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이스라엘-이란, 보복전…핵무장 공포 커진다

변선진 2024. 10. 15. 10:5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란 탄도미사일 200기 발사에
이스라엘, 재보복 천명
농도 60% 우라늄 늘려 온 이란
핵무기 개발 가속 우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이 수십년간 그림자 전쟁을 이어온 이란에 보복을 조만간 가할 태세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후티 반군에 이어 이란과도 전쟁을 벌이는 ‘4면전’에 돌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공습을 계기로 고농축 우라늄을 비축하고 있는 이란이 핵무장에 나설 수 있다는 국제사회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의 이란 보복 예고…타격 시나리오는

이스라엘은 이란이 이달 초 하마스 수장 이스마일 하니예,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가 숨진 데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에 탄도미사일 약 200기를 발사한 것을 두고 재보복을 천명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지난 10일 이스라엘군 군사정보국 산하 9900부대를 방문해 “이란의 공습은 공격적이었지만 부정확했다”며 “(이스라엘 대응은) 치명적이고 정확하며 무엇보다도 놀라울 것”이라고 말했다.

외신들은 이스라엘이 이란의 정유 등 에너지 시설 및 핵 시설을 타격할 가능성까지 내다보고 있다. 이란은 이스라엘이 보복하면 군사시설 이외 장소 타격을 목표로 반격을 가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13일 엑스(X·옛 트위터) “이란 국민과 국익을 지키는 데 ‘레드라인(넘지 말아야 할 선)’은 없다”며 전쟁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은 요르단,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중동의 대미 우호국들이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위한 영공을 허용한다면 보복하겠다는 경고도 내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대선이 한 달도 남지 않은 만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최대한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해 10월 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중동 정세에 대한 접근 방식에 있어 바이든 대통령의 요청을 듣지 않는 모양새가 그려져 온 만큼 이번 이란 보복 시나리오에서도 네타냐후 총리가 독단적 판단을 할 가능성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구나 공화당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네타냐후의 중동 작전을 격려하는 발언을 내놓으며 중동 긴장을 부추기고 있다.

세계정세에도 영향 줄 듯…이란 핵무기 개발 속도 빨라질까

이스라엘이 이란의 에너지 시설 및 핵 시설을 타격한다면 중동은 물론 세계정세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우선 이란의 석유 수출량은 지난달 기준 하루 200만배럴로 세계 석유 공급량의 약 2%를 담당한다. 외신은 이란산 석유가 미국으로부터 수출 제재를 받고 있음에도 세계 원유 가격 안정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본다. 미국 선거 전 이스라엘이 이란 에너지 시설을 타격할 경우 유가가 급등하면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이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뉴욕타임스(NYT)는 이란이 에너지 시설 타격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로부터 영공을 허용해 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산유국의 정유소를 공격할 수 있다고도 전망했다.

이란의 에너지 시설 타격과 관련한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조처다. ‘세계 최대 원유 수송로’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세계 해상 원유의 30%, 액화천연가스 20%가 통과한다. 이 해협이 봉쇄될 시 2022년 3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와 같은 에너지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경제 성장률 5% 목표 달성을 위해 최근 대대적인 경기 부양책을 내놓고 있는 중국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중국의 원유 수입 비중의 절반은 걸프 국가가 담당하고 있다.

이란 핵 시설은 사막 깊은 곳에 있어 타격을 위해서는 미국 개입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스라엘 보복을 계기로 이란 내부에서 공격용 핵무기 제조에 대한 움직임이 가팔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고 NYT는 전했다. 이란은 2018년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가 파기되면서 고농축 우라늄 비축량을 늘려 왔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지난 8월 보고서에서 최근 이란이 농도 60% 우라늄 비축량을 164.7㎏까지 늘렸는데 이는 지난 5월 보고서 비축량(142.1㎏) 대비 16% 증가한 규모다. 농도 60% 우라늄은 추가 공정을 거쳐 핵무기로 제작될 수 있는 농도 90% 우라늄으로 만들 수 있다. IAEA 관계자는 “이란은 현재 거의 4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무기급 연료를 확보하고 있고, 수일이면 폭탄 등급인 순도 90%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중동의 비공식 핵보유국인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무기 보유에 대해 극도로 경계한다. 이란 핵무기 개발 억제를 공언해온 미국도 공세적으로 개입하면서 중동 긴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4면전 치르려는 이스라엘…내부 ·국제사회 반발도

이 가운데 이스라엘은 현재 하마스뿐만 아니라 또 다른 ‘저항의 축’ 헤즈볼라, 후티를 여러 전선에서 공격 중이다. 휴전 협상이 진행되고 있을 때마다 이스라엘이 공습으로 각 수장 제거에 나서면서, 중동 긴장은 좀처럼 완화되고 있지 않은 모양새다. 더욱이 하마스의 새로운 최고 정치지도자 야히야 신와르는 20년 만에 자살폭탄 테러를 재개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이스라엘 내부 분위기 변화도 감지된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전쟁 초기에는 하마스 공격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지지하는 여론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 이스라엘 최대 도시 텔아비브에서 휴전을 촉구하는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소모전으로 24년 연속 경상수지 흑자국, 혁신 생태계를 기반으로 구축된 ‘스타트업 천국’이라는 이스라엘 명성에도 금이 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이스라엘의 중동 공세에 대한 국제사회 입장은 엇갈리고 있다. 먼저 이스라엘이 헤즈볼라를 상대로 지상 작전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지난 10일 긴장 완충 역할을 하는 레바논 주둔 유엔평화유지군(UNIFIL) 시설을 파괴하면서 한국을 포함한 세계 40개국이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다만 이스라엘이 하마스 전쟁 이후 수행한 중동 작전은 서구 문명을 방어하는 데 가장 중요한 공헌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제라드 베이커 월스트리트저널(WSJ) 편집국장은 최근 기고문에서 “이스라엘이 신권 이념에 대한 헌신이라는 명목하에 수십 년 동안 중동 지역과 전 세계에서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수천 명의 테러리스트를 12개월간 제거하며 중동뿐 아니라 전 세계 안보의 균형을 잡는 데 크게 기여했다”라고 높이 평가했다.

중동 적대국에 대한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은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WSJ는 “지난해 가자지구에서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이스라엘은 이제는 적에게 존재적 위협을 가할 수 있는 무기고를 구축할 시간, 공간을 허용할 수 없다고 믿게 됐다”고 설명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