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새 글 '깃털' 공개…내일 노벨상 이후 첫 공식 행보

이영희, 하수영, 오욱진 2024. 10. 16.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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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후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한강 작가가 수상 직후 스웨덴 공영 언론과 가진 첫 인터뷰 내용이 공개됐다. 이번 인터뷰에서 한 작가는 "지금은 주목받고 싶지 않다"면서 "이 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 작가는 17일 열리는 '포니정 혁신상' 시상식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져 첫 외부 행사인 이 자리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스웨덴 공영 SVT 방송의 지난 13일자 보도에 따르면 한 작가는 노벨문학상 발표 직후인 지난 11~12일 자택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했다. 그는 이 인터뷰에서 10일 저녁 집에서 아들과 막 저녁을 먹고 있을 때 스웨덴 한림원의 상임 총무인 마츠 말름의 전화를 받았다며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는데, 결국 진짜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스웨덴 SVT방송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한강 작가. 사진 SVT 홈페이지 캡처


수상을 축하하고 싶지 않았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아니다. 아들과 함께 카밀러(카모마일) 차를 마시며 축하했다. 축하하고 싶었는데 왜 그렇게 생각했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기자가 아버지 한승원 작가가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딸이 세계의 상황(우크라이나 전쟁 등) 때문에 그러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고 언급하자 한 작가는 "뭔가 혼란이 있었던 거 같다. 그날 아침 아버지께 전화 드렸을 때 아버지는 마을에서 사람들과 큰 잔치를 하려고 했다고 말했는데, 나는 그게 좋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 큰 잔치는 하지 마시라고 했다"고 답했다.

이어 한 작가는 "지금 당장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지 않다. 저는 평화롭고 고요하게 사는 것을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끔찍한 역사적 사건에 직면해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우리는 역사를 통해, 말을 통해 배울 기회가 많이 있었는데도, 분명히 (끔찍한 일들이) 반복되는 것 같다"면서 "적어도 언젠가는 과거로부터 배울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가 살인을 멈춰야 한다는 것은 우리가 배웠던 것들의 아주 분명한 결론"이라고 강조했다.

한 작가는 또 이번 인터뷰에서 "1년에 소설 한 편을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예를 들어 『작별하지 않는다』를 완성하는 데는 7년이 걸렸다"면서 자신이 글을 빨리 쓰지 않으며, 자신의 속도로 계속해서 글을 쓰고 싶다고 밝혔다. SVT는 한 작가가 12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는 시상식에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며 "한강은 현재 집필 중인 소설을 빨리 끝내고 노벨상 수락 연설문 작성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한편 노벨상 수상 후 처음으로 한 작가가 쓴 새 글도 16일 공개됐다. 출판계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후 9시 발행된 e메일 구독 형식의 무크지(부정기 간행물) ‘보풀’ 3호엔 한강 작가의 글이 실렸다. “문득 외할머니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나를 바라보는 얼굴이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번 글의 제목은 '깃털'이다.

921자 분량의 짤막한 이 글에서 한강은 어린 시절 외할머니에게 유과나 약과를 받아먹었을 때 할머니 얼굴이 “내 기쁨과 할머니의 웃음 사이에 무슨 전선이 연결돼 불이 켜지는 것처럼” 환해졌다는 내용 등 할머니에 대한 추억을 담았다.

“…늦게 얻은 막내딸의 둘째 아이인 나에게, 외할머니는 처음부터 흰 새의 깃털 같은 머리칼을 가진 분이었다. 그 깃털 같은 머리칼을 동그랗게 틀어올려 은비녀를 꽂은 사람. 반들반들한 주목 지팡이를 짚고 굽은 허리로 천천히 걷는 사람.”

지난 8월 1호가 발행된 잡지 ‘보풀’은 한강과 이햇빛 음악가, 전명은 사진작가, 최희승 전시기획자 등 동인 4명이 만드는 무크지다.

한강 작가는 17일 오후 5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타워 포니정홀에서 열리는 포니정 혁신상 시상식에 참석한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선정 이후 첫 번째 공식 행보다. 포니정 혁신상은 고(故) 정세영 HDC그룹 명예회장의 뜻을 이어간다는 취지로 제정됐으며 한 작가는 혁신상 제정 후 18년간 유일한 소설가 수상자다.

이영희·하수영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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