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가 대신 갚은 보증금 2.8조원…"악성 집주인 자격 박탈 검토"

백민정 2024. 10. 16.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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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3일 서울 마포구 신촌 대학가 일대에서 열린 '신촌·구로·병점 100억대 전세 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에서 전세사기 피해자인 스무살 청년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악성 임대인의 전세보증금을 대신 갚아주고 회수하지 못한 돈이 2조88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병태 HUG 사장은 악성 임대인에 대한 임대사업자 자격 박탈, 전세 사기 예방을 위해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 담보 인정비율 추가 하향 등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1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열린 HUG 국정감사에선 여야가 전세 사기 등의 여파로 급증한 HUG의 대위변제액과 재정건전성 문제를 한 목소리로 지적했다.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세보증 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 회수 현황을 보면, 올해 9월 말 기준 HUG가 전세보증금을 대신 변제한 건수가 1만7021건, 변제액이 3조4152억원”이라며“이 중 HUG가 회수에 성공한 금액은 5324억원에 그쳐 미회수 채권 잔액이 2조8828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는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HUG가 3번 이상 이를 대신 갚아준 집주인으로, 이른바 악성 임대인을 뜻한다.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도 “전세 사기 피해자는 늘어나는데 악성 임대인 지정은 구상 채무가 최근 3년간 2건 이상, 2억원 이상인 자로 기준 자체가 낮다”며 “악성 임대인 지정 후에도 상당수가 임대 사업자 자격을 유지하고 있다”고 관리 구멍을 지적했다. 이에 유병태 HUG 사장은 “기준이 현실에 맞지 않는다면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임대 사업자 자격 유지는 법령 개정이 필요해 국토교통부와 협의해보겠다”라고 답했다.

또 HUG가 악성 임대인의 보증 가입을 거부할 수 있도록 제도가 보완돼야 한다는 지적에 유 사장은 “보증가입 50건 초과 임대인은 추가 심사하는 제도를 연내 도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유병태 주택도시보증공사 사장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열린 한국부동산원·주택도시보증공사·새만금개발공사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갈수록 악화하는 HUG의 재정 상황도 문제다. 2016년 26억원에 불과했던 HUG의 전세보증 대위변제액은 전세 사기가 수면 위로 떠오르며 2022년 9241억원으로 늘었고, 2023년에는 3조5544억까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반면 채권 회수율은 2016년 53.8%에서 2023년 14.3%까지 하락했다. 이에 따라 HUG 손익도 22년을 기점으로 적자 전환돼 작년에는 3조8598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올해도 대위변제액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9월까지 3조원을 웃돌고 있다”며 “이 추세라면 연말까지 4조원 넘어설 전망”이라고 짚었다. 유 사장은 “채권을 회수하는 데 2~3년 걸린다. 대위변제액이 2022년 급증했기 때문에 회수에 시차가 발생한다”면서도 경매로 넘기는 방식 외에 다른 채권 회수 방안도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 담보 인정비율을 추가 하향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자료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유 사장은 전세보증 담보 인정비율을 90%로 조속히 낮췄다면 대위변제 규모가 크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에 “담보인정비율 90%, 100% 그 구간에서 발생한 전세보증사고가 약 77%로 파악이 됐다”며 “지난해 5월부터 90% 이하로 낮췄기 때문에 그 조치만으로도 산술적으로는 사고가 77% 줄어들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담보 인정 비율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현재 90%로 조정한 상황을 보면서 더 하향 조정할지를 추가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은 당초 담보 인정비율이 70%였지만 2017년 100%로 확대되면서 무자본 갭투기(전세 사기)를 부추기는 요인이 됐다. 결국 주택가격 거품이 꺼지고 대규모 깡통 전세, 전세 사기가 터지자 정부는 지난해 5월 신규 전세계약에 대한 반환보증 담보인정비율을 100%에서 90%로 뒤늦게 낮췄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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