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 ‘오후 3시14분 영부인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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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부인(FLOTUS·First Lady of the United States)은 쿠키 한 상자를 들고 들어왔다 선거가 정말 박빙이네요라고 말했다.'
14일 미국 대통령 부인 질 바이든 여사의 디트로이트 일정을 동행 취재한 풀(공동취재) 기자의 취재 공유 내용 중 일부다.
백악관 출입 기자들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공식 일정을 물샐틈없이 공동 취재해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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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부인(FLOTUS·First Lady of the United States)은 쿠키 한 상자를 들고 들어왔다… 선거가 정말 박빙이네요라고 말했다.’
14일 미국 대통령 부인 질 바이든 여사의 디트로이트 일정을 동행 취재한 풀(공동취재) 기자의 취재 공유 내용 중 일부다. 이날만 해도 영부인 취재 풀만 일곱 꼭지가 이메일로 들어왔다. 영부인이 몇 시에 어디에 도착해 누구를 만났으며, 어떤 말을 했는지 백악관 직원이 아니라 ‘외부자’인 기자가 일일이 감시하고 기록한다. 한국 기자도 백악관 출입 신청만 하면 영부인의 공적 활동을 일일이 공유받을 수 있다.
영부인 취재가 이 정도니 대통령, 부통령은 말할 것도 없다. 백악관 출입 기자들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공식 일정을 물샐틈없이 공동 취재해 공유한다. 하루에만 수십 개의 풀 기사가 이메일로 쏟아져 들어온다. 이날도 바이든 대통령이 오전 11시34분에 플로리다에 도착해 지진 피해를 점검한 내용, 해리스 부통령의 펜실베이니아주 유세 내용이 꼼꼼히 기록된 풀을 받았다. 부통령 동행 취재 풀은 해리스가 일정을 마친 뒤 호텔에 도착하는 내용으로, 오후 11시28분에야 끝났다. 풀만 총 18개였다.
하루에도 수십 건씩 ‘스팸 메일’처럼 쏟아지는 백악관 풀 기사를 보면서 권력과 언론의 긴장 관계를 새삼 생각한다. 최고 권력자의 공적 일정은 반드시 제3자인 언론의 감시를 받는다는 합의된 인식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너그러운 대통령이 언론에 시혜를 베푸는 행위가 아니다. 언론의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다. 언론이 언제나 객관적이고 훌륭한 관찰자여서도 아니다. 때로는 부정확하고 편향적이더라도 권력의 공적 활동은 외부자의 눈으로 감시하고 기록해야 한다는 암묵적 합의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언론 문화다.
한국의 역대 대통령실도 다 풀 취재가 있었다. 기자가 출입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 청와대 시절만 해도 외교 행사나 수석·보좌관 회의 등에는 공동 취재가 2~3명씩 들어가 모두발언 등을 기록해 모든 출입기자와 공유했다. 어느 행사까지, 어느 시점까지 공동 취재를 할 것인지를 두고 출입기자단과 청와대의 긴장이 있었지만 이해할 만한 선에서 조정된 기억이 있다. 코로나19로 대면 취재가 최소화될 때까지는 이런 공동 취재가 자주 돌아왔고, 그때마다 여러 언론사를 대표해서 취재한다는 압박감과 긴장이 작지 않았다.
이 정부 들어 대통령과 영부인 행사에서 자주 듣는 말이 ‘전속’이다. 취재기자나 사진기자의 풀 취재가 아니라 대통령실 ‘전속 사진사’가 대통령 행사를 담당한 뒤 사후에 내용을 기자들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예전에도 물론 전속은 있었다. 전속이라고 없는 사실을 지어내거나, 있는 사실을 없다고 하지는 못할 것이다. 문제는 ‘독립성’이다. 전속의 사전적 의미는 ‘오로지 어떤 한 기구나 조직에 소속되거나 관계를 맺음’이다. 대통령실에 오로지 소속된 직원에게 대통령실에 소속되지 않은 기자처럼 객관적 관찰자의 노릇을 기대할 수 없다. 전속이 담당하는 행사가 많아진다는 건 위험신호다.
아무리 최고 권력자라도 사적 영역은 있어야 할 것이다. 관건은 공과 사를 엄격히 구분하되 공적 영역에 대해서는 최대한의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감시가 보장돼야 한다는 점이다. 이 정부가 지금 중병처럼 시달리고 있는 명품백 의혹이니 하는 것들도 애초에 공적 영역으로 흡수해 감시를 받았다면 없었을 일이었다. 더 민주적일수록 더 감시받는다. 더 감시받을수록 더 민주적이 된다. 이날 영부인 동행 취재는 질 여사가 델라웨어주 윌밍턴에 오후 10시7분에 착륙해 자택으로 향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끝났다.
임성수 워싱턴 특파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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