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육아 환경, 20여 년 전과 달라진 게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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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정 기자]
최근 친구가 손주 소식을 전해주었다. 또래보다 일찍 결혼한 아들인데다 손주까지 보았으니 함박웃음이 가득하다. 그런데 웃음 뒤에는 돈 걱정이 이어진다.
- 요즘은 외가나 친가에서 산후조리원비용을 댄다더라.
- 아니면 손주 영어유치원비용을 대던가.
- 200만 원 가는 유모차가 있다더라.
돈 걱정이 끝나면 그 손주는 누가 키워줄 거냐는 육아 걱정이 또 이어진다. 아이는 아들내외가 낳고 키우는데 조부모가 왜 돈 걱정과 육아 걱정을 하나 싶지만 트렌드가 그렇단다.
"아이돌봄 구합니다."
▲ 조부모의 도움 없이 애 키우기 힘들다란 소리가 적지 않다. |
ⓒ daen_2chinda on Unsplash |
젊은 엄마들의 육아 수다를 들어보면 경제적 지원이나 돌봄에서 조부모의 도움없이는 힘들다란 소리가 적지 않다. MZ세대들이 보통 똑똑한가, 정보는 또 얼마나 많은가. 그럼에도 그들은 기대하고 의지한다. 양육을 어려워 하는 엄살도 있겠지만 돈이 부족한 게 이유중 하나일 게다.
386이란 불리웠던 세대가 어느덧 586이다. 그 세대와 비교하면 지금의 MZ세대들은 아주 힘들게 공부한 것치고는 세상 말로 술술 풀리지 않았다. 대학 입학, 특히 인서울은 하늘에 별따기보다 어렵고 취직은 더더욱 어렵다. 결혼은 어디 쉬운가? 집은 또 얼마나 비싼지 나라에서 해준다는 여러 혜택은 구멍이 많아 맞추기가 어렵다.
나의 자녀가 입시공부를 했을 때 학원에서 받은 프린트물을 정리하면서 뭐 이렇게 어려운 내용을 굳이 공부해야 하나, 이 시대에 태어나지 않은 게 감사하다란 생각을 했다. 치열한 경쟁 끝에 얻어진 결과물은 어른 세대에 비해 초라하다.
정규직이 되어도 평생직장이나 정년퇴직을 기대할 수 없다. 환갑의 나이에도 필드골프를 나갈 수 있는 장년의 경제력이지만 자녀 세대들은 스크린골프로 대리만족을 느낀단다. 월급이 많아도 물가, 생활비, 교육비에 밀려 집장만은 뒤로 미루는 자녀들을 보면서 양육까지 거절하기가 미안스럽다.
내가 맞벌이를 했을 때 아이 맡길 곳을 찾느라 이리저리 헤맺던 기억이 떠오른다. 당시 친정 어머니는 아픈 아버지를 돌보느라, 시어머니는 동서 아이를 돌보느라 양가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
나를 대신한 양육자에게 비용은 당연하고 미안한 마음에 이 선물, 저 선물을 챙겨주었던 게 20년도 넘었다. 시댁이나 친정이나 육아는 그만하고 싶은 나이와 체력이지만 자식들의 고생이 안쓰러워 나서는 게 현실이다. 20년이 넘는 그때와 달라진 게 없는 현실이 슬프다.
어찌되었든 모든 부모는 자신보다 자녀들이 덜 고생하고 더 누리기를 바란다. 어른세대의 고생도 만만치 않았지만 나름 경제 성장기였기에 입시부터 결혼 후 집 장만등 지금 세대보다는 여건이 좋았던 것 같다. 열심히 살았고 자녀들도 다 장성했다.
장년세대보다 더 경쟁하며 버틴 지금의 젊은 엄마, 아빠 세대들이기에 부모보다는 낫지 않겠나 싶었다. 그런데 그 자녀들이 홀로서기를 못 하고 또 손을 내민다? 아이 한 명을 키우기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한다. 조부모의 도움은 그 중 하나, 아주 작은 하나였으면 한다.
인공지능, AI세상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양육자는 '구인중'인 현실. 부모보다 나을 줄 알았던 젊은 엄마, 아빠들 그리고 노후를 맞이한 조부모들, 아이 울음 소리만 들려도 그저 행복하기엔 무엇이 부족한것일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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