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필향만리’] 三復白圭(삼부백규)
2024. 10. 17. 00:15
공자는 시를 모아 교육 교재로 삼기도 했다. 그게 바로 『시경』이다. ‘억(抑: 빈틈없음)’이라는 시에는 “백규지점, 상가마야, 사언지점 불가위야(白圭之玷, 尙可磨也, 斯言之玷 不可爲也, 玷: 티 점, 尙: 오히려 상, 磨: 갈 마)”라는 구절이 있다. “흰 옥으로 만든 홀(笏)에 있는 티는 갈아 없앨 수 있지만, 말의 티는 어찌할 수 없네”라는 뜻으로, 말조심할 것을 강조하는 구절이다. 제자 남용(南容)은 매일 이 구절을 세 번씩이나 반복해 외움으로써 스스로 말조심할 것을 다짐하곤 했다. 이에 공자는 남용을 신뢰하여 조카사위로 삼았다.
죄인에게 먹였던 사약의 주원료인 비상(砒礵)은 비소가 주성분인 독약이다. 중국 강서성 신주(信州)에서 생산되므로 ‘신석(信石)’이라고도 불렀다. 그런데 ‘信(믿을 신)’은 ‘亻 (人)+言’으로 이루어졌으므로 ‘信石’을 ‘인언석(人言石)’이라고도 불렀다. 급기야 ‘인언(人言)’은 독약 ‘비상’의 별칭이 되었다. 당연히 ‘인언’ 즉 ‘사람의 말’이 비상보다 더 독한 독약이 될 수 있다는 뜻을 내포하게 되었다. 실지로 유언비어와 오보 등 말로써 사람을 죽이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사람의 말이 독약이다. 남용처럼 ‘백규(白圭)’ 구절을 세 번 이상 외우는 수련을 하자.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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