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빡세게 시켰다간 낙인” 삼전 조직문화 망친 ‘G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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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A부서에서는 황당한 이야기가 오갔다.
삼성전자 전직 임원은 15일 "GWP 일환으로 조직문화 상태를 측정하기 위해 매년 삼성문화지수(Samsung Culture Index) 점수를 내는 게 일종의 인기투표처럼 변질했다"면서 "초기에는 조직력 강화와 분위기 개선에 기여했지만 이후 젊은 세대의 가치관이나 경영환경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서 계륵 같은 존재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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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맨 자부심도 옛말… 툭하면 이직
삼성전자 A부서에서는 황당한 이야기가 오갔다. 모두가 특정 조직의 장(長) 맡기를 꺼리면서 “사다리 타기 게임을 해서 정하자”는 말까지 나온 것이다. 적게는 5명 안팎, 많게는 수십명을 통솔해야 하는 자리를 회피하는 ‘리더 포비아’가 만연한 것은 삼성전자 조직문화의 현주소를 대변한다.
삼성전자는 미국 경영 컨설턴트 로버트 레버링이 제안한 개념인 GWP(Great Work Place)를 오래전부터 도입해 임직원을 대상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 왔다. 삼성전자가 지향하는 GWP는 ‘재미있게 일하면서 구성원이 진정으로 회사의 성공을 위해 기여하고자 하는 에너지가 충만한 일터’인데, 지금의 삼성전자가 이에 부합하는지 내부에서조차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삼성전자 전직 임원은 15일 “GWP 일환으로 조직문화 상태를 측정하기 위해 매년 삼성문화지수(Samsung Culture Index) 점수를 내는 게 일종의 인기투표처럼 변질했다”면서 “초기에는 조직력 강화와 분위기 개선에 기여했지만 이후 젊은 세대의 가치관이나 경영환경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서 계륵 같은 존재가 됐다”고 말했다. 총점 자체가 리더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보신주의 조직문화가 자리 잡았다는 얘기다. 업무 강도가 세면 워라밸을 해치는 상사로 낙인찍혀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고 급기야 인사 대상에 오르는 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어느 해 프로젝트 여러 개를 가동해 새로운 시도를 했더니 부서장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윗분에게 불려간 경험이 있다”면서 “이듬해 직원들 눈치를 보며 업무를 줄였더니 다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전했다.
회사를 둘러싼 위기설의 진원 중 하나인 치열함이 사라진 조직문화의 한 단면을 보여준 셈이다. 예전에는 ‘삼성맨’이라는 로열티로도 회사가 굴러갔지만 이제는 자부심은 사라지고 위기를 극복하려는 근성도 보이지 않는 게 내부의 전반적인 분위기다. 그러다 보니 더 적은 연봉이나 덜 좋은 조건에도 망설임 없이 이직을 택한다. 엔비디아 3만명의 직원 가운데 500명 이상이 삼성전자 출신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의 이직률도 경쟁사인 대만의 TSMC보다 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출신 관계자는 “예전에는 성과를 낸 직원에게 ‘백지수표’를 주며 사기를 북돋거나 확실한 보상 분위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분위기를 찾아볼 수 없다”면서 “외부에서 인재를 데려오는 데도 바뀐 조직문화가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포브스의 ‘세계 최고의 직장’ 평가에서 4년 연속 1위에 올랐던 삼성전자는 올해 마이크로소프트(1위)와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2위)에 자리를 내줬다.
김혜원 심희정 기자 ki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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