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현의 과학 산책] 어느 순간 반짝이는
뉴질랜드 출신 수학자 본 존스(1952~2020)의 농담이다. ‘양궁과 수학의 차이는?’ 그에 따르면, 하나는 과녁을 놓고 활을 쏘지만, 다른 하나는 활이 떨어진 곳에 과녁을 그린다. 허황한 비유만은 아니다. 오히려 목표 하나만을 위해 달려가는 수학 연구가 더 위험하다. 종종, 우리가 해결하려는 문제는 수학계 전체의 발전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수십 년, 수백 년이 흘러야만 풀릴 수도 있다.
고대 그리스 시대로부터 유래한 ‘각의 삼등분 문제’가 있다. 자와 컴퍼스만을 이용해 종이에 그려진 각을 삼등분하라는 문제이다. 예를 들어 60도의 각이 그려져 있을 때, 20도의 각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언뜻 쉬워 보이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인류에게는 오랜 성숙이 필요했다. 문제와 상관없어 보이는 수많은 연구의 화살들이 2000여년 간 쏘아졌다. 과녁들이 충분히 모이고 나서야 우리는 각도의 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 문제는 19세기가 되어서야 해결되었다. 자와 컴퍼스만으로 삼등분할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결론이다. 다른 여러 난제 역시 현대 수학의 성숙이 있고 나서야 해결될 수 있었다.
존스의 화살도 비슷하다. 원래 그는 함수의 성질을 연구하는 분야, 함수해석학의 전문가였다. 이 과정에서 ‘존스 다항식’이라는 방정식을 만들어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열광한 것은 이론물리학자들이었다. 엉뚱하게도 시공간을 이해하는 열쇠가 존스 다항식에 있었다. 이 방정식에 자기 이름이 붙어 있다는 것, 심지어 이론물리학자들의 핵심 주제라는 것을 존스는 남의 강연에서 처음 듣고 놀랐다고 한다(아티야라는 대가의 강연이었다).
연구는 숙제가 아니다. 반드시 건너야 할 외나무다리는 더더욱 아니다. 기약 없이 생각 속에 침잠하고, 자유롭게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 어느 순간 갑자기 반짝이는 진리와의 조우다.
김상현 고등과학원 수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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