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새 글 '깃털' 공개…내일 노벨상 이후 첫 공식 행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후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한강 작가가 수상 직후 스웨덴 공영 언론과 가진 첫 인터뷰 내용이 공개됐다. 이번 인터뷰에서 한 작가는 "지금은 주목받고 싶지 않다"면서 "이 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 작가는 17일 열리는 '포니정 혁신상' 시상식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져 첫 외부 행사인 이 자리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스웨덴 공영 SVT 방송의 지난 13일자 보도에 따르면 한 작가는 노벨문학상 발표 직후인 지난 11~12일 자택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했다. 그는 이 인터뷰에서 10일 저녁 집에서 아들과 막 저녁을 먹고 있을 때 스웨덴 한림원의 상임 총무인 마츠 말름의 전화를 받았다며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는데, 결국 진짜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수상을 축하하고 싶지 않았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아니다. 아들과 함께 카밀러(카모마일) 차를 마시며 축하했다. 축하하고 싶었는데 왜 그렇게 생각했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기자가 아버지 한승원 작가가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딸이 세계의 상황(우크라이나 전쟁 등) 때문에 그러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고 언급하자 한 작가는 "뭔가 혼란이 있었던 거 같다. 그날 아침 아버지께 전화 드렸을 때 아버지는 마을에서 사람들과 큰 잔치를 하려고 했다고 말했는데, 나는 그게 좋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 큰 잔치는 하지 마시라고 했다"고 답했다.
이어 한 작가는 "지금 당장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지 않다. 저는 평화롭고 고요하게 사는 것을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끔찍한 역사적 사건에 직면해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우리는 역사를 통해, 말을 통해 배울 기회가 많이 있었는데도, 분명히 (끔찍한 일들이) 반복되는 것 같다"면서 "적어도 언젠가는 과거로부터 배울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가 살인을 멈춰야 한다는 것은 우리가 배웠던 것들의 아주 분명한 결론"이라고 강조했다.
한 작가는 또 이번 인터뷰에서 "1년에 소설 한 편을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예를 들어 『작별하지 않는다』를 완성하는 데는 7년이 걸렸다"면서 자신이 글을 빨리 쓰지 않으며, 자신의 속도로 계속해서 글을 쓰고 싶다고 밝혔다. SVT는 한 작가가 12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는 시상식에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며 "한강은 현재 집필 중인 소설을 빨리 끝내고 노벨상 수락 연설문 작성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한편 노벨상 수상 후 처음으로 한 작가가 쓴 새 글도 16일 공개됐다. 출판계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후 9시 발행된 e메일 구독 형식의 무크지(부정기 간행물) ‘보풀’ 3호엔 한강 작가의 글이 실렸다. “문득 외할머니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나를 바라보는 얼굴이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번 글의 제목은 '깃털'이다.
921자 분량의 짤막한 이 글에서 한강은 어린 시절 외할머니에게 유과나 약과를 받아먹었을 때 할머니 얼굴이 “내 기쁨과 할머니의 웃음 사이에 무슨 전선이 연결돼 불이 켜지는 것처럼” 환해졌다는 내용 등 할머니에 대한 추억을 담았다.
“…늦게 얻은 막내딸의 둘째 아이인 나에게, 외할머니는 처음부터 흰 새의 깃털 같은 머리칼을 가진 분이었다. 그 깃털 같은 머리칼을 동그랗게 틀어올려 은비녀를 꽂은 사람. 반들반들한 주목 지팡이를 짚고 굽은 허리로 천천히 걷는 사람.”
지난 8월 1호가 발행된 잡지 ‘보풀’은 한강과 이햇빛 음악가, 전명은 사진작가, 최희승 전시기획자 등 동인 4명이 만드는 무크지다.
한강 작가는 17일 오후 5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타워 포니정홀에서 열리는 포니정 혁신상 시상식에 참석한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선정 이후 첫 번째 공식 행보다. 포니정 혁신상은 고(故) 정세영 HDC그룹 명예회장의 뜻을 이어간다는 취지로 제정됐으며 한 작가는 혁신상 제정 후 18년간 유일한 소설가 수상자다.
이영희·하수영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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