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기적, 출판계도 웃었다
한강 효과가 불황에 떨었던 출판계를 달구고 있다.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이후 불과 5일만에 한강의 소설이 100만권 넘게 팔렸다. 한강 낙수 효과도 뜨겁다. 전체 소설 하루 판매량은 10배 이상 폭증했다. 한강 책을 사러왔다가 옆에 놓인 소설을 집어 들고 계산대로 향한 것이다. 전체 책 판매량도 3배 늘었다.
전체 소설 판매 10배, 책 판매량도 3배 증가
출판유통통합전산망에 따르면 10월 하루 도서 판매액은 노벨문학상 발표가 있기 전까지 30억~51억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노벨문학상이 발표된 10일 63억원으로 늘었고 11일에는 93억원으로 치솟았다. 이후 이틀간 감소세를 보이다 14일 다시 69억원으로 늘었다. 소설 부문 판매가 극적으로 증가했다. 소설 부문 판매는 9일 1만6483권, 2억4036만원 수준이었으나 10일에는 4만9656부, 7억2967만원으로 늘었고, 11일에는 12만3512부, 17억8458만원으로 폭증했다. 책 판매가 해마다 감소해 한국 출판계는 고사직전이었다. 한강에서 흘러 넘친 물이 가뭄에 시달리던 출판계에 생명수 노릇을 하고 있다.
출판업계 관계자들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한국 문학 사상 초유의 일인만큼 출판업계에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며 그 파급효과가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기도 쉽지 않다고 했다. 역대 한국 소설 중 최단 기간 100만부를 돌파한 소설은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다. 엄마를 부탁해는 2008년 11월10일에 출간돼 이듬해 9월 초에 100만부를 돌파했다. 꼬박 10개월이 걸렸다. 당시 엄마를 부탁해는 2001년 출간된 김훈 작가의 '칼의 노래' 이후 8년 만에 나온 밀리언셀러였다.
주요 대형서점에 따르면 한강 작가의 책은 노벨문학상 수상 발표가 있은 후 5일 만에 100만부 가량 팔렸다. 15일 오후 4시 기준으로 예스24는 한강 작가의 책이 40만9000부 팔렸다고 밝혔다. 교보문고와 알라딘에서도 각각 33만3000부, 23만부가 팔렸다. 보통 저자는 책 판매액의 10%를 인세로 받는다. 책 1권 가격을 평균 1만5000원 정도라고 보면 한강은 불과 5일만에 15억원을 벌어들인 셈이다. 해외 판매량까지 생각하면 그 몇배에 달할 수도 있다.
노벨상 발표 5일만에 100만부 팔려…한강 한국서만 15억원 이상 벌어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이렇게 주요 서점이 특정 책 판매부수를 공개하는 자체가 이례적이라고 했다. 통상 출판사는 책의 판매부수를 잘 공개하지 않는다. 저자가 자신의 책 판매부수가 공개되는 것을 원치 않는 경우도 많고 책은 유통 구조가 복잡해 출판사가 판매부수를 집계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백 대표는 "출판사들이 판매부수를 공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책이 몇 십만부씩 팔릴 경우 기념 에디션 형태로 책이 출간되면서 판매부수가 알려진다"고 설명했다. 백 대표는 "경매 레이스 하듯 한강의 소설 판매부수가 시시각각 보도가 되는 경우는 거의 처음이라고 볼 수 있다"며 "노벨 문학상 수상이 사상 초유의 일이기 때문에 전례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한강 작가 책의 단행본별 판매부수 공개는 출판사 동의 없이 공개할 수 없기 때문에 한강 책 전체 판매부수를 공개한 것이라고 했다. 또 교보문고가 도서의 판매부수를 공개하는 것도 굉장히 이례적인 현상이라며 그만큼 폭발적인 판매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국적으로 품귀현상…박세리·김연아처럼 '한강 키즈' 기대
한강 작가의 책은 전국적으로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대형 서점은 물론 중고서점, 독립서점에서도 책을 찾기가 힘들다. 15일 오후 들른 용산구 해방촌의 독립서점 '고요서사'의 차경희 대표는 한강 작가의 책이 노벨문학상 발표 다음날 다 팔렸다고 했다. 11일 독자 한 명이 서점을 찾아 '작별하지 않는다', '흰', '노랑무늬영원' 3권을 사갔고, 얼마 뒤 또 다른 독자가 와서 '작별하지 않는다'를 사가 재고가 없다고 했다. 인근의 또 다른 독립서점 '별책부록'의 차승현 대표도 11일에 몇 권 없던 한강 작가의 책이 모두 팔렸다고 했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은 "박세리 키즈, 김연아 키즈가 나왔듯이 문학계에서 한강 키즈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 소장은 "'소설가는 안돼'라고 생각했던 문학 지망생들이 이제는 소설가를 꿈꿀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라며 "K 콘텐츠 본류인 문학이 해외에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K 문학의 진가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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