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지금 국가적 의제는 연금이 아니라 반도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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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반도체의 겨울이 온다"(Memory-Winter Is Coming). 한국 주식시장에 역사상 가장 큰 악영향을 준 은유일 것이다.
반도체는 5년짜리 정권이 아닌 한국 자체의 운명과 직결돼 있다.
지난 수십 년간 한국은 반도체의 지정학에서 운이 좋았다.
지금은 정치가 한국 반도체를 더 위기로 내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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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기술력도 예전 같지 않아
반도체가 무너지면 韓 경제 흔들
“메모리반도체의 겨울이 온다”(Memory-Winter Is Coming). 한국 주식시장에 역사상 가장 큰 악영향을 준 은유일 것이다. 2021년 8월 11일 ‘모건스탠리’는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 나오는 “Winter Is Coming”이라는 대사를 패러디한 이런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연말부터 D램 가격이 꺾일 듯하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목표가를 왕창 내린다는 내용이었다. 외국인은 주식을 계속 던졌고 코스피는 3200을 깨고 내려왔다.
‘반도체의 겨울’ 사건은 한 가지 분명한 함의를 준다. 반도체가 코스피, 즉 한국경제를 좌지우지한다는 점이다. 이보다는 덜 명확하지만, 반도체가 대선에 영향을 준다는 가설도 가능하다. 반도체 위기론으로 코스피가 내려앉자 “20년 집권”을 바라보며 잘 나가던 문재인 정부도 내리막을 타더니 급기야 이듬해 정권을 잃고 만 것이다.
‘칩워(Chip War)’라는 유명한 책이 내다보듯. 반도체는 지리와 정치의 결합인 ‘지정학’과 떼려야 뗄 수 없다. 반도체는 5년짜리 정권이 아닌 한국 자체의 운명과 직결돼 있다. 지난 수십 년간 한국은 반도체의 지정학에서 운이 좋았다.
일본은 1980년대 세계 반도체 시장을 주름잡던 플레이어였다. 그러나 미국과의 플라자 합의 이후 엔화강세와 미국의 압박으로 우위가 약화했다. 삼성전자는 이틈을 파고들었다.
2015~16년 미국-중국 관계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세계 3위 메모리반도체 제조사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경영난으로 중국에 팔릴 뻔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회가 막았다. 이때 팔렸다면 메모리 패권은 일본에서 한국을 거쳐 중국으로 넘어갔을지 모른다. 삼성전자가 히타치와 도시바를 제쳤듯, SMIC 같은 중국 회사가 그렇게 했을 것이다.
인공지능과 4차산업혁명은 이제 시작이다. 로봇,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은 늘어나고 인간의 활동공간은 우주로 넓어지고 무기는 정교해진다. 반도체는 지금도 많이 쓰이지만, 미래에는 폭발적으로 더 많이 쓰일 것이다. 인류의 진보는 반도체와 함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요즘 한국 반도체는 위기다. 삼성전자 주가는 8만 원대에서 내려와 5만~6만 원대에 걸쳐있다. 초격차, 초일류 구호가 무색하게 기술력이 예전 같지 않다. 시스템 반도체에선 대만 TSMC에 한참 뒤진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중국 업체의 메모리 점유율은 내년 10%를 돌파한다.
반도체가 정치에 영향을 주듯,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정치가 한국 반도체를 더 위기로 내몬다. 반도체 첨단기술을 빼돌려 중국에 팔아넘기는 범죄는 턱밑까지 한국 반도체를 위협하고 있다. 그런데도 엄벌하는 법은 정치권에서 계속 표류 중이다. 지엽적 사안과 법률적 기교로 차일피일 미룬다. 대만은 국가 핵심 기술 유출을 간첩행위로 간주한다. 미국은 기술 유출에 33년 9개월까지 징역형을 내릴 수 있다.
반도체가 무너지면 한국경제의 20%가 무너진다. 역대급 위기가 온다. 국가의 장래에 대한 희망도 함께 사라진다. 이렇게 국가경영을 반도체에 의존하는 나라가 반도체 기술 도둑질과 반도체 위기에 태평인 게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은 연금 개혁보다 반도체 보호·육성이 더 절박한 일임을 알아야 한다. 후자가 더 쉽고 국민을 더 위하는 일이다. 수년간 그래왔듯이 계속 국회가 기술 유출 방지에 미온적이면 국회와 싸워야 한다. 대통령은 의제로 평가받는다. 지금 국가적 의제는 연금이 아니라 반도체여야 한다.
허만섭 국립강릉원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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