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욱 없는 삼성, '멀티 홈런' 김헌곤이 영웅 됐다
[윤현 기자]
삼성 라이온즈가 '홈런 군단'의 위력을 과시하며 한국시리즈 진출을 눈앞에 뒀다.
삼성은 1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5전 3승제) 2차전 홈 경기에서 LG 트윈스를 10-5로 이겼다.
이로써 1, 2차전을 내리 따낸 삼성은 앞으로 남은 3경기에서 1승만 더 추가하면 정규시즌 우승팀 KIA 타이거즈가 기다리고 있는 한국시리즈에 오른다. 반면에 LG는 무기력하게 2연패를 당하며 탈락의 벼랑 끝에 몰렸다.
두 팀은 하루 휴식을 취하고 서울 잠실구장으로 장소를 옮겨 오는 17일 3차전을 치른다.
▲ 삼성 라이온즈 김헌곤이 2024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홈런을 터뜨리고 있다 |
ⓒ 삼성 라이온즈 |
그 덕분인지 1회초부터 신민재의 중전 안타에 이어 오스틴 딘의 좌전 안타, 김현수의 내야 땅볼로 선취점을 올렸다.
삼성도 1회말 구자욱의 우전 안타와 르윈 디아즈의 2루타로 가볍게 동점을 만들었다. 높이 뜬 타구를 놓친 유격수 오지환의 기록되지 않은 실책이 아쉬웠다. 그러나 삼성은 앞서 구자욱이 2루 도루를 하다가 무릎을 다쳐 교체되는 더 큰 악재가 닥쳤다. 삼성으로서는 청천벽력 같은 장면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승리의 기운이 LG로 향하는 듯했으나, 삼성은 강했다. 2회말 김영웅이 경기를 뒤집는 솔로 홈런을 터뜨리며 역전에 성공한 뒤 3회말 디아즈의 안타에 이어 상대 실책을 틈타 3-1로 달아났다.
LG는 선발 손주영을 내리고 곧바로 '필승조' 유영찬을 투입하는 결단을 내렸다. 하지만 삼성은 5회말 김헌곤의 투런포로 맞불을 놓았고, 6회말에는 디아즈의 솔로 홈런으로 결정타를 날렸다.
삼성의 홈런쇼는 끝나지 않았다. 7회말 김헌곤이 또다시 김지찬을 1루에 두고 우측 담장을 넘기는 투런포를 터뜨리면서 쐐기를 박았다. 김헌곤은 '커튼콜'까지 하며 라이온즈파크를 열광케 했다.
그리고 이에 질세라 디아즈도 또다시 솔로 홈런을 터뜨린 삼성은 김헌곤과 디아즈의 '백투백' 홈런으로 LG 투수진을 무너뜨렸다.
빈곤한 득점력에 고전하던 LG는 마지막 9회초에 박해민의 솔로호, 김현수의 스리런으로 4점을 올렸으나 너무 크게 벌어진 점수 차를 뒤집을 수는 없었다. 다만 3차전을 향한 희망을 살리는 홈런이었다.
정규시즌에서 삼성을 상대로 무척 강했고, 준플레이오프에서도 역투를 펼쳤던 손주영은 정작 선발 등판한 이날 4.1이닝 5피안타(1홈런) 2볼넷 5탈삼진 4실점(3자책점)에 그치고 말았다.
반면에 삼성 선발 원태인은 포스트시즌 선발 데뷔전에서 6.2이닝 7피안타 2볼넷 3탈삼진 1실점으로 활약하며 KBO를 대표하는 '토종 에이스'의 위용을 뽐냈다.
김헌곤, 데뷔 14년 만에 꽃피운 가을야구 홈런
삼성의 박진만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모두의 예상을 깨는 라인업을 발표했다. 1차전에서 4타수 3안타를 터뜨리며 물오른 타격감을 과시했던 윤정빈을 빼고 김헌곤을 선발로 내세운 것이다.
김헌곤은 프로 데뷔 14년 차의 베테랑이지만 가을 야구와는 인연이 많지 않았다. 2014년 키움 히어로즈(당시 넥센)와 대결한 한국시리즈에서 13타수 1안타 타율 0.077로 부진했고, 2021년 두산 베어스와 플레이오프에서는 단 2경기 출전에 그쳤다.
그럼에도 김헌곤을 선택한 것은 우타자로서 좌완 투수에게 강한 덕분이었다. LG 선발로 나선 손주영을 겨냥한 승부수였다.
김헌곤은 1회말 첫 타석에서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3회 두 번째 타석에서는 빗맞은 좌전 안타로 출루했으나 투수 견제에 잡혀 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김헌곤 기용은 실패로 끝날 듯했다.
삼성은 3-1로 앞선 5회말 1사 1루 기회를 잡았고, LG는 손주영 대신 우완 불펜 유영찬을 투입했다. 그러나 박진만 감독은 윤정빈이 아닌 김헌곤을 밀고 나갔고, 믿음을 얻은 김헌곤은 유영찬의 슬라이더를 받아쳐 투런포로 보답했다.
자신의 가을야구 첫 홈런을 터뜨린 김헌곤의 활약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7회말에도 김유영을 상대로 우측 투런포를 쏘아 올렸다. 정규시즌에서도 확실한 주전이 아니었던 김헌곤이 '멀티 홈런'으로 존재감을 확실하게 각인시킨 날이었다.
박진만 감독의 용병술이 완벽하게 적중한 삼성은 김헌곤을 비롯해 디아즈, 김영웅이 5개의 홈런을 터뜨리면서 한국시리즈로 가는 '8부 능선'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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