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北, 러시아에 1만명 파병… 사실상 참전”

한·미 당국 ‘심각한 우려’ 표명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6월 19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북한이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최대 1만명의 병력을 파견했다고 우크라이나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뿐 아니라 인력을 공급하는 사실을 자국 정보기관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북한과 러시아가 지난 6월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맺은 뒤 국방 관계를 상당한 수준으로 진전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한·미 정부는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의회에서 “우리 정보기관이 러시아에 공급된 북한 인력을 확인했다. 이들은 러시아 군과 공장에 투입됐다”며 “이는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한 전쟁에 사실상 두 번째 국가가 참여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과 중국, 이란을 “푸틴의 범죄자 연합”이라고 부르며 비난했다.

현지 매체 키이우인디펜던트는 전날 서방국 외교관을 인용해 “북한이 러시아에 군인 1만명을 보냈다. 이들의 병과는 불분명하다”며 “북한이 러시아에 대한 지원을 무기 공급에서 파병 단계로 격상했다면 우크라이나 전쟁은 새로운 단계에 돌입한 것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현재 러시아에서 훈련을 받는 북한군 보병 수천명이 연말까지 우크라이나 전장 최전선에 배치될 것”이라고 전했다.

BBC는 “러시아가 몽골 접경지인 울란우데 인근에서 3000명의 북한 병사로 부대를 신설하고 소총을 지급했다”며 “이들은 러시아 쿠르스크주에 배치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쿠르스크는 지난 8월 우크라이나군이 진격해 교전이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 서부 접경지다.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포스트는 “울란우데 인근에 기지를 둔 러시아군 제11공수여단에서 최대 3000명의 북한 병사가 부랴트 특별대대에 예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대해 “확인할 수 없다”면서도 “보도 내용에 우려하고 있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북·러 간 국방 관계가 상당한 증진을 이룬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청년과 학생 140여만명이 평양 무인기 침투 사건 이후 군 입대·복대를 자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6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한국 외교부는 “북·러 간 군사협력은 한반도만이 아닌 유럽과 세계의 평화·안정을 위협하는 행위”라며 “보도 내용에 심각한 우려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가정보원은 “해당 보도가 사실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우크라이나 측과 협력 중”이라고 했고, 국방부는 북한 병력이나 민간 인력 파견 여부를 추적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북한군 파병을 ‘가짜 뉴스’라고 일축하고 있지만 파병 정황은 이달 초부터 포착됐다. 키이우포스트는 지난 3일 “도네츠크에서 우크라이나군 미사일 공격으로 사망한 러시아 측 병력 20여명 중 북한군 6명이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집단 탈영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우크라인스카프라우다는 “국경에서 7㎞ 떨어진 러시아 쿠르스크·브랸스크주에서 부랴트 특별대대의 북한 병사 18명이 이탈했다”고 전했다.

김철오 박민지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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