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석운 칼럼] 검찰총장의 수사지휘 기피, 누굴 위한 것인가

전석운 2024. 10. 16.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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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검찰총장 세 번 교체됐는데
수사지휘권 복원하지 않아

검찰 처분의 설득력 높이려면
절차적 정당성도 중요한데
후임 총장들의 지휘 회피
납득하기 어려워

김 여사를 성역으로 둘수록
검찰도 윤 대통령도 손해
심우정 총장이 결단해야

김건희 여사에 대한 또 다른 검찰 처분이 임박했다. 이번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이다. 검찰은 지난 7월 김 여사를 출장 조사한 지 3개월이 지나도록 결론을 내리지 못했으나 조만간 수사 결과를 발표할 모양이다. 그런데 검찰총장에게 수사지휘권이 없다는 검찰의 설명은 기이하다. 대통령 부인이 조사받은 사안에 대해 검찰총장은 아무런 개입을 하지 않고, 수사팀이 내린 결론을 그대로 수용한다는 것이다. 검찰총장도 지휘하지 못한 수사 결과를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납득할지 의문이다.

심우정 검찰총장은 취임한 지 한 달이 다 돼 가지만 수사지휘권 복원을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서는 수사지휘권이 없다는 전임 총장들의 입장을 답습한 것이다. 검찰총장이 이 사건 수사를 지휘하려면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복원해줘야 한다는 게 대검의 설명이다. 전 정부에서 이뤄진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 박탈이 어떻게 승계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 박탈은 4년 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게 내린 것이었다. 윤 총장 본인과 가족, 측근과 관련된 5개 사건에 대해 윤 총장이 수사지휘를 하지 못하도록 했는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이 그중 하나였다. 서울중앙지검과 남부지검의 수사팀이 대검 등의 지휘 감독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수사한 후 그 결과만을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도록 한 것이다. 그런데 이후 검찰총장이 세 차례 교체됐는데 박탈된 지휘권은 복원되지 않았다. 지휘권을 박탈당한 검찰총장이 물러났으면 후임 총장이 자연스레 수사지휘권을 행사하면 되는 것 아닌가? 이원석 전 검찰총장이 박성재 법무부 장관에게 수사지휘권 회복을 요청했다는 얘기도 난센스지만, ‘지휘권 복원 지휘도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해당하기 때문에 극도로 제한해야 한다’는 법무부의 설명은 궤변에 가깝다. 이렇게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 복원을 놓고 상식에 벗어난 핑퐁게임을 하고 있으니 수사가 제대로 될 리 없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독일 자동차 BMW의 국내 딜러사인 이 회사의 권오수 전 회장이 주도했다. 권 전 회장은 주가조작 선수, 전·현직 증권사 임직원들과 짜고 2009~2012년 3년간 91명의 계좌 157개를 동원해 2000원대였던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8000원대까지 끌어올린 혐의로 2021년 12월 기소됐다. 이 회사가 상장되기 전부터 투자자로 참여한 김 여사도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매매했는데 권 전 회장의 주가조작에 가담했거나 알았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김 여사는 지난 7월 검찰조사에서 ‘통장을 증권사 직원에게 맡겼으나 주가조작은 알지 못했고, 일부 계좌는 독자적으로 주식 거래를 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지난달 12일 권 전 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5억원을 선고한 서울고법 판결문을 보면 김 여사 명의의 주식거래 중 재판부가 ‘통정매매’로 인정한 건이 여럿 등장한다. 통정매매란 주식을 매수할 사람과 매도할 사람이 사전에 짜고 주식을 거래하면서 주가를 끌어올리는 시세조종 행위다. 특히 재판부가 김 여사와 유사한 역할을 한 전주(錢主) 손모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형을 내리면서 김 여사의 검찰 수사는 더욱 주목을 받았다.

이렇게 복잡하고 중요한 사건 수사의 결론을 일선 수사팀에만 맡긴 채 개입하지 않겠다는 건 검찰총장의 직무유기다. 만일 세간의 예상대로 검찰이 김 여사에게 불기소 처분을 내린다면 ‘봐주기 수사’라는 비난 여론이 더욱 거세질 것이다. 손씨에게는 공소장을 변경하면서까지 유죄를 끌어낸 검찰이 유독 김 여사에게 관대한 처분을 한다면 ‘특검을 해서라도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주장이 더욱 힘을 얻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검찰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떨어질 뿐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도 곤두박질칠 것이다. 검찰이 김 여사를 기소할 경우 윤 대통령이 입을 정치적 타격이 크겠지만 특검 수사를 받는 것보다는 덜할 것이다. 심 총장은 지금이라도 스스로 지휘권 복원을 선언하고 이 사건을 엄중하게 들여다보기를 바란다. 검찰이 김 여사를 성역으로 남겨둔다면 검찰은 물론 윤 대통령에게 더 큰 부담을 안겨줄 것이다.

전석운 논설위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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