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프리즘] 제 발로 인사청문 권리를 걷어찬 경기도의회

최모란 2024. 10. 16.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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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모란 사회부 기자

경기도는 지난 8일 이필수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과 김민철 전 국회의원을 경기도의료원장,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장으로 각각 임명했다. 경기도의료원은 수원·의정부·파주·이천·안성·포천 등 6개 병원을 이끌며 지역 공공의료사업 등을 총괄하는 곳.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은 지역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지원한다. 의료 대란으로 공공 의료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경기 악화로 고충을 겪는 소상공인들이 늘고 있는 만큼 ‘누가 새로운 수장이 될까’에 관심이 집중됐다. 더욱이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 원장직은 지난 1월부터 8개월 넘게 공석이었다.

김동연 경기지사가 지난 8일 임명된 이필수 경기의료원장(오른쪽), 김민철 시장상권진흥원장(왼쪽)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 경기도]

기다리고 기다리던 임명이지만, 새로운 원장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기대보단 우려가 크다. 경기도의회의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은 무혈입성이라서다. 경기도는 관련 조례에 따라 지난 8월 29일과 지난달 20일 두 차례에 걸쳐 두 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을 도의회에 요청했다. 그러나 인사청문 기한 마지막 날인 지난달 30일까지 후보자들에 대한 출석 요구나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소집은 이뤄지지 않았다. 의회가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기한까지 보내지 않으면 단체장 임의로 기관장 임명이 가능한 만큼 두 후보자는 수월하게 자리에 올랐다. 2014년 9월 전국 지방의회 최초로 공공기관장 인사청문회를 도입한 경기도의회에서 10년 만에 처음으로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은 기관장이 탄생한 것이다.

인사청문회 무산의 가장 큰 원인은 고양 K-컬처밸리 협약 해제에 따른 행정 사무조사 안건 처리로 인한 여야 갈등이다. 여기에 인사청문특별위원회 구성 등 청문회 관련 조례 개정에 대한 이해 부족과 특별위원회 위원 선정에 대한 당내 갈등, 해외 출장 등 의원들의 바쁜 개인 일정도 한몫했다. 사실상 도의회 내부 문제로 1400여만 명에 이르는 경기도민의 건강과 중·소상공인들의 생존권을 책임지는 핵심 기관장들에 대한 검증 기회가 사라진 셈이다. 시민단체들은 “명백한 도의원들의 직무유기”라고 비난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도의원의 권리 중 하나인 인사 검증도 제대로 하지 못하니 지방의회 무용론이 나오는 것 아니냐”고 허탈해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도의회 여야는 반성은커녕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 결국 김진경 경기도의회 의장이 자신의 SNS에 “인사청문회 제도 도입 10년 만에 무산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오점을 남기게 돼 죄송하다”며 공식 사과했다.

“인사청문회는 도민들의 소중한 권리를 대변하고, 도민의 뜻에 부합하는 투명한 인선을 위한 제도입니다. 결코 가벼이 여길 수 없는 의회의 책무이고 역할입니다. 양당 교섭단체와 여야 의원들 모두 도민들에게 위임받은 책임의 무게를 더욱 무겁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김 의장이 SNS에 남긴 쓴소리 중 일부다. 도의원들이 이 질책을 새겨듣길 바란다.

최모란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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