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짝 열리는 기내 인터넷 시대… 우주 ‘빛·전파 공해’는 어쩌나

나경연 2024. 10. 16.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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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프랑스, 내년 모든 항공기에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도입 계획
이용자들과 달리 천문학자들은
“우주 빛 공해 주범” 강하게 비판
게티이미지뱅크


“‘흑백요리사’ 다운 받아왔어?”

내년부터 프랑스 국적항공기 에어프랑스 탑승객들은 기내에서 시청할 영상 파일을 여행 전날 밤새며 내려받지 않아도 된다. 에어프랑스가 내년 중으로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Starlink)’ 위성 인터넷 서비스를 모든 항공기에 도입하기 때문이다. 스타링크는 지구 저궤도에 배치된 수천개의 통신위성을 기반으로 전 세계에서 이용 가능한 초고속·저지연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내에 위성 인터넷 서비스가 도입되면 탑승객들은 비행 중에도 가족 및 친구와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다. 넷플릭스나 쿠팡플레이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도 끊김 없이 즐길 수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노트북 등 여러 전자 기기를 동시에 연결하는 것도 가능해 지상과 유사한 수준의 디지털 경험을 누릴 수 있게 된다.


기내에 도입되는 스타링크 인터넷 서비스는 무료다. 이전까지 유료로 제공되던 기내 인터넷 서비스가 느린 속도와 비합리적인 가격으로 탑승객들의 외면을 받은 것을 고려하면 진정한 ‘기내 초고속 무료 와이파이’ 시대가 열린 것이다.

에어프랑스를 비롯해 하와이안항공 등 유럽 ·미주의 다수 항공사도 스타링크에 러브콜을 보내며 기내 인터넷 서비스 개선에 힘을 쏟고 있다. 2022년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종식이 공식화되면서 해외여행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것이 그 배경이다. 기내 서비스가 상향 평준화되자 항공사들은 초고속 무료 인터넷을 고객 유치 전략 중 하나로 꼽은 것이다.


스페이스X는 스타링크 위성을 이용해 통신 접근성이 떨어지는 아프리카 지역의 인터넷 사용 편의성도 크게 높이는 등 과거 통신 업체들이 진출하지 못했던 범위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사업 확장 속도에 맞춰 스타링크 가입자 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사업부는 지난달 “100개 이상의 국가 및 지역에서 4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을 초고속 인터넷으로 연결하고 있다”고 밝히며 가입자 수 400만명 돌파 소식을 알렸다.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 사용’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는 지난 2014년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위성 사업의 막을 올렸다. 머스크는 지난 2019년부터 자체 제작한 팰컨9 로켓으로 스타링크 위성을 궤도 500~600km에 쏘아올리기 시작했다. 2020년 1000개에 불과했던 스타링크 위성 개수는 이달 기준 7000대까지 늘었다. 스페이스X는 현재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로부터 위성 1만2000개 발사에 대한 허가를 받았고, 앞으로 4만개를 추가로 발사하겠다는 계획에 대해 허가를 신청해 놓은 상태다.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머스크의 포부는 지난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때 빛을 발했다. 러시아로부터 침공 당한 우크라이나는 지상망 전체가 파괴되자 인터넷을 복구할 수 있도록 스페이스X에 스타링크 인터넷 개통을 요청했다. 머스크는 이 요청에 응답해 우크라이나 일대의 위성망을 활성화하고 안테나 단말기를 공급했다. 전세계가 스타링크의 이름을 기억하고 위성 인터넷 시대가 도래했음을 목격한 순간이었다. 당시 영국 공영방송 BBC는 “러시아의 순항미사일 100여기가 우크라이나 에너지·통신 인프라를 공격했지만 스타링크 덕분에 주요 지역의 연결을 빠르게 복구했다”며 “군 본부와 전선 간 통신에서 일반 라디오 신호처럼 통신 간섭을 받지 않는다”고 전했다.

우주 ‘빛·전파 공해’ 논란은 해결 과제
게티이미지뱅크

가입자 수가 400만명을 돌파하는 등 스타링크 서비스는 순항하고 있지만 천문학자들은 스타링크 위성이 우주 공해의 주범이라며 강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스타링크 위성은 발사 후 대기궤도(380㎞)까지 고도를 높여가는 중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해 태양광 패널이 책을 펼친 것과 같은 모양을 취한다. 이 때 위성 본체와 태양광 패널 모두가 햇빛을 반사한다. 천문학자들은 패널과 위성에서 반사되는 빛의 밝기가 너무 세 ‘빛 공해’가 일어나고, 이로 인해 천체 관측이 불가능한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빛 공해가 지속하면 지구와 충돌할 위험이 있는 근처의 물질들을 발견하지 못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스타링크 위성의 ‘전파 공해’도 천문학자들이 비판하는 지점이다. 네덜란드 전파 천문학 연구소 ‘아스트론’의 연구 책임자 제시카 뎀프시 교수는 지난달 18일(현지시간) BBC와의 인터뷰에서 스타링크 위성이 궤도상에 가동될 때마다 전파 망원경의 관측 능력이 약해진다고 말했다. 전파 망원경은 가시광성 대신 전파 대역을 이용해 먼 거리를 측정하는데 우주에서 날아오는 전파를 수집해 분석하는 방식이다.

뎀프시 교수는 블랙홀이 분출하는 기류를 관측하거나 초기 은하의 형태를 분석할 때 미세한 전파를 잡아야 하는데 스타링크 위성의 전파 간섭으로 관측에 방해가 된다고 지적했다. 최근 도입된 스타링크 2세대 위성은 1세대보다 전파 출력이 32배나 강해 전파 간섭이 심해졌다고도 덧붙였다.

천문학계의 반발이 심해지자 스페이스X는 위성을 검은색으로 코팅하는 등의 대안을 고민하고 있다. 다만, 위성 본체를 코팅할 경우 위성의 밝기는 절반으로 줄지만 위성이 햇빛에 과열돼 고장 날 가능성이 커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스페이스X는 위성의 태양광 패널에 차양막을 달아 빛 반사와 과열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천문학자들은 “추가 비용이 들겠지만 위성의 2차전지(배터리) 부분에 보호 쉴드를 감싸는 방식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발사하는 위성의 총량을 제한하는 등 최소한의 규제도 없다면 머지않아 인간이 지구에서 볼 수 있는 별자리는 인공위성뿐일 것이라는 경고에 머스크가 어떤 답을 내놓을 지 주목된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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