 등 실적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도 공을 들이는 중이다. 최근 전기차 배터리 소재 기업 솔리드아이오닉스의 고체전해질 제조공장을 확장, 이전했다고 밝혔다. 삼양사는 솔리드아이오닉스의 2대 주주다. 강원 강릉에 위치한 신공장에서는 전고체 배터리 핵심 소재인 고체전해질과 주원료인 황화리튬(Li2S)을 생산한다. 연간 생산 규모는 고체전해질 소립자 기준 약 24t이다. 삼양사 관계자는 “신공장에는 자체 보유한 인공지능(AI) 생산 시스템을 적용해 생산 수율 향상과 운영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삼양사는 배터리 소재 사업을 키우기 위해 리튬이온 배터리에 쓰이는 전해액 첨가제도 개발 중이다.

삼양그룹이 100년의 세월을 쉼 없이 달려왔지만 과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석유화학 업황 침체로 그룹 핵심 계열사 삼남석유화학 실적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삼남석유화학 영업이익은 192억원으로 2022년(295억원) 대비 급감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조1099억원에서 1조1413억원으로 소폭 늘었지만 수익성 악화를 피하지 못했다. 석유화학 기초소재인 테레프탈산(TPA)을 주로 생산해왔는데 국내 TPA 시장 최대 수요처인 중국이 2010년대 이후 자급화 정책을 펼치면서 이익이 뚝뚝 떨어졌다. 2012년 적자를 냈고 뼈를 깎는 사업 재편 끝에 2016년 가까스로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이익을 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김건호 사장이 한때 경영을 맡았던 화학·섬유 소재 기업 휴비스 실적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휴비스는 올 1분기 영업손실 72억원을 냈고, 상반기 누적 손실은 120억원에 달한다. 석유화학 업황이 살아나지 못하면 계열사 실적이 악화돼 향후 100년 미래 전략을 세우는 데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삼양그룹이 추진해온 인수합병(M&A) 성과도 변수다. 삼양홀딩스는 2017년 한국KCI를 인수해 샴푸 소재를 비롯한 퍼스널케어 스페셜티 시장에 진출했다. 한국KCI는 로레알을 비롯한 전 세계 37개국, 120여개 생활소비재 기업에 화장품, 퍼스널케어 소재를 공급해왔다.

지난해 말에는 미국 버든트스페셜티솔루션스를 품에 안았다. 버든트스페셜티솔루션스는 샴푸·섬유유연제를 포함한 퍼스널케어용 계면활성제를 공급하는 업체다.

삼양그룹은 전체 매출의 20%인 스페셜티 사업 비중을 2030년까지 4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인데 이 과정에서 인수 기업들이 제 역할을 해야 함은 물론이다. 김건호 사장이 숱한 과제를 딛고 삼양그룹의 새로운 100년 미래 초석을 다질지가 관전 포인트다.

[김경민 기자 kim.kyung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0호 (2024.10.16~2024.10.2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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