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통팔달’ 노량진, 너도나도 고층·하이엔드

정다운 매경이코노미 기자(jeongdw@mk.co.kr) 2024. 10. 16.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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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안 부러운 재개발

서울 서남부권 노른자 재개발 사업지로 꼽히는 동작구 노량진뉴타운이 사업 막바지에 분주히 속도를 내고 있다. 대다수 사업지가 정비사업 9부 능선을 넘은 가운데 구역마다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하는가 하면, 최근 정부의 규제 완화 움직임에 맞춰 최고 층수를 높이는 작업이 한창이다. 구역별로 차례로 공사가 시작돼 입주를 마치면 노량진 일대는 약 9000가구 규모 새 아파트 주거지로 탈바꿈한다.

노량진·대방동 일대 73만8000㎡ 규모 노량진뉴타운은 2003년 서울시 2차 뉴타운지구로 지정됐다. 2009년 6개 구역으로 나뉘어 지정됐고 이듬해 대방동 일대 1000㎡가 7~8구역으로 추가 지정됐다. 다만 이때만 해도 노량진 일대는 인근에 대규모 아파트가 없고 낙후된 이미지 탓에 광화문, 종로, 여의도, 강남 등 서울 내 업무지구와 가깝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저평가돼왔다.

게다가 노량진수산물시장, 학원가 등을 중심으로 복잡한 토지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키면서 개발 사업이 좀처럼 속도를 못 냈다. 투자자 사이에서도 사업이 제대로 진행될지 의문이 많았다. 이런 이유로 2003년 처음 뉴타운에 지정된 이후 아직까지 사업이 완료된 곳이 없다.

그랬던 노량진뉴타운이 지금은 부쩍 사업 속도를 내고 있다. 8개 구역 가운데 1·3구역을 뺀 모든 구역이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상태고, 사업시행인가 단계인 1·3구역도 관리처분인가 준비가 한창이다. 관리처분인가는 재개발 사업에 있어 조합이 시청·구청을 상대로 받아야 하는, 행정 절차상 최종 관문이다. 이후 이주와 철거, 착공이 이뤄지기 때문에 재개발 사업의 9부 능선으로 꼽힌다. 즉, 관리처분인가를 받았다는 것은 사실상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돼간다는 뜻이다. 이제 노량진뉴타운에서는 모든 구역이 시공사 선정도 마친 상태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뉴타운의 모든 구역이 시공사 선정을 마쳤다. 구역별로 층수 상향을 추진하는가 하면 대형 건설사의 하이엔드 아파트 브랜드를 적용하면서 단지 고급화에 힘쓰는 모습이다. (윤관식 기자)
33층 → 49층으로 더 높게

오티에르·드파인 브랜드 적용

구역마다 사업이 순항 중인 가운데 노량진뉴타운에서 최근 이슈는 ‘층수 상향’이다. ‘초고층 아파트’라는 희소성을 앞세우고 단지 고급화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다만 층수를 상향할 경우 인허가 등 행정 절차에 필요한 시간은 물론 공사 비용과 공사 기간이 늘어날 공산이 크다. 이에 따라 앞으로 노량진뉴타운 재개발 사업 관건은 공사비 협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사업비만 1조원에 달하는 최대어 노량진1구역은 33층을 지으려던 기존 계획을 최고 45층으로 높이는 안을 추진 중이다.

동작구 노량진동 278-4번지 일대 13만2187㎡ 대지에 재개발을 진행하는 1구역은 사업시행인가를 받을 당시 최고 33층, 총 2992가구 신축을 계획했다가, 올 초 최고 49층 설계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당시 시공사 유찰이 거듭되던 상황에서 공사비를 올리고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됐다. 이후 포스코이앤씨를 시공사로 선정한 조합이 올 10월 총회에서는 중대형 평형 비중을 늘리는 설계 변경안과 45층으로 층수를 올리는 안을 논의하는 것이다. 45층 안이 가결되면 노량진뉴타운에 공급되는 아파트 가운데 가장 높은 층수다.

노량진1구역 시공사 입찰 당시 조합이 책정한 공사비는 전용 3.3㎡당 730만원 수준이었다. 이미 8개 구역 중 사업 속도가 가장 느리고 층수를 45층으로 상향할 경우 사업 기간은 더 늘어나겠지만 1구역은 노량진뉴타운에서도 핵심 입지인 데다 사업 면적이 가장 넓어 투자자 관심이 높다. 지하철 1·9호선 환승이 가능한 노량진역에 인접하고 가구 수도 가장 많아 노량진뉴타운 대장 아파트로 불린다.

노량진뉴타운 내 2·3·4구역 등에서도 층수 상향을 추진했다. 1구역과 가까워 입지가 좋은 3구역은 층수 상향 등 내용을 담은 촉진계획변경을 진행 중이다. 조합이 시에 제출한 촉진계획변경안에 따르면 최고 층수는 기존 30층에서 35층으로 높아지고 가구 수는 1012가구에서 1103가구로 늘어난다.

장승배기역 인근 노량진 2구역은 기존 29층, 3개동을 최고 45층, 2개동으로 촉진계획을 변경해 올 1월 서울시 건축심의를 통과했다. 다만 촉진계획변경으로 인해 조합원 재분양이 필요하고 관리처분계획변경인가를 받아야 한다. 2구역에는 총 411가구가 공급된다.

4구역도 최고 층수를 35층까지 높였다. 4구역은 노량진동 294-5번지 일대에서 사업이 진행되는데 지난 4월 촉진계획변경을 통해 기존 지하 5층~지상 30층, 11개동, 860가구가 지하 5층~지상 35층, 11개동, 844가구로 바뀌었다. 용적률도 248.25%에서 263%로 확대됐다. 소형 평형을 늘리는 대신 중대형 평형을 추가했다.

노량진뉴타운 조합들이 층수 못잖게 주력하는 것은 ‘하이엔드’ 아파트 브랜드다. 이들 조합은 그동안 설계 변경을 추진하는 한편 하이엔드 아파트 브랜드 유치에 힘쓰며 단지 고급화에 주력해왔다.

1구역 단지명은 포스코이앤씨의 하이엔드 브랜드인 오티에르를 적용한 ‘오티에르동작’으로 예정됐다. 2·7구역에는 시공사 SK에코플랜트의 하이엔드 브랜드 ‘드파인’이 적용된다. 일찍이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아 ‘힐스테이트’ 브랜드를 배정받았던 4구역은 2022년 7월 하이엔드 브랜드인 ‘디에이치’를 유치하는 계약을 시공사와 체결했다. 남은 3구역도 시공사인 포스코이앤씨와 오티에르 적용 여부를 논의 중이다. SK에코플랜트와 GS건설이 공동 시공하는 6구역에도 드파인 브랜드가 붙는다. 6구역은 층수 변경은 논의 중이지 않지만 당장 내년 초 착공과 일반분양이 가시화됐을 정도로 사업 속도가 빠른 게 장점이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뉴타운 1구역 조감도. 이곳에는 포스코이앤씨의 하이엔드 브랜드 ‘오티에르’가 적용될 예정이다. (포스코이앤씨 제공)
웃돈은 10억원 안팎

최종 투자금 20억원도 각오해야

노량진뉴타운은 여의도와 용산, 강남으로 바로 연결되는 잇는 입지라 부동산 시장 등락을 겪어도 투자 열기만큼은 늘 뜨거웠던 곳이다. 사업이 고지를 향해 달려가면서 노량진뉴타운 내 입주권 몸값도 상당히 올라왔다. 일대 중개업계에 따르면 노량진뉴타운은 구역에 따라 초기 투자금으로 최소 10억~15억원가량은 있어야 투자가 가능하다.

3구역에서는 권리가액이 약 3억4000만원인 조합원 입주권(전용 84㎡)이 13억2000만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웃돈(매매 가격-권리가액)만 9억8000만원이다. 1구역도 웃돈이 10억원 안팎에 형성돼 있다. 만약 예상권리가액이 5억원이라면 15억원 정도에 매매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지난해 1월 고시문 기준으로 전용 84㎡ 조합원 분양가가 10억원이었는데, 이 경우 조합원은 5억원(분양가-권리가액)+추가분담금을 더 내야 한다. 종합해보면 30평대 아파트를 받으려면 최종 투자 금액이 20억원은 될 것을 각오해야 한다는 얘기다. 게다가 최근 공사비가 오른 점과 층수를 상향하는 점 등을 고려해 조합원 분양가가 지난해보다 높게 책정될 가능성이 있다.

일대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전용 84㎡ 아파트를 받는 빌라 물건은 웃돈과 조합원 분담금까지 고려하면 20억원은 준비를 해야 한다”며 “재개발을 통해 지어지는 신축 아파트는 25억원 수준에 초반 시세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다운 기자 jeong.daw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0호 (2024.10.16~2024.10.2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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