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컷] ‘기생충’ 영화 포스터, 눈 가린 진짜 이유
최근 아동학대 소재 창작 뮤지컬로 호평 받은 작가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가 이런 답변을 들었다. 개막 후 한동안은 관객이 울면서 나올 때마다 무섭고 불안했다는 것이다. “만에 하나 피해 경험이 있는 관객의 상처를 잘못 건드리면 어쩌나 걱정됐죠.”
사회 문제를 들춰내는 일은 얼마나 조심스러운가. 비슷한 생각을 품게 한 작품이 영화 ‘기생충’(2019)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빈부격차와 계급 간 혐오가 예기치 못한 범죄사건으로 번져가는 블랙 코미디다. 칸·오스카 수상이 잇따른 당시 천만 관객 중엔 “영화를 보며 괴로웠다”는 이들도 있었다. 부잣집 대저택에 침투한 반지하 가족의 현실이 남의 일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지하 살던 때가 떠올라서’ ‘현재 나의 고통스런 삶을 거울처럼 비춘 장면들이어서’…. 동시대를 예리하게 풍자한 사회파 영화의 딜레마다.
세계적 궁금증을 불렀던 ‘기생충’의 눈을 가린 영화 포스터(사진)도 바로 이런 고민에서 탄생했다. 이 포스터의 디자이너는 넷플릭스 신작 영화 ‘전, 란’을 연출한 김상만 감독. 최근 만난 그는 “당시 ‘기생충’ 마케팅팀이 실제 주인공과 같은 계급에 처한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우려를 갖고 있었다”고 귀띔했다. 장고 끝에 특정한 범죄 가족의 이야기란 것을 강조하기 위해 흔히 범죄 사진에서 신원을 가릴 때 쓰는 눈가림 도형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뒤늦게 밝혀진 명물 포스터의 비화다.
피해자·약자를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다 도리어 당사자에 상처 주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의도치 않은 사태의 예방법은 고민 또 고민. 진심이 통하는 명작도, 장고의 배려 속에 나오는 게 아닐까.
나원정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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